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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과잉 속 갈등 빈발

교육정책은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예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하는 것이 다소 섣부를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교육정책 방향을 수립, 시행해온 교육부 및 교육혁신위원회의 활동을 되짚어 본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감이 없잖아 있다. 교육정책의 속성상 그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예단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8월 17일,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위원장 정홍섭)는 2010년께부터 교육의 큰 틀을 바꿀 수 ‘미래교육의 비전과 전망’을 쏟아낸 바 있다. 여기에 대한 평가는커녕 비전 도출 과정과 내용에 대한 검토도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는 수시로 이뤄져 왔다. 교육관련 학회와 교원·시민단체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두고 숱하게 토론회를 해 왔고 교육부도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 공약 이행 정도를 점검하고 있다.

나아가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서 현 시점에서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미 유력한 대선 후보들은 참여정부의 공과를 토대로 자신들의 교육공약을 마련하고 있고, 당선자의 교육공약은 인수위 과정을 거치면서 향후 5년간의 교육정책으로 발현될 것이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방향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그 기조 또한 김대중 대통령의 교육정책을 이어 받은 측면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참여정부는 교육정책도 같은 색채를 띠었는데, 뒤에 언급할 사립학교법 개정, 대입시 3불(不) 정책 고수, 무자격 교장공모제 도입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의 지배 구조를 바꿔 재집권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아왔고, 추진 과정에서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숱한 갈등을 초래했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출범과 동시에 발표한 12대 국정 과제가 그 청사진이 됐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평가는 국정 과제 점검부터 선행돼야 한다. ‘교육개혁과 지식 문화 강국 실현’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교육 부문 국정과제는 ▲참여와 자치를 통한 교육공동체 구축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 복지 확대 ▲과학기술 교육의 질적 고도화 ▲창조적 문화 역량 강화 ▲문화적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산업 육성 ▲지식정보산업의 전면화 추진 등의 6개 목표를 내걸었다.

이 중 초·중등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가지 항목으로 ▲참여와 자치를 통한 교육공동체 구축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 복지 확대를 들 수 있다.

참여와 자치를 통한 교육공동체 구축 항목은 다시 ▲교육정책의 입안 조정 평가 기능 등을 수행할 대통령 직속 법률 기구로 교육혁신기구 상설 ▲단위학교의 참여와 자치 확대를 위해서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법제화를 핵심으로 하는 학교자치 기능 강화 ▲교육주체의 참여 확대 및 대표성을 제고하는 교육감, 교육위원 선출 방식 개선 ▲교육과정 편성 운영 등 단위학교의 재량 확대와 자율운영체제 확립 ▲대학 운영의 민주성과 자율성 강화를 위해, 교수회 법제화 및 교직원 학생회, 지역인사가 대학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향의 대학 지배구조 개편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복지 확대 항목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역할을 재정립해 나가고 공교육 내실화와 함께 장·단기적인 사교육비 경감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 평준화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자립형 사립고, 특수목적고, 자율학교 등에 대한 실태 파악과 평가를 통해 본래 취지대로 운영할 수 있는 학교 정책 마련을 들 수 있다.

또 학벌 타파와 대학 서열 완화를 위해 ▲서울대 학부 정원의 단계적 축소 및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집중 육성 ▲국립대와 사립대 간 역할 분담 및 영역별 대학 특성화 ▲학력 차별 금지제도 도입 등 학벌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 강구를 내세웠다.

교원의 전문성 강화 및 승진제도 개선을 위해 ▲적정 수업시수 법제화 등 교원의 전문성 신장 기반 조성 ▲교원 양성 임용체제 개선과 능력 중심의 승진제도 마련 ▲초빙제, 보직제 등 학교장 임용제도 다양화를 설정했다.

유아 및 특수아 학습권 보장과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유아교육의 공교육화와 특수교육에 있어 통합기조 유지 및 특수교육 기회의 실질적 확대 추진 ▲농어촌 도서벽지학교 지원 육성과 취약 계층에 대한 교육격차 해소도 공교육 내실화 방안의 세부 계획에 속한다.

