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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이 소외된 학생을 포용하는 계기 됐으면…”

2004년부터 탈북청소년을 교육해 온 서울 여명학교가 지난 3월 22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정식으로 대안학교 인가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 이후 첫 인가 케이스로, 완화된 규정에 따른 미인가 대안학교의 제도권 진입에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 우기섭 교장은 “그동안 재정적 어려움으로 수차례 폐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앞으로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한결 나은 교육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가받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우선 여명학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저희 여명학교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도시형대안학교로 지난 2004년 개교했습니다. 초등학교 과정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있는데, 이번에 인가를 받은 부분은 고등학교 과정 50명입니다. 한 학급 인원은 10명 내외고, 학생들의 연령은 16세에서 25세로 일반학교에 비해 연령층이 꽤 높은 편입니다.”

규정 개정 후 인가를 받은 첫 학교가 됐는데, 인가받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우선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대안학교의 설립 ·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준 교과부를 비롯해 학교부지에만 학교를 설립할 수 있었던 제한 규정을 개정해 준 국토해양부 관계자 분들과 지금까지 여명학교를 지지해주신 여러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주께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장기임대계약을 맺어주시고 건물의 용도도 학교 설립이 가능한 연구시설로 변경해 줬을 뿐 아니라 장애인 시설 설치를 위한 리모델링까지 선뜻 허락해주셔서 인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도심에 위치한 이 건물의 부동산 가치를 생각하면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가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습니까?
“대안학교설립운영위원회에서 여러 위원들이 이것저것 정말 자세히 따져 물어 힘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특히 기독교계 학교여서 그런지 종교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하진 않을지에 대해 꼼꼼히 살피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안 교육을 해 온 입장에서 규제 완화가 비정상적 대안학교의 난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좀 덜어졌습니다.”

그동안 운영해 오시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노력해 왔지만, 미인가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수차례 문을 닫을 뻔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하루도 학교운영이 멈춘 적은 없습니다.”

인가를 받아도 재정지원이 보장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바로 해결되진 않겠지요. 하지만, 정부에서 정식학교로 인정했으니 앞으로 기본운영비와 인건비는 지원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좀 더 욕심을 갖는다면, 통일부 등 다른 부처에서라도 학생들의 생활비를 좀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상당수 학생들이 편부 · 편모 가정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고 몇몇 학생은 아예 연고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점을 정책 담당자들이 좀 고려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생활이 어려워 학비 마련이 힘들 것 같습니다.
“현재 연간 학비는 20만 원입니다. 학생들의 여건을 생각해 무료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러면 학교를 다니는 것에 대한 애착이 줄어들 것 같아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고치기 위해, 매월 개근을 하는 학생들에게 4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상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받는 학비로는 이것도 충당할 수가 없죠.(웃음)”

작은 학교에 다양한 학교급과 연령층이 모여 있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현재 저희 학교는 13명의 교사가 고등학교 4개 반과 중학교 1개 반, 초등학교 1개 반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 수는 많지 않지만, 다양한 학교 급의 여러 학급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죠. 더구나 정상적인 학령을 훨씬 넘긴 학생들의 빠른 진학과 사회진출을 위해 저녁 6시까지 보충수업도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을 위한 마음으로 묵묵히 맡은 일을 해주시는 여러 선생님들께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나이가 많고 남북의 교육과정에 차이도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습니까?
“학생 대부분이 학령을 훌쩍 넘겼고, 경제적 어려움도 있어 빨리 학업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에 적응이 완벽하지 못하고, 북한에서 학교교육을 아예 받지 못했거나, 고등학교를 다니다 왔어도 교육수준에 차이가 있어 재교육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온건한 양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 되도록 하는 데 우선적인 초점을 둡니다.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 교과 공부에 실력도 크게 향상되죠. 교과는 개개인의 실력에 따라 초등반부터 고등반까지 수준별로 배정해 가르칩니다. 학생들의 실력을 우리나라 기준에 정확히 맞춰 나눌 수 없어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가변적으로 편성하는데, 기본적으로는 고등과정은 2년, 중등과정은 1년 만에 수료하도록 운영합니다.”

사회적응에 초점을 두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까?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북한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은 자유가 주어져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황해 생활 자체가 불규칙해집니다. 사람으로서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학생도 있죠. 또 말이 통하는 것 같아도 남북의 어의(語義) 차이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탈북과정에서 입은 심리적 외상도 큽니다. 그래서 저희 학교에서는 음악치료, 심리치료 등 학생 심리 상담을 인성교육 프로그램과 병행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학생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현장체험학습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교 위치를 이렇게 도심지에 정한 것도 학교를 오가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격주로 토요일에는 호스피스 병동이나 장애우를 방문해 간호하고 쪽방에 도배를 하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을 소수 약자로 생각하던 학생들이 건전한 시민의식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갖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도 쉽게 해결하기 힘든 벽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이유 없이 폄하한다거나 지나친 동정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 모두 당사자에게는 부담이 됩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학생들도 많이 노력해야겠지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되도록 표준말을 쓰라고 합니다. 단순히 북에서 온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러라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으로 사회에 융화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탈북 경험에 대해서는 숨기기보다는 어려운 과정을 견뎌낸 증거로 생각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할 것을 권합니다.”

졸업 후 학생들의 진로도 궁금합니다. 이미 사회에 자리를 잡은 졸업생들도 있을텐데.
“저희 학교 학생들도 졸업을 하면 일반 고등학교처럼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격증 취득을 통해 전문 직종에 빨리 취업하고자 4년제 대학보다는 2년제나 3년제를 선호합니다. 몇몇 졸업생들은 이미 좋은 직장을 구해 온전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교사와 제자 간에 유대가 끈끈해 졸업생들이 자주 찾아오는데, 잘 적응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교사들이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계속 우리나라 교육체계 안에서 공부해 온 보통 학생들에 비해 입시준비 기간도 짧고, 생활도 넉넉지 않은데 대학 진학에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탈북청소년을 위한 특별전형이 있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서강대와 한동대는 담당 교수를 두고 체계적으로 학생들을 관리하는 모범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탈북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대학들도 이런 사례를 도입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학비는 정부와 대학에서 보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4년제 국립대는 전액 정부에서 보조하고, 사립대는 정부와 학교가 50%씩 지원합니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이 선호하는 2년제 대학은 정부가 50%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학생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정책 담당자들의 고려가 있었으면 합니다.”

탈북청소년 교육과 관련해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탈북청소년은 점점 늘어가는데, 우리 교육은 아직 이들을 끌어안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아이들을 그냥 방치하면 결국 사회에서 낙오돼 사회적 부담이 되겠지만, 잘 가르쳐 남과 북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도록 한다면, 통일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저희 여명학교의 정식 인가가 탈북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소외된 청소년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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