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에서 보수를 표방했던 이명박 후보는 당시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로 승계된 진보적 성향의 정치 이념과는 모든 면에서 대립각을 세웠다. 이것이 바로 시장주의를 기반으로 한 자율과 경쟁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었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교육 관련 공약의 키워드도 자율, 책무, 선택, 경쟁, 다양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교육공약의 핵심 전략은 규제 중심의 관치 교육을 자율화 · 다양화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정부에서 교육의 형평성을 강조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교육의 수월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온 구체적인 공약이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대입 3단계 자율화, 영어 공교육 완성, 기초학력 미달 제로 플랜, 대학관치의 완전철폐, 맞춤형 국가 장학제도 구축이었다. 이러한 교육공약들은 대통령 취임 전 인수위원회 단계에서 일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문제가 제기돼, 일부 세부 내용들이 조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이명박 정부의 집권 전반기에 추진된 교육정책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교육정책의 근간 이루고 있는 대선 공약 이명박 정부의 집권 전반기 교육정책이 이러한 교육공약 추진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교육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교육공약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선공약의 키워드들이 얼마나 빛을 발하고 살아났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지나치게 자율과 경쟁을 부추겨 오히려 교육발전이 퇴보하고, 학교현장의 혼란만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이 극에 달한 것은 바로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일것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나타난 결과를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실패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현 정부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6명이나 나왔다는 것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이 집권 후반기에 교육정책을 실천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선순환구조로 이루어지지 않은 학교자율화 조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학교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온 정책 중심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학교 현장과 연계해 가장 먼저 단행되기도 했고, 가장 많은 비판의 화살을 받았던 정책이 학교자율화 조치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2개월도 안 돼 단행된 정책으로 그 주요 핵심은 교육과학기술부가 가지고 있던 초 · 중등교육에 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시 · 도교육감에게 대폭 이양한다는 것과 교육관련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학교가 학생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도록 배려한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학생의 성적에 따른 우열반 편성 운영, 0교시 및 야간 보충수업의 자율 운영, 방과 후 학원 강사 수업 허용, 사설모의고사 금지 규정 폐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학교자율화를 위해 학교 규제 29개 항목을 즉각 폐지하고, 2008년 12월 31일까지 515개 규제 중 시 · 도교육청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188개 항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폐지한다는 것이었다.
학교자율화 조치는 그동안 교육자치제를 시행하면서도 오랜 기간 중앙집권적인 교육행정체제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 교육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조치였다. 학교자율화 조치의 큰 방향은 학교운영의 권한을 학교장에게 넘겨주고 국가는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것이었다. 학교가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 등 학교운영에 관한 권한을 학교장 등 학교구성원에게 돌려주고, 초 · 중등교육에 관한 교육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학교자율화 조치는 학교장에게 학교를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교육감에게는 교육자치권을 부여해 각 시 · 도 실정에 적합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바람직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자율화 조치는 학교 운영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선순환구조로 이루어지지 않아 또 다른 변형된 형태의 관치 교육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교육 자치와 함께 교육감에게 너무 많은 책임과 권한이 이양되어 교육청 수준에서 학교현장을 옥죄는 많은 교육정책들이 여과 없이 현장에 내려오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학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장의 책임과 권한의 한계가 불분명해 학교장과 교사 사이에 갈등이 더 심화되는 현상도 쉽게 목격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대에 못 미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둘째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이었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이다. 내용은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공립고 150개, 그리고 마이스터고 50개를 설치하는 계획이었지만 현재 자율형 사립고 50개, 기숙형 공립고 102개 그리고 마이스터고교 21개를 지정 · 운영하고 있다. 수적으로도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는 50%에도 못 미칠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원래의 정책 목표를 성취하는 데 훨씬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자율형 사립고교는 학생의 학교선택권과 학교의 학생선발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내용이지만 추진과정에서 그 내용이 변형돼 자율형 사립고교 도입의 취지가 퇴색되고 말았다. 다만, 농촌형 기숙형 공립고교 경우에는 차별화 전략에 따라 학교별로 일부 도시의 우수한 인재들이 입학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모처럼 농촌 학교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스터 고교는 산업체와 연계해 현장감이 있는 우수한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아직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아 평가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학진학을 위한 또 다른 통로로 활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입학사정관제에 ‘올인’ 하는 대학자율화 셋째는 대입 3단계 자율화를 포함한 대학 자율화 정책이다. 대입 3단계 자율화의 핵심 내용은 1단계는 학생부와 수능 반영비율의 자율화이고, 2단계는 수능 과목 축소이며, 마지막 3단계는 3불 정책 폐지를 포함한 대입 완전 자율화이다. 그리고 대학입시를 포함한 대학 자율화와 관련된 많은 업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이양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대학 자율화를 위한 업무 이양은 현재도 추진 중이지만 대입 3단계 자율화는 대입 정책을 관장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물론 대입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그리고 대학들까지 오로지 입학사정관제 확대에 올인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입학사정관제는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면서까지 확대를 유도하고 있어 대학에 대한 또 다른 관치로 비춰지고도 있지만 마치 대입 자율화는 물론이고 사교육까지 이것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여론의 뭇매 맞은 학업성취도평가 넷째는 기초학력 미달 제로 플랜을 위한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이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해당 학년 학생의 5%만 표본으로 추출해 실시하던 학업성취도 평가를 2008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전체로 확대 실시하게 되었다. 이 정책은 학교와 교사의 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써 학교장이나 교사에게 많은 부담을 주는 정책임에 틀림이 없다. 심지어 학업성취도 결과를 교육청별로 공개함에 따라 각 시도교육감에게는 물론 교장이나 교사들에게 그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 부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일제고사’로 폄하되어 일부 교사들이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빚기도 했다.