참여정부의 이러한 국정 과제에는 행정 도시 이전으로 상징되는 분권화, 수월성보다는 평등성에 치중하는 기본 원리가 작동되고 있다.

교육혁신위원회의 역할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청와대, 교육부, 국회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교육정책에 관여하는 청와대 기구로는 교육문화비서관과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를 들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2대 국정과제에서 밝힌 대로 법률 상설 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를 설치했고, 1·2·3대 위원장으로 전성은 경남 거창 샛별중 교장, 설동근 부산시교육감, 정홍섭 신라대 총장을 각각 임명했다. 전성은 위원장이 이끈 전반기 교육혁신위는 ▲2008년 이후의 대학입학 제도 개혁 ▲직업교육 혁신 ▲교육과정 교과서 현대화 방안 제시를 주요 실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

이 중에서 2008년 이후의 대학입학제도 개혁 방안이 가장 큰 파급력을 가졌다. 대학입시에서 내신을 주요 전형 요소로 삼고, 수능시험 성적도 점수 대신 1~9등급만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입시 개선 방안은 ‘방향성은 옳지만 현실과 맞지 않다’는 비판 속에 지금도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

가장 큰 비판은 학교 간 교육격차가 엄존하고 학교 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신이 객관성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 등급만으로는 변별력을 갖지 못해, 대학이 대학별 고사 등 본고사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설동근 위원장의 후반기 교육혁신위원회는 교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교원승진규정 개정, 무자격 교장공모제와 수석교사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교원정책개선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교원정책 개선 특위가 부결시킨 무자격 교장공모제 방안을 교육혁신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켜 논란이 일었고, 교육부는 이 밑그림을 토대로 추진하고 있다.

자격증 없어도 15년 이상의 교육경력만 있으면 교장 직에 공모할 수 있는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교단의 핵심 논란거리였다. 전교조가 주장하는 교장선출보직제의 변형인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9월 시범 실시를 앞두고 전국 41개 학교에서 공모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교장공모과정에서 숱한 잡음을 발생시켜 유능하고 젊은 교장으로 교단을 혁신한다는 교육부의 취지와는 달리 교단이 정치판화 되는 것 아니냐는 교총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교장공모제와 더불어 수석교사제가 올해 하반기 국·공립학교에서 처음으로 시범 운영된다. 1981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제안한 이래 25년간 교총과 교육부가 네 번이나 도입을 합의한 이력이 있다. 교육부는 상반기 중 구체적인 수석교사 도입방안을 마련, 시범학교를 선정해 9월부터 1년간 시범운영 하고 확대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연구결과가 늦어져 시범실시가 늦어지고 있다.

첫 주민 직선 부산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중도 하차한 설동근 위원장 후임에 신라대 정홍섭 총장이 올해 2월 9일 임명됐다. 정 위원장 체제는 앞에서 언급한 교육비전과 전망을 발표했다.

비전에는 ▲2010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2~3개 학년을 묶어 하나의 학년으로 정하고 교육하는 교육학군제 도입 ▲장기적으로 교대와 사대를 폐지하는 대신 교원전문대학원을 설립해 그 졸업자에게 교사자격증을 주는 방안 ▲교사가 5, 10년 등 일정한 기간마다 규정된 연수를 받고 평가를 통과해야 교사자격증을 갱신해 주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법률 개정을 동반해야 하는 이런 파격적인 방안들이 제대로 된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임기 몇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됐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약할 것으로 보인다.


잦은 장관 교체, 정책 일관성 상실
“교육부총리는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초기 약속이 무색하게 벌써 여섯 번째 부총리가 바뀌었다.

잦은 장관 교체는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업무를 파악할 만하면 물러나게 돼 소신 있는 정책을 펼 수 없게 만든다.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지금까지의 부총리들은 한결같이 ‘소신보다는 정권 눈치만 본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재경부장관 시절 “판교에 학원 단지를 건설하겠다”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를 정도로 시장주의자로 손꼽혀온 김진표 부총리는 고교평준화 제도의 보완책으로 추진돼 오던 자립형사립고 확대에 반대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해 눈총을 받았다.

