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 발표한 초·중등교육의 권한 이양 방침은 반길만한 일이다. 이로 인해 적어도 시ㆍ도교육청단위 또는 지역교육청단위의 특색이 살아날 것이고 단위학교의 책임경영이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단위학교의 특색을 살리는 교육을 하도록 하려면 학교장이 책임경영을 하도록 필요한 권한을 단계적으로 부여해주고 학교현장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현장에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에서 터득한 것 중 하나가 ‘아주 평범한 것이 진리’라는 생각이다. 식물이나 나무가 싱싱하게 자라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알찬 열매를 수확하려면 그 뿌리가 튼튼해야 하듯이 단위학교의 교육과정이 잘 운영되어야 교육이 활력을 얻고 살아난다는 것이다. 단위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학교장의 경영과 리더십,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단위학교도 초등, 중등이 차이가 있고 학교의 규모나 구성이 다양하고 대도시의 거대한 학교에서부터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까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지시와 감독으로는 자율적이고 특색 있는 학교경영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의 교육정책은 교육부에서 좋은 정책을 구상해도 이런 다양한 학교의 성장풍토를 고려하지 않고 좋은 결실만 얻으려는 성과주의 위주였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고 본다. 지금까지 자율경영이 전혀 안된 것은 아니지만 단위학교 책임경영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현재 학교현장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 앞으로 변화되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인지 필자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시·도교육청 지시 → 지원 업무로 첫째, 현행 학교경영시스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시스템의 변화에 앞서 단위학교를 책임지고 경영하는 학교장의 생각과 의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자율경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상부관청의 지시에만 의존하지 말고 단위학교 구성원과 함께 자율경영의 폭을 넓혀 나가되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부관청은 단위학교의 자율경영에 따른 권한을 선별하여 단계적으로 이양해야 한다. 그래서 단위학교의 특색이 최대한 살아나도록 지원해주고 관리해주는 시스템으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의 학교장은 교육청의 공문지시에 따라 자율경영보다는 단위학교에 대한 무한 책임만 지워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비슷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마치 공장에서 벽돌을 찍어내듯이 다양성이 부족한 교육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단위학교를 경영하는 데는 인적구성, 학교재정, 학교교육과정운영 등으로 크게 구분해 볼 수 있다. 단위학교 인적구성을 위해 학교장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 인사시스템으로 상부관청의 인사발령에 따라 학교의 인적구성을 하여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도 따른다. 교원들이 선호하는 가산점이 있는 학교는 그래도 인적구성이 좋은 편이나 가산점이 없는 학교의 경우 근무의욕이 저조한 교원이나 신규교사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부장교사 업무를 맡아 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이끌어갈 사람이 없어서 교육경험이 짧은 2급 정교사가 보직을 맡아야 할 정도이기 때문에 학교경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학교장이 많이 늘고 있다.
학교장에 부분적 인사권 부여를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교장에게 학교구성원의 필수요원인 부장급 교사를 선택하여 교원조직을 할 수 있도록 인적구성 권한을 부여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순환근무제에 따라 본인의 희망을 받아 교육청의 인사규정에 근거한 점수를 내어 순위명부를 작성한 다음 비교적 공정한 인사를 하고 있다. 단위학교의 탄력적이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교특성에 맞는 필요한 교직원을 확보할 수 있는 학교장의 인사권이 필요한 것이다.
정작 필요한 교원이나 일반 행정직원을 발령할 때 학교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인적 구성으로 인한 학교구성원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인사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학교 재정도 학생 수나 학급 수에 따라 획일적으로 예산을 배정해주는 시스템에서 단위학교의 실정에 따라 필요한 재정의 요구를 받아 교육청과 조율과정을 거쳐서 획일적인 배정이 아닌 지역과 학교여건을 고려한 신축성 있는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는 교육경비보조금도 시·군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므로 지역교육청에 일괄적으로 지원하여 교육청이 단위학교의 재정을 고려하여 예산요구에 따른 조정과정을 거쳐 타당성 있고 필요한 학교에 보조금을 지원해 주고 그 사용 내역만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주는 시스템으로 가야 교육재정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교권도 존중될 것이다.