이상의 대선 당시 공약 중심의 교육정책 이외에도 현 정부는 집권 전반기에 하루가 멀다고 많은 교육정책을 쏟아 냈다. 이외에도 수업공개 연 4회 의무화, 교육과정의 개정과 시행, 집중이수제 도입, 교육과정 운영 자율화 등 많은 교육정책들이 학교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교육정책 추진에서 많은 문제점 드러내 대선 공약을 포함해 이렇게 현장에 쏟아진 많은 교육정책들이 학교 현장에 뿌리내려 변화를 이끌어 내고, 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통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며, 부분적으로 사교육을 완화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집권 전반기는 교육계 내외의 갈등과 대립으로 대선 공약 당시의 교육정책이 후퇴되거나 퇴색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육정책의 입안 및 추진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교육적 소신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확산된 교육 평등론에 밀려 대부분의 교육정책들이 학교 현장에서 대립과 갈등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학교자율화는 미친 교육, 학업성취도 평가는 일제고사, 자율형 사립고는 귀족학교로 이어지는 비판과 사회적 저항에 밀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가치가 퇴색되었다. 결국 이러한 교육정책의 대립과 갈등 양상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러왔다.
둘째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들은 그 정책의 교육적 목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정책의 수단이나 방법이 목적을 대신하는 본말전도 현상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교육에 지나치게 시장논리를 내세우는 것에서부터 자율, 경쟁, 책무, 다양성 이 모두가 교육정책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거나 방법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경쟁을 통해 학력을 신장 시키겠다지만 인성교육이나 인간교육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셋째는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이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을 관리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교육정책을 입안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있어 왔다. 또한 정부는 교육을 관치에서 자율로 전환하는 것을 대전제로 하면서도 각종 교육정책들을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과정을 잘 거치지 않고 상명하달식으로 일선학교에 내려 보내기 일쑤였다.
넷째는 교육정책의 속도 조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한꺼번에 일방적으로 그것도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빠르게 쏟아내는 특징이 있다. 학교자율화만 해도 학교 현장이 자율을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자율화할 수 있는 준비가 됐는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마지막은 교육정책의 주체에 대한 혼란이다. 국가가 개입해야 할 교육 정책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혼란이 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대명제는 관치에서 자율로의 전환 그리고 교육정책의 분권화이다. 중앙정부는 교육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하고 초 · 중등교육은 각 시 · 도교육청과 학교, 그리고 대학교육은 대학교육협의회와 대학에 이양하거나 일임하는 것이 대원칙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교육정책이 중앙정부 수준에서 입안 · 추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교육정책과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교육정책이 마찰을 불러와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책 혼선이 학교는 물론 학부모들까지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교육정책의 현장 착근이 중요하다 이제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이명박 정부는 대선에서 공약한 교육정책의 미진한 부분도 보완해야겠지만 지금까지 추진한 교육정책이 현장에 잘 착근되어 학교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자율과 경쟁을 통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제고 하고, 교육의 수월성을 확보한다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즉, 대선 공약 당시의 교육정책 기조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물론 교육의 평등론이나 형평성을 지지하는 집단과의 갈등과 대립이 지금과 같이 심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21세기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교육의 수월성이고 공교육의 경쟁력 확보라면 지금까지 추진하고 있는 학교자율화, 고교다양화, 대학자율화, 대입 완전 자율화 등의 정책기조를 우회 없이 정면 돌파하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지난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에서의 교육정책 기조인 교육의 평등성이나 형평성은 수요자 중심 교육을 지향하는 반면 자율과 경쟁의 정책기조인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수요자 중심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일부 계층의 교육수요자를 위한 교육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따라서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정책, 교육복지 정책의 추진 등으로 이러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모든 교육정책을 수요자 입장에서 재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 정책 추진보다 교육정책 완성을 목표로 해야 셋째,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청에서의 상명하달식 교육정책 추진보다는 학교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학교교육의 혁신과 변화가 일어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미 학교자율화 조치가 단행되었고 일부 학교에서 현장으로부터의 교육혁신과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 현장의 혁신과 변화의 움직임에 정부나 교육청이 개입하면 관 주도로 빠지게 된다. 그래서 정부나 교육청이 개입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행 · 재정적인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이 정부가 모든 교육의 문제를 일격에 해결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교육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현재까지 추진된 교육정책을 잘 완성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현장에서 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교육정책들은 현장에 잘 착근이 될 수 있도록 모든 행 ·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사교육 문제 해결과 같은 정책은 장기적인 구상을 요함으로 정권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 입안 과정에서 소통이 부재했던 교육정책은 추진 과정에서라도 소통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즉,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와 학부모,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육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정책의 추진 과정에라도 꼼꼼히 점검해 문제가 있거나 현장 착근이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과감하게 궤도 수정을 하거나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영구불변의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이 정부가 교육난제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성과주의에 빠지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대선공약의 대전제였던 ‘관치에서 자율’로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집권전반기에 추진한 교육정책을 학교현장에 잘 착근시키면서 교육수요자의 불만을 해소시키는 데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