김신일 부총리도 ‘학자 시절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했던 철학은 팽개치고, 3불 전도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진표, 김신일 부총리 모두 ‘자신들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유독 안병영 전 부총리는 대통령과의 설전에서도 고집을 꺾지 않아 수능 9등급제를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8월 교육혁신위원회가 2008년 이후의 대입제도 개선안을 확정할 무렵, 수능등급제를 두고 대학 - 교육부 - 청와대 간에는 견해차가 컸었다. 표준점수제에서 등급제로 변경할 경우 변별력 약화를 우려한 대학은 15등급,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의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문재인 시민사회수석 등은 7등급, 교육부는 절충안인 9등급제를 주장했다.

임기 내내 사학법 갈등
사립학교법 개정은 참여정부 내내 논란을 일으켰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참여정부의 대표 개혁입법으로 여겨져 이에 찬성하는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반대하는 한나라당 편으로 전 국민을 분열시켰다. 2005년 말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국회는 파행을 거듭해 왔고, 급기야 지난 7월 3일 개방형 이사회 구성 요건을 변경하는 쪽으로 재개정했다.

사학법 재개정안은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일반사학의 경우 학교운영위(또는 대학평의회)와 이사회 추천 비율을 6대 5로 정해 학교운영위측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하되, 종교사학의 경우 이사회에 해당하는 종단이 과반을 점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재개정된 사학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새로 제기하기로 해 사학법 갈등은 새 국면을 맞았다. 재개정된 사학법 또한 개방형 이사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임시이사제도를 교육부와 산하 사학법인분쟁조정위원회의 주도 하에 운영되도록 규정해 위헌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쪽 된 교육자치
2006년 12월 7일 교육감·교육위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고, 시·도교육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시·도의회의 특별상임위원회 형태로 편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14일 전 주민이 선거인단이 돼 부산시교육감을 선출했다. 2010년 6월 3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는 모든 교육감들이 동시에 뽑히게 된다. 교육감·교육위원 주민직선제는 대표성 확보와 주민의 교육 참여를 극대화한다는 차원에서 교육계가 오랫동안 염원해 온 사항이다.

그러나 시·도교육위원회가 폐지되고 시·도의회의 특별상임위 형태로 편입되게 됨에 따라 교육이 일반 행정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교육행정학회는 “지방교육자치는 교육자치라는 영역적 자치와 지방자치라는 지역적 자치가 결합한 형태로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헌법재판소가 2003년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은 집행기관의 자치만 남겨두고 의결 기관 자치를 폐지하는 것으로 교육자치를 규정한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교육위원회가 폐지될 경우 교육은 지방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교육예산은 정치적 흥정과 선거공약 이행수단으로 전락해 교육의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원평가, 성과급 확대 적용도 논란
이외에도 초·중등 교원평가 도입, 성과금 차등 폭 확대 실시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교원평가 도입은 2004년 2월 서울 진선여고를 방문한 안병영 부총리가 실무진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즉흥적으로 발언한 것이 직접적인 도입 계기다. 교원평가를 사이에 두고 적극 도입을 주장하는 교육부와 학부모 단체, 이에 반대하는 교원단체 간에는 좁혀지지 않은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성과급 확대 실시도 마찬가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두 번 지급하던 방식을 올해는 한번으로 횟수를 줄여 지급한다는 방침이지만 차등 확대 폭을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원평가와 마찬가지로 성과를 도출한 교원에게는 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발상이지만,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논리와 도구를 제시하지 못해 설득력을 잃고 있다.

空約된 ‘GDP 6% 교육재정 확보’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재정 GDP 6% 확보’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난 4년간 교육재정은 4.9%에 그쳤다. 또 재임기간 동안 교육여건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학급당 학생 수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OECD보다 20년이나 후진적 상황에 머물러 있다.

학교 운영비가 부족한 교실에서는 전기료 낼 돈이 없어 찜통 여름에도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하고, 심지어 복사 용지까지 학부모에게 구걸하는 실정이다. 교육청에서 예산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학교장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찾아다니며 시설비 마련을 읍소하고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참여정부는 12대 국정과제서 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했고, 실제로는 더 광범위한 분야의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됐다. 하지만 지면 관계상 초·중등 교육의 극히 한정된 부문에 대해서만 언급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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