자치단체 공무원이나 의원들에게 예산을 받으려고 머리를 숙이며 로비를 하는 행태는 결국 주민의 세금으로 행정기관이나 지방의회만 생색을 내게 해주는 꼴이다. 교육자치가 지방자치단체에 끌려가는 형국은 교육자치의 손상이요, 교권의 문제와 자존심과 맞물려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학교현장의 여론이 지배적이다. 학교교육과정 운영은 비교적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분야라고 볼 수 있다. 3월 1일자로 발령을 받은 학교장은 실질적으로는 전임교장이 수립해 놓은 학교교육계획을 가지고 단위학교를 경영하는 모순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교장 자문기구로 교무위원회 제도화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비슷한 교육계획이기 때문에 운영과정에서 수정해가면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더군다나 2학기에 승진이나 전보를 받아 부임하는 학교장의 경우는 한 학기는 단위학교 교장의 경영철학이나 교육관이 반영되지 못하고 운영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교원정년시기를 학년말로 일원화해야하는 문제와 맞물려 있어서 국가적 차원의 제도 개선이 수반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1년 단위의 교육과정을 정말 알차게 수립하여 운영하려면 교원정기인사를 새 학기가 시작되기 한 달 전인 2월 1일자로 발령해야만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자면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하여 졸업식과 종업식을 하고 봄방학에 들어가던 1∼2주의 기간을 1월 말로 앞당겨서 실시하고 인사발령에 따른 학생과 이임인사도 모두 마친 후 학생들은 2월 말까지 다시 방학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이 없는 이 기간에 새 학년도의 교내인사조직을 하고 새로 맡은 업무분장에 의해 새 학년도의 학교교육과정 계획과담당업무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또 새로 맡게 될 학생들의 실태를 미리파악하고 학교나 학급의 기본환경도 손질하여 새 학년도가 시작되는 3월에 신입생 입학식과 함께 아주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운영되도록 모든 준비를 2월에 하면 산뜻하게 새 학년을 출발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처럼 3월 한 달이 어수선하고 우왕좌왕하며 정신없이 시작하는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안정된 알찬 출발이 가능하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특별목적경비 편성할 재정권 보장해야 둘째, 단위학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각종 조직이 활성화 되도록 해야 한다. 현행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경영에 따른 행정적 측면이 강조된 조직이므로 학교 교육과정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학교장의 자문기구로 교무위원회를 제도화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단위학교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운영을 위한 특별목적경비를 편성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청의 지원 체제가 필요하다. 이러한 권한을 주어야만 교육수요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다양한 교육과정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자면 단위학교에 필요한 교원을 초빙할 수 있고 전임교원을 선택하여 교육과정운영에 참여시킬 수 있는 부분적 인사권도 주어져야 할 것이다. 학교의 업무가 증가하면서 행정실의 역할이 증대되었고 교원 외에 급식, 차량운행, 비정규직보조원 등 일반직 직원의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교장이 점차 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교원을 관리하기보다 어려움이 더 많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행정지원과 기능직 등의 인사이동 때는 학교장의 의사는 거의 반영이 되지 않고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인사발령을 내기 때문에 학교장의 권한이 전혀 없는 셈이다.
심지어 경력이 짧은 행정실장이 경력 25년이 넘는 교감과 동급으로 생각하거나 지시를 거역하는 잘못된 현상도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단위학교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일반직의 인사권한도 학교장에게 어느 정도 이양되어야 한다. 학교장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인사는 학교장이 힘은 없고 책임만 지는 무력한 기관장으로 만들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두도록 되어 있는 각종 위원회나 후원단체도 학교장의 자율권을 존중하여 필요한 것만 존치시키도록 권한을 위임해 주어야 한다. 천편일률적으로 위원회를 설치토록 하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위원회는 폐지시키도록 해야 한다. 물론 학교장이 독단으로 존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운영위원회나 교무위원회 등의 자문을 받아 학교장이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단위학교 자율성 침해할 법규 정비를
셋째, 단위학교 교육과정운영에 걸림돌이 되는 법규나 규제를 정비하여 자율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학교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교원의 목소리를 들어서 각종 법령이나 규칙을 손질하여 교육과정운영에 대한 자율권과 창의성을 단위학교에 더 확대해 주어야 할 것이다. 민족의 혼을 심어주는 기본공통 교육과정은 교육부에서 관리하고 지역교육과정은 지역의 특색을 살려서 창조적으로 운영하도록 재량권을 확대해야 한다.
수업일수와 시수도 초등은 더 줄여서 많이 가르치려는 욕심보다는 꼭 필요한 것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 흥미와 학업성취동기를 만족시켜주는 체험과 인성위주의 교육과정에 주력해야 한다.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더 많이 배우고 대학은 몇 배 더 공부하는 풍토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습관을 형성하며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할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 억눌려서 진을 빼버리면 학문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무한한 가능성의 싹을 말리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량휴업일 운영이나 반쪽으로 끌고 가고 있는 주5일수업제 등 국가수준에서 법령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조속한 정비가 이루어져야 학교단위 교육과정운영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청에서 주요업무계획을 수립할 때 많은 내용을 단위학교 교육과정수립에 반영하도록 요구하면 학교교육과정이 교육청단위로 대동소이해져 버린다.
