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는 미래학교 200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미래학교(School of the Future)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학교는 필라델피아시가 낙후된 지역에 우수한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함께 설립한 고등학교이다. 학교의 이름과 참여한 기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최신의 교수법과 첨단 매체가 결합된 미래의 교육 환경이 구현되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래학교는 ‘Paperless’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당연히 교과서나 노트는 없고, 모든 학생이 태블릿PC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재는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디지털교과서일 것으로 미리 짐작했다. 직접 가보니 미래학교에는 적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교과서’는 없었다. 대부분의 교사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Onenote’를 사용하여 달성해야 할 성취기준에 맞춰 디지털화된 수업 자료를 차시별로 조직하고, 이를 공유 서버를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교사는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한 교수-학습활동에 가장 적합한 자료를 찾아서 제공할 뿐 특정 ‘교과서’에 얽매여 있지를 않았다. 학교 교육에서 ‘교과서’의 지위와 역할이 우리나라와는 달라서 이것이 가능하였다. 이처럼 외국에서 디지털교과서와 관련된 동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과서에 대한 상이한 시각을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아래에서는 외국 사례 중에서 디지털교과서와 관련하여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디지털교과서 가파른 성장 예견 외국에서 디지털교과서는 ‘digital textbook’과 함께 ‘e-textbook’으로도 불린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과 같은 교과서는 구텐베르그에 의해 대량 인쇄가 가능해지면서 보편화되었다. ‘textbook’이라는 단어도 교재의 주요 내용이던 ‘text’를 담고 있는 책이라는 의미로 시작되었다. 교육과정에서 규정한 성취 기준에 맞춰 국정, 검·인정 제도를 통해 국가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중앙 정부에서 성취 기준만 설정하고 지역이나 학교에서 교과서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교과서가 반드시 필요치 않다. 특히, 미국의 경우 교과서는 많은 학교에서 선택받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풍부하게 포함하거나 도움이 되는 자료를 최대한 포함하다보니 주요 교과의 교재는 1000여 쪽에 달하기도 한다. 교과서는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디스켓이나 CD-ROM 형태로 제공되기도 했다. 교과서를 일부만 수정할 경우 새로 인쇄하는 것보다는 저렴하게 보급할 수가 있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교과서는 책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놓은 e-book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e-textbook은 기존의 교과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책갈피 기능, 검색, 밑줄 긋기, 노트 적기 등의 기능만 추가되어 있다. 최근에는 태블릿 PC, Kindle 등이 보급되면서 멀티미디어 요소와 일부 상호작용 기능이 포함된 디지털교과서도 보급되고 있다. SNS 기능을 활용하여 동료와 노트 필기를 공유하거나 집단으로 토론도 가능한 디지털교과서도 개발되었다. 시장규모도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교과서 시장에서 지난해 3%를 차지한 디지털교과서는 2017년에 44%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의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는 2012년 2월에 ‘The Digital Textbook Collaborative’를 통해 디지털교과서 도입 계획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