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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자살 위험 학생 조기 발견이 관건

자살은 생명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후속 처리를 빨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는 언뜻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칫하면 눈앞의 사건에만 관심을 쏟음으로써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는 안일한 태도이다. 어떤 문제이든 그렇겠지만 특히 자살은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부터 청소년의 자살 현황을 알아보고 예방법을 생각해 보자.

누구나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든 낙엽을 보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고들 한다. 장례식장에 가면 평상시 생각도 않던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또한 특정한 날씨, 장소 등의 영향으로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일상들 중에 어떤 상황과 사건이 맞아떨어지는 경우 어떤 사람에게는 그 일이 예민한 부분으로 작용하여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청소년들에게는 이러한 상황들이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때가 많다.

교실 내 위기상황은 증가 추세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남학생 한 명이 바닥에 널브러진 채 죽겠다고 되뇌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학생은 바로 전 수업시간에 반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한테 혼이 났다고 했다. 그러더니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창문으로 뛰어내리려는 시늉을 하면서 죽겠다며 칼을 달라고 소리를 질렀고 바닥에 드러누웠다고 한다. 아이들은 무서워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선생님도 이 학생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보건실로 학생을 옮긴 후 응급차를 불러 그 학생을 인근 대학병원 정신과로 보냈다.
이런 경우는 병원에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고, 여러 가지 진단 후 이상이 없음이 확인되면 보호자의 동의 후 환자를 내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학생은 다음 날 전날과는 달리 단정한 모습으로 등교했고 다른 학생들은 걱정은 됐지만 무어라 물어 볼 수 없어 난감한 표정들이었다. 최근 들어 이런 일이 교실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위기 상황에 대처

자살은 생명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후속 처리를 빨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는 언뜻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칫하면 눈앞의 사건에만 관심을 쏟음으로써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는 안일한 태도이다. 어떤 문제이든 그렇겠지만 특히 자살은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부터 청소년의 자살 현황을 알아보고 예방법을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원인을 살펴보면(표 1 참고) 전체 사망률 중 자살이 20대 1위, 10대 2위로 청소년 자살 사망률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초·중·고등학생의 자살사망 원인 현황’(표 2 참고)을 보면 가정불화/우울(비관)/성적비관 순으로 나타나 가정의 붕괴와 심리적인 문제 그리고 성적에 대한 압박 등이 주요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현황은 현재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선진국도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자살 사망 원인에 가정불화와 성적비관이 포함된 것은 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20·30대 사망원인 1위, 10대 2위가 자살

청소년 자살에 영향을 주는 위험 요인은 크게 개인적 요인과 가족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교사들은 다음에 제시하는 요인들을 살펴보고 다른 학생에 비해 위험요인이 상대적으로 높고 복합인 학생은 신뢰할 만한 청소년상담기관에 의뢰하거나 소아청소년정신과에 가족치료 등을 소개하는 것이 좋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학교 교직원들을 위한 자살예방 자료를 보면 다음과 같다.


■ 개인적 요인
*불안정한 기분
*분노 또는 공격적 행동
*반사회적 행동·강한 충동성
*경직된 사고와 대처방식
*무가치감과 과대 망상적 환상이 빈번함
*불안, 특히 가벼운 신체적 불편이나 쉽게 실망감을 느낌
*내적인 열등감과 불확실감 : 표면적으로는 학교 친구들, 부모와 다른 성인들에 대한 과도한 우월 의식, 거부감, 또는 도발적 행동으로 과장됨
*불확실한 성 정체성
*우울증·자살 시도

■ 가족요인
*부모의 정신병리 : 정서 장애나 기타 정신 장애
*가족 구성원의 알코올 중독과 약물남용, 또는 반사회적 행동
*자살이나 자살시도에 관한 가족력
*폭력적이고 학대적인 가족(아동에 대한 신체적·성적 학대 포함)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부모/보호자의 불충분한 양육
*긴장과 공격성을 동반한 부모/보호자의 빈번한 갈등과 싸움
*부모/보호자의 이혼, 별거, 또는 사망
*낯선 주거 환경으로의 빈번한 이동
*부모/보호자의 지나치게 높은/낮은 기대 수준
*부모/보호자의 부적절한/과도한 권위적 행동
*자녀의 정서적 고통, 거절 또는 거부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대처하기에 시간이 없는 부모/보호자
*입양 가족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교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교사들이 학교 내 자살 예방을 위해 유의해야 할 점만 잘 지켜도 자살이라는 위기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자살은 우울한 기분으로 있다 돌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 상황 전에 항상 자살을 암시하는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살에 대한 암시’만 주목해도 예방 가능해

*대인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에게 실수나 잘못에 대한 지적보다는 칭찬과 격려로 대해야 함
*학생들과 친밀감을 갖도록 대화를 많이 하고 그들에게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계속 시켜야 함
*기초학습 부진/갑작스러운 학업 부진 학생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으로 지도하고 계획세우기
*무단결석/지각/가출하는 학생들에 대해 관심 갖고 대하기
*인터넷/흡연/약물 중독 등에 빠진 학생에 대해 치료 프로그램 연계하기
*우울증/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등 정신적 문제가 있는 학생을 전문가에게 의뢰하기
*자살 수단(독성 물질과 치명적 약물, 농약, 칼, 옥상 출입 등)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 제한하기
*자기 자신, 자신의 상황, 그리고 성취에 대한 자신감 불어넣기
*학생들에게 어려운 일 발생 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임을 각인시키기
*다른 사람의 경험과 해결책을 잘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하기
*급우들과 친밀감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만들기


즐거운 학교생활 풍토 마련이 우선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자살에 대한 예방책으로는 우선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교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이다. 학교 안에 학생을 위한 휴게실(학생카페) 운영, 생일파티 이벤트 등을 열거나 청결하고 아늑한 환경을 조성한다면 학생들이 학교를 좀 더 편안하고 쉴 수 있는 곳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전문상담교사, 학교사회복지사 등의 전문 인력이 학교 내에 배치되어야 한다. 전문기관을 통한 자살 예방 교사연수가 형식적이지 않아야 한다. 전문적인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자아존중감, 생명존중 등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 내 위기지원 체계가 잘 구축되어야 한다. 청소년 전문기관(청소년수련관, 복지관, 청소년상담실 등), 경찰서, 병원, 정신보건센터와 협약을 맺고 학교 밖에서의 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해야 한다.
다음은 위기 상황이 학교 내에서 일어난 경우의 대처법이다.

1) 교내에서 자살을 시도했거나 자살이 일어났을 때, 추가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는 교직원 특히 담당 교사, 학생의 친구들, 가족에게 어떤 식으로 그 사실을 통지할 것인지에 대한 응급 계획을 미리 세워 놓아야 한다.
2) 자살의 전염 효과를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은 누군가 자살을 시도했거나 자살했을 때 그것이 자신의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3) 자살한 학생의 학급이나 다른 학급에서 자살할 위험성이 높은 모든 학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살한 학생과 알고 지냈던 학생들만 추가 자살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학생들도 자살한 학생과 동일시해 자살할 수 있다.
4) 학생의 자살 시도나 자살 그리고 심리적 고통에 대해 학생의 친구들, 교직원, 부모에게 적절히 통지해야 한다.

끝으로 간단하지만 학생들과 같이 해 보면 좋은 것 한 가지를 제시하고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오!아!시!스!’라고 한 글자씩 발음해 보는 것이다. 굳었던 얼굴이 좀 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선생님 자신이다. 자신이 먼저 소중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인식으로 나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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