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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도대체 어느 나라 학교야?"

영화와 드라마에 비친 학교, 학교 이야기


학교를 주제로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점차 늘고 있다. 영화 '여고괴담'을 비롯해 '두사부일체', '선생 김봉두', 드라마로는 '학교' 시리즈, '로망스', 최근의 '상두야 학교 가자' 등이 학교를 무대로 삼고 있는 대표작들이다. 학창시절이란 누구에게나 있는 공통분모이기에 청소년들은
동질감을, 기성세대는 아련한 향수를 느끼며 손쉽게 눈과 귀를 빼앗기곤 한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가 묘사하는 학교의 모습은 대부분 현실과 많이 동떨어졌을 뿐 아니라 부정적인 면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높다.

중·고등학생들이 초임으로 발령받은 교사를 짝사랑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은 오래 전부터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99년에 방송된 '사랑해 당신을'이란 드라마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선생님을 좋아했던 여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결국 결혼에 성공하는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내용이 지나치게 대담해지고 있다. '로망스'에서는 남학생이 여교사의 이름을 부르며 쫓아다니고 교실에서 키스하는 장면까지 내보내 많은 교사들로부터 '터무니 없이 비현실적이다', '교사상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TV에서 방영 중인 '상두야, 학교 가자'에서도 선생님을 사랑하는 제자가 등장한다.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첫사랑이었던 여자친구가 선생님이 된 것을 알고 그 학교에 학생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을 했지만 마냥 철없어 보이는 여교사와 제자의 연애담은 로망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여고괴담'은 개봉되자마자 한여름밤 공포물의 심야상영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관객몰이에 성공했지만 그 내용은 많은 일선 교사들의 반반을 불러왔다. 폭력에 가까운 교사의 체벌이나 성추행 등 교권을 땅에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사부일체'에서는 아예 '조폭' 출신 학생을 등장시켰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억대 기부금을 들이며 학교에 들어온 조직폭력배는 학교재단과 교사들의 비리에 맞서는 '투사'로 변신한다.

영화 '선생 김봉두'는 촌지를 밝히다가 시골 학교로 쫓겨난 교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순수한 시골 아이들의 모습에 자기 안에 숨겨진 사도정신을 찾아간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지만 결국 이전의 김봉두 선생은 돈만 밝히는 속물일 뿐이다.

드라마 '학교'는 몇 번의 시리즈로 이어지며 청소년들의 인기를 끌었다. 집단 따돌림이나 가정형편의 어려움으로 고민하는 학생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청소년들의 실생활을 보여주려 했기에 다른 드라마나 영화처럼 왜곡된 상황 설정은 비교적 덜한 편이었다. 그러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교사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에게 비인격적인 발언이나 체벌을 서슴지 않다가 학생의 신고로 경찰서로 끌려가는가 하면 학부모의 촌지를 기다리기도 한다.

일선 교사들은 이처럼 학교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충북 연풍중 한병국 교사는 "폭력적이고 학교를 쉽게 자퇴하고 흡연이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며 여교사를 무시하고 선생님을 비하하는 프로그램이 흥미 위주로 꾸며지고 있다"며 "쉽게 생각하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현호 경기 안양외고 교사는 "학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너무도 사실을 왜곡하고 극적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쉽다"면서 "비현실적인 내용이 공교육을 불신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현중 이창희 교사는 "학교에서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므로 그냥 드라마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 않아도 교육이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데 제3의 요인 때문에 교육계가 더 망쳐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영화나 방송의 파급력에 대한 제작진의 충분한 현장검증과 비판의식이 아쉽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영석 서울 봉천초 교감은 "청소년들이 접근하기 쉽다는 점을 감안, 학교현장을 무대로 하는 드라마는 윤리적인 점까지 고려할 정도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면서 "마치 학교에 무수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 약수초 강수경 교사는 "촌지교사나 벽지학교 발령, 방만한 교육과정 운영 등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에 황당하다"면서 "영화나 드라마가 일반인들의 교사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장 교사들의 고증을 거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대다수 교사들은 학원폭력이나 부정부패, 황당한 사랑 타령 등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내용 대신 '있는 그대로의 학교' 드라마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경북교육과학연구원 서인숙 교사(안동여고)는 "우리나라의 풍토상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영화는 만들 수 없나"면서 "일생을 거쳐 이어지는 사제간의 사랑이나 친구와의 감동적인 우정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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