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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것보다 더 힘든 학생 생활지도

요즘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 생활지도가 더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학생 생활지도는 통제 불능 상태이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엄연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동시에 학생들은 정신적 미성숙자로서 ‘교육 · 훈육 대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윤완 경기 오산고현초 교장

오늘날 사회가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전통적인 가치 체계가 흔들리고, 청소년의 비행은 날로 조직화 · 폭력화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갈수록 생명 경시 풍조, 인간 소외, 공동체 의식 결여, 이기주의의 만연 등 도덕성의 타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오늘날의 학교교육은 공교육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채 경쟁적 입시교육으로 인한 학교 병리 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학교 부적응 및 비행 학생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학교교육의 중요한 역할은 학생의 지적능력 개발과 인성교육을 통한 건전한 인격체로서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급격한 산업화와 지식정보화시대를 거치면서 사회적 · 경제적인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교육환경은 교육과정, 교사관, 학생관, 학력관 등 가치관의 재정립을 서둘러야 하는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즉, 과거 전통적인 학교교육의 틀로는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광범위한 교육적 역량을 발휘하는데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학생 일탈현상 이미 심각한 수준
현실적으로 학교는 학생들의 지력증진과 인성교육이라는 두 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하며, 효과적이고도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요즘 대부분의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학생 생활지도가 더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한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학생들의 일탈현상들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생활지도 상의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교실에서의 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학생의 자퇴와 자살, 교사에 대한 폭행, 학생들의 음주 · 흡연, 교사의 정당한 교육적 지도에의 불복과 도전, 학생 간의 폭력, 집단 따돌림,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 등 학교 내외를 막론하고 도처에 생활 · 인성지도의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의 학교 현장에서 볼 수 없는 뚜렷한 변화다. 학교가 사회와 학교문화의 변화에 따른 생활지도의 대응책을 적절히 마련하지 못한 측면도 있으나, 사회적 가치관의 이중적 갈등 구조에서 기인했다고도 할 수 있다.

본래 생활지도는 학생 각 개인이 가능한한 자신의 노력으로, 자기가 지닌 성장가능성으로서의 능력과 흥미 등을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발전시키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사들은 생활지도의 본래 목적을 추구하기보다는 학생에 대한 제어와 통제에 급급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에서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조력하기보다는 우선 당장 학생들의 일탈과 반항 현상들을 해소하는 데 단기적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학교 사회의 변화를 인정하면서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는 가치 지향적 인성교육이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인 학생생활지도는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학생 통제 수단 없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사 628명을 대상으로 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교사들은 교직 생활에 따른 주요 스트레스 요인으로 ‘교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25.3%), ‘과중한 수업부담과 잡무’(23.7%),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의 태도’(15.5%)에 이어, ‘교과 · 생활지도의 어려움’(15.0%) 등을 호소하는 교사가 많았다. 이와 같이 학생생활지도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은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학생 문화의 변화, 매스컴, 소통부족으로 인한 인간관계의 단절, 자율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부 시 · 도교육청에서 마련한 ‘학생인권조례안’은 과거의 지시 · 감독 · 통제 위주의 학교문화를 자율적 · 인격적 문화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지도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의 자율권 및 개성신장, 체벌금지, 교육활동 참여권, 자치활동의 보장 등은 학교로 하여금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많다. 특히 의무교육인 초 · 중학교의 경우 퇴학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심각한 일탈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비행을 일삼는 학생들이 학교의 징계조차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등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은 오늘의 학교교육 현실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통제 불능 상태의 교육 현장 될 우려 커
이런 우려는 과거 학생의 자율화 요구에 따라 나타난 현상을 하나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우리나라는 근대교육 이후, 1982년 이전까지만 해도 중등학교 학생들은 각 학교의 특성에 따라 획일적으로 교복을 착용했다. 그러나 1982년 학생들의 개성과 자율성을 무시한다는 지적과 일제의 잔재 청산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주 1회 사복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1983년에는 당시 문교부가 학생의 교복자율화 조치를 시행해 중 · 고등학생들이 교복 대신 자유로운 복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성숙한 학생들은 교육 · 훈육의 대상
그러나 학생의 교복자율화 이후 사복을 착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문제(빈부격차로 인한 위화감 조성, 탈선 증가 등)로 인해 시행 2년 뒤인 1985년부터 복장 선택 권한을 학교장 재량에 따라 하도록 다시 바꾸었다. 이후 교복이 다시 등장했으나 전처럼 디자인에 제한을 두지 않아 다양한 모양의 교복이 나오기 시작했다. 많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칙에 의한 교복을 입지 않았을 경우에는 벌점을 부과하는 등 일정한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특히, 교복 자율화만 보더라도 계층 간의 위화감 조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두발길이 및 두발 유형(파마나 염색 등)에 대한 자율화는 일시적인 충동과 감정에 치우칠 수 있는 미성숙 학생들의 개성을 발현시켜 주기는 커녕 오히려 몰개성적 통제 불능 상태의 교육현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바가 크다.

