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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미의 '자율'이 필요하다

새로이 출범한 정부는 교육 운영의 기본 방향을 ‘자율’에 두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방향은 우리나라의 상황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이기도 하다. 범세계적으로 학교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노력은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동시에 그에 따른 책무성도 증대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교변화 동향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학교현장의 의미 있고 본질적인 변화를 강력하게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개선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수차례 추진되었던 교육개혁과 일련의 연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강조점에 있어 주목할 만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학교 현장의 변화를 강조하는 최근의 동향은 지금까지의 교육개혁이 학교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데 대체로 실패했다는 반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범세계적으로 학교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결국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동시에 그에 따른 책무성도 증대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향후 미래사회에서는 기능의 분화와 구조적 복잡성이 더욱 증대될 전망이고, 이러한 사회에서는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통제에 의한 교육체제 운영은 부적합하다. 미래사회에서는 지역별, 학교별 특성이 고려되고 융통성이 발휘되는 자율성이 주어진 체제가 보다 적합하다.

단위학교가 교육체제의 중심축을 형성하도록 구조를 개편하는 일은 현재의 관료적 중앙집권체제를 개편하고, 실질적 자율화를 통해 단위학교가 행사할 수 있는 자유 재량권의 넓은 공간을 확보해 주는 일이다. 단위학교의 교육활동에 있어서 재량권을 갖도록 하는 이른바 ‘학교단위자율경영제’가 정착되어야 한다.

자율은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는 일이다. 즉,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를 가리킨다.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였을지라도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제3자가 알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외부의 압력을 받아 행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율은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에 의하여 행동으로 나타난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판단의 준거로 사용되는 것은 합리성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율이란 인간의 이성이나 사물의 이치에 비추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여 행동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신재철 외, 2003).

해방 이후 우리의 교육은 공공재이며, 공공성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학교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그 결과 국·공립학교가 많이 생겨나고, 사립학교라 하더라도 정부의 통제에 놓여 우리 교육은 사실상 정부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주도로 교육이 이루어질 경우,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형평성의 논리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되므로, 이는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획일성과 평준화라는 교육정책을 가능하게 하였다.

자율성이 확보되지 못한 교육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점은 경제학적인 논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학교를 교육서비스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기업으로 인식하는 관점으로 보았을 때, 교육서비스 생산하는 데 있어서 외부 시장거래를 조직 내의 내부거래로 전환함으로써, 이를 체계적이며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조직이 학교이므로, 학교교육은 교육서비스의 공급자와 소비자의 선택 자유가 보장될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학교 운영이 자율화되면 교육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학교가 출현할 것이며, 소비자는 자신의 소질과 기호, 특성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여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고, 교육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이러한 경제논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미 세계적인 학교운영의 패러다임은 자율화와 다양화를 기본 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학교의 자율경영은 시대적 변화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위학교 자율경영의 방향
단위학교 자율경영은 특정한 학교경영체제라기 보다는 학교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권한을 정부나 교육청으로부터 단위학교로 이양하여 학교운영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의사결정에 폭 넓게 참여시키는 학교경영의 자율적 형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김성열 외, 2006). 따라서 단위학교 자율경영은 권한 이양을 통한 학교자율권의 강화, 학교경영 과정에 다양한 관련자들의 참여 확대, 자율운영에 따른 책무성 강화 등을 특징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은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교육시책 수행에 그 기능이 집중되어 왔기 때문에 학교의 자율성이 사실상 거의 없어, 우리의 실정에서 완전한 학교단위의 자율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러 가지 교육 분야의 변화에 따라 학교경영 구조 역시 크고 작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교장의 경영철학과 의지에 따라서는 학교 단위별로 특색 있는 학교경영을 모색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학교경영구조 변화의 주요 내용을 보면, 새로운 형태의 학교단위 자율경영 중심의 학교는 자율과 책임 위주의 학교경영, 민주적 의사결정, 다양한 교육과정과 수요자의 선택권 확대, 재정 운영의 자율성 제고 등을 특징으로 한다. 교육은 그 본질적 특성상 자율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 안에 이미 자율의 요소와 자율주장의 근거들이 내재해 있고, 이에 따라 그러한 가치와 목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교육활동의 특성이 또한 자율성 요구의 정당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학교의 자율성 개선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단위학교의 독자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증대되어야 한다. 즉, 상급 행정기관으로부터 단위학교에 많은 권한이 이양되어 단위학교가 상당한 재량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권한의 이양1)은 지엽적인 사항보다는 교육과정, 인사, 재정 등의 핵심 사항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단위학교 자율경영의 저해요인
가. 대표성 부족한 학교운영위원회
단위학교의 의사결정(심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는 10여 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학교를 구성하는 주요 기구로서 자리 잡고 있으며, 나름대로 기여한 바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명실상부한 학교의 의사결정기구로 작용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우선 심의영역이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학업성취도 등과 관련하여서는 역할이 미미하다. 여기에다가 위원의 대표성 확보가 미흡한 문제도 학운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 있고, 위원의 전문성 부족 문제도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그밖에 교내의 각종 위원회는 교장의 자문기구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으나, 자문기구가 갖는 한계 때문에 교장의 일방적 의사결정을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나. 획일적인 교육과정의 운영상 한계
교육과정의 운영에서도 한계가 있다. 현재 학교의 교육과정 결정권은 국가수준에서 대부분이루어지고, 그 다음이 교육청이며, 단위학교는 권한의 여지가 가장 적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최근에는 학교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권한의 여지가 확대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실제적으로 자율성을 발휘하는 영역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교육청에서 장학지도나 학교평가 등을 통해 획일적인 기준을 가지고, 단위학교의 교육성과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일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는 단위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수의 부족으로 자율성을 발휘하기보다 기본업무의 수행에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다. 학교 재량권 없는 교원 인사권
교원 인사권은 대부분 교육감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위학교의 인사 재량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제도의 관행으로 인하여 실질적 재량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면, 교장이 소속직원의 근무성적을 평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승진에 임박한 교사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관행 등이 있다. 행정실장에 대한 평정도 대상자가 한 명밖에 없어서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이 관례이고, 행정직원에 대한 승진이나 전보권이 실질적으로 교육청에 있기 때문에 실질적 권한을 갖기가 어렵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권한행사 수단이 될 수 있는 보수의 경우도 단위학교에서는 거의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라. 재정운영의 자율성 발휘 제한
현재 단위학교는 재정운영과 관련하여 학교회계법 제도의 시행으로 비교적 자율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경직성 경비가 많아서 자율운영의 여지가 적으며, 단위학교의 예산활용 능력도 미흡하여 전년도를 답습하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예산편성과 운영과정에 교직원 참여가 확대되고 있으나, 교사들의 관심부족으로 새로운 예산 요구가 별로 없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재정의 획일적 분배나 회계감사 중심의 운용 등의 문제로 자율성의 발휘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단위학교 자율경영의 과제
단위학교가 자율경영체제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단위학교 간에 권한과 역할이 조정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국가수준의 교육정책의 수립 및 필수적 국가교육과정의 유지 기능만 수행하고, 초·중등교육의 책임기능을 시·도교육청에 이관하며, 시·도교육청은 시·도차원의 교육정책 및 기획, 직무조정, 평가 등 핵심적 기능만을 수행하고, 구체적인 관리기능은 지역교육청으로 이관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교육청은 학교에 대한 교육지원과 장학지원을 수행하며, 구체적인 학교교육 활동에 대해서는 단위학교가 중심이 되어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가.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중심은 학교
예를 들면,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중심이 단위학교가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교육청은 교육과정 편성의 지침을 최소화하고, 단위학교가 학교의 특성을 살리어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특히 선택교과의 선정, 수업일수와 교과시간 수의 조절 등과 같은 실질적 자율권이 단위학교에 주어져야 하며, 교육내용을 획일화시키는 국정교과서 제도 개선, 교과교사의 교재선택권, 재량시간 확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나. 교사, 일반행정직 인사관리권 보장
단위학교에 인사관리 자율권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교원초빙 범위를 확대하여 단위학교의 교사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교원전보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행정 및 보조 인력의 채용권도 단위학교에 보장해 주어야 하며, 문제교사의 징계나 우수교사의 포상권도 단위학교에 이양하여 교육청의 간섭을 없앨 필요가 있다.

