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그동안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학급당 학생 수를 더욱 감축하려는 새로운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남주 부연구위원은 '주간 교육포럼' 최근호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초등학교의 경우 현 34∼36명에서 20명 규모로 줄일 계획이며 이에 대한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에 따르면 7년 전 캘리포니아의 공화당 주지사 피트 윌슨(Pete Wilson)과 민주당 다수 의석으로 구성된 주의회는 학급 당 학생 수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는데 그 결과 캘리포니아의 모든 유치원에서 3학년(K-3) 교실은 20명으로 줄게 됐다. 또 이 법안이 부모들과 교사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인기를 얻자 캘리포니아의 엘크 그로브 학군(Elk Grove district)에서는 3년 전 교직원 노조와 협상을 하여 학군 내 12개 저소득층 지역 학교의 4∼6학년 학급도 소규모로 전환하기도 했다.
엘크 그로브 저소득층 지역 4∼6학년 학생들의 성적이 그 학군 내 34명 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산층 지역 동일 학년 학생들의 성적보다 높게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주정부 시험 결과 리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성적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등 소규모 학급이 학업 성취에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결과 뒤에는 교사들의 헌신이 있었다. 교사들은 자신들이 학습 준비를 하는 동안 학생을 대신 지도해 주기 위해 충원된 대리 교사들을 소규모 학급으로 전환되면서 부족하게 된 교사 수급에 활용하는 데 동의했다. 이는 지난 80년대에 노조 투쟁을 통해 자신들이 그토록 요구하여 얻어낸 학습 준비 시간을 자진 반납한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로서 얻어진 교육적 효과에 대한 교사들의 보람과 만족은 상당히 큰 것이었다. 또, 4년 동안 해마다 실시한 의견 조사에 있어서는 75% 이상의 교사들이 소규모 학급을 지속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주의 학부모 단체인 NAACP와 교직원 노조는 캘리포니아가 하고 있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노력을 뉴욕주에 도입하기 위해 이미 11만 5천 명의 서명을 받아 11월 정기 투표에 상정해 찬반 표결에 붙이려 하고 있다.
김 위원에 따르면 이처럼 초등학교의 경우 20명의 학급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반면, 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에는 그 교육적 효과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젭 부시(Jeb Bush) 주지사를 중심으로 2010년까지 학급당 학생 수를 K-3학년은 18명, 4∼8학년은 22명, 고등학교는 25명으로 줄이기로 했지만, 지금은 고등학교의 경우 그 계획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플로리다주 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8명인데, 여기서 3명을 더 줄이기 위해서 사용되어야 하는 수십억 달러가 그만한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김 위원은 "소규모 학급의 성공에는 교실 공간 확보, 예산 등 기본적 여건 해결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규모 학급의 교육적 효과는 궁극적으로 교사가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개별적인 관심과 지도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양질의 교사를 어디에서 어떻게 공급할 것이냐라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