물론 학생들도 엄연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동시에 학생들은 정신적으로 미성숙자로서 ‘교육 · 훈육 대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생 자율성의 신장 측면만을 강조하다 보면 학교는 학생지도에 있어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학습 및 생활지도에 있어서 학생들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기인한 편견적인 표출이 있을 때에는 학교와 교사로서는 학습 및 생활지도에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즉,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이 분출되어도 학생의 훈육과 지도에 있어 효과적인 대체 방안이나 프로그램이 쉽게 마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권 보장만큼의 책임도 따라야
학교교육에서 학생의 인권은 기본적으로 충분히 보장되고 존중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또한 학생들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은 미성숙의 인격체이므로 사회와 학교, 가정에서 보호받고 훈육 · 지도되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려는 이상적 사고에 앞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학생들의 인권 신장에만 일방적으로 초점을 맞추지 말고, 학생 신분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자율에 따른 책임이나 준법정신도 함께 키워줄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학생 생활지도를 위한 방법이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균형감을 상실한 학생인권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자칫 학내 문제 해결에 있어 학생 교육의 최후 보루인 학교가 그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할 것임이 틀림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학생들의 자율과 권리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학생 본분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학생들의 자율과 권리 부여와 피교육 대상자로서의 학교에 의한 교육과 훈육의 정당성이 담보될 수 있는 교사의 교수권 보장 등 균형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사의 교수권 보장 필요해
교육은 현실에 바탕을 두면서 미래를 지향하는 사회공동체적 사업이다. 교육공동체 구성원 간의 상대적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상호존중과 협력이 이루어질 때, 학생들은 그 안에서 최선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학교가 직면하고 있는 생활지도의 현실적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생활지도의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학생의 자율적이고도 민주적 시민의식을 배양하기 위한 학교와 학생 간의 양립적 가치 추구의 학생생활규정 제정이 필요하다.

둘째, 학교 내 갈등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단위학교 차원의 ‘학교-학생 간 갈등 문제 해소 위원회’의 설치가 요구된다.

셋째, 학교는 권위적, 비교육적인 과도한 학생 체벌, 언어폭력, 학생 규제 등의 문제를 학생, 학부모, 학교 간 협의 구성체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학생 인격형성의 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학생 스스로 하나의 인격체로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학생 본연의 책임과 준법정신 함양을 위한 ‘학생 생활 규범집’ 등의 표준화 된 매뉴얼을 시급히 개발 · 보급해야 한다.

청소년기는 자아정체감(Ego-identity)의 형성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시기이다.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학교와 가정의 틀 안에서 큰 영향을 받는다. 학생들은 사회구성원과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완전한 신뢰감을 형성할 때 자아정체감과 독립성이 제대로 발달한다. 그것은 또 학교와 가정, 사회적으로 매우 견실하게 지탱되어야 한다.

지금, 학교의 교육적 역할이 강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생에 대한 생활인성지도 역할의 약화는 건전한 인격을 갖춘 성인으로의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비행 학생들을 위해 선도위주의 훈화와 상담교육 강화를 통한 인성교육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 윤완 경기 오산고현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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