다. 교육과정 재정관리의 자율권
단위학교의 재정관리 자율권도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학교회계법은 교육과정영역이나 인사관리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재정영역의 자율권을 확보해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므로 교육과정 영역과 인사관리 영역에도 학교회계법과 같은 자율운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학교교육과정법과 학교인사관리법에 획기적인 내용을 담아 새로이 제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학교재정이 완전한 자율권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비록 법과 제도가 마련되었다고는 하나 운영의 과정이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교원과 학부모 및 학생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여 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기자재 확충, 시설관리와 확충 등 학교운영 전반을 포함하는 학교운영계획을 수립하여, 그 계획에 따라 학교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라. 학운위 심의 영역 확대
학교운영위원회의 예산 및 결산 심의 시기도 문제가 있다. 위원이 임기가 시작되는 4월에 예산을 심의하고, 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2월에 결산을 심의하게 되면 시기적으로 충실한 심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위원의 임기의 변경이나, 예·결산 심의 시기의 변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영역의 자율권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시스템의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명실상부한 자율기구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심의영역이 확대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교육과정 편성·운영과 학업성취도 등에 대한 실질적 심의·의결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 산하에 교육과정소위원회를 필수기구화할 필요도 있다.

마. 학운위원 위한 전문성 신장 연수 필요
학교인사에 대한 심의·의결권도 부여해야 한다. 학교에 필요한 교원의 초빙, 공모교장의 선발과 평가, 행정 및 보조 직원의 채용 등이 단위학교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실질적 기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실적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위원의 전문 능력이 필수적 요소이므로 이들에 대한 전문성 신장 지원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교육연수원 프로그램에는 학교 교직원만을 위한 프로그램만이 존재할 뿐, 운영위원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이의 개선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자율은 책임을 전제로 한다. 책임지지 않는 자율은 자율이 아니라 방종일 뿐이다. 그리고 책임지기 위해서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단위학교가 자율경영체제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능력을 갖추는 일 즉, 전문성 제고가 관건이 된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학교가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원인으로써 자율이 주어지지 않았다기보다는 자율을 수행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새 정부의 교육부문 운영 키워드가 ‘자율’과 ‘경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자율과 경쟁은 언뜻 다른 말인 것 같지만, 그것의 속성은 같다. 즉, 능력과 역량으로 표현되는 ‘전문성’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율을 누리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며, 경쟁하기 위해서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단위학교 자율경영의 성패는 단위학교가 어느 정도의 역량, 즉 전문성을 지니고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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