단위학교의 특색을 존중하려면 학교현장을 어떻게 지원할까에 대한 계획을 지역별, 학교 급별에 따라 세워야 한다. 교육청단위 계획 중에서 학교에서 필요한 부분만 학교실정에 맞게 선택하고 가공하여 교육과정에 반영하도록 자율권을 부여해 주어야만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학교장의 의식변화 위한 연수 필요
넷째, 교육부나 교육청의 역할과 기능이 지시 관리감독 통제에서 단위학교를 지원해 주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교육격차해소를 위한 업무조정, 재정지원, 우수인적자원지원 등 좋은 정책을 개발 보급해 주는 조언자 상담자 지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단위학교 교육과정운영에 초점을 맞추어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교육의 꽃을 피우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위학교가 지역의 교육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하도록 지원해 주어서 평생교육의 센터로 지역사회학교가 거듭나야 한다.
단위학교 교육과정이 잘 운영되어 일반화시킬 때도 획일적인 행정력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단위학교에서 현장을 방문하여 꼭 필요한 부분만 벤치마킹하여 점차적으로 확산 보급되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다섯째, 단위학교 자율경영으로 학교장에게 권한이 이양되어 정착하려면 맡은 역할과 기능을 조정하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단위학교 자율경영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지금까지의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하여야 한다. 그러려면 연수나 연찬회를 통하여 학교장의 의식의 변화를 가져와야 하고 자율권이 주어진 만큼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육청이나 학교의 모든 업무가 전자문서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예전에 비해 너무나 편리해졌다. 그러나 학교를 경영하면서 항상 느끼는 점은 구성원 간의 인간적인 예절이나 최소한의 도리마저도 사라져가고 있다는 안타까움이다.
복무상황도 교육행정정보 시스템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연가, 병가, 특별 휴가 출장, 조퇴 등도 전자시스템의 편리성에만 익숙해져가고 있어 학교장이나 교직원간에 얼굴을 대하며 대화를 나누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동료의식이 소원해지는 단점도 있다. 인간이 기계에 예속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단위학교를 자율적으로 경영하자면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한데도 말이다. 이를 극복해 나가자면 학교장의 리더십이 더 강화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청의 권한을 무조건 단위학교로 이양하는 것이 단위학교경영에 도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 부담되는 각종 관리는 교육청이 예를 들면 학교의 잡종재산관리나 학생수 감소로 인한 통폐합으로 폐교된 학교의 관리 등 교육청에서 관리해야 할 것을 학교에 위임하고 있어 학교장에겐 부담이 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학교현장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관리부문은 교육청에서 관리해 주는 것이 단위학교를 도와주는 지원행정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장은 단위학교 교직원과 시설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기관과 유대관계 유지는 물론 축제행사나 동문회행사 참여 학부모와의 유대관계 등을 원만히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업무추진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힘들어한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단위학교 운영의 주요안건을 심의하며 학교발전기금을 접수 관리하는 기관으로 출발했는데 학교장을 통제하고 감독하는 기관으로 잘못알고 지역의 정치세력이나 특정단체와 연계하여 학교경영에 파행적으로 관여하며 학교장의 자율경영체제에 걸림돌이 되거나 권한을 약화시키는 위원회로 남아서는 안 되겠다.
도리어 학생과 교원의 복리증진과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단위학교의 교육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사회학교의 기관단체장으로서 학교장이 품위를 유지하며 존경의 대상으로 학교경영을 하기 위해선 학교장에게 재정운영재량권을 확대해 줄 필요가 있다. 그 다음은 상부관청으로서 지시, 감독, 통제로 교육행정을 펼치던 교육청의 관리시스템이 단위학교를 살리기 위한 상담, 지원, 격려자로 변신하여 일선 교육현장에 도움을 주는 후원 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에서 쥐고 있던 중앙의 권한이 교육청과 단위학교로 이양만 하면 단위학교 교육이 잘되고 금방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추락된 교권을 보듬어주는 것이 우선될 문제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고 청렴하고 투명한 학교경영으로 일반국민이 교원을 존중하도록 교육자부터 스스로 자정노력을 하여야 한다.
또한 학교장도 이제는 권한만 행사하려는 학교장이 아닌 단위학교 구성원과 대화로 협상하고 타협하며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교권이 존중되고 바로 서도록 교육정책을 펼쳐서 교원과 학생이 배움의 기쁨을 안고 꿈과 희망을 싹틔우고 활짝 펼쳐나가는 행복한 학교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