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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네마편지> 프리다

나에 대한 사랑이 삶을 지탱해준 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멕시코의 마을, 한 마리 망아지처럼 천방지축인 사춘기 소녀가 달려간다. 여기저기 뛰고 부딪치는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한 이 소녀에게 운명은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림자를 드리워 버린다.

우연한 교통사고가 작고 여린 몸을 산산조각 내버린 것이다. 이 때부터 가슴부터 엉덩이까지 몸통 전체를 하얀 석고로 깁스한 채 목 위와 두팔만 움직이는 고통스러운 생활이 시작된다.

백이면 백, 도저히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하다고 포기해버릴 순간, 프리다는 자신의 몸을 감싼 깁스 위에 나비를 그린다.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절망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나비의 화려한 날갯짓은 부활하고자 하는, 자신의 힘으로 다시 세상을 누비고 싶어하는 그녀의 간절한 열망이었다. 프리다에게 그림이란 '삶에 대한 의지'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것이다.

마침내 혼자 힘으로 걷는데 성공한 그녀는 유명 벽화 전문가 디에고를 찾아가 그동안 병상에서 그린 작품을 평가해달라고 한다. 당돌하고 고집센 프리다와 그녀의 인상만큼이나 강렬한 작품을 본 디에고는 프리다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사랑에 대해 전혀 다른 사고관을 가지고 있었던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끊임없이 덜컹거린다. 남편은 프리다의 예술세계를 깊이 이해했고 새로운 길을 열어줬지만 그녀에게 육체적 고통보다 더 힘겨운 정신적 상처를 주고 만다.

"내 인생에는 두 번의 커다란 사고가 있었어. 하나는 교통사고였고 다른 하나는 당신이었지. 그리고 두 번째 사고가 훨씬 나빴어."

실존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1907∼54)는 한 마디로 묘사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평생을 몸에 쇠붙이를 박은 채 살아야 했던 장애인이었으며 남편의 반복되는 외도에 괴로워한 아내였으며 트로츠키의 망명을 도운 공산주의자였으며 죽음을 앞두고서야 처음이자 마지막 전시회를 가진 화가였다.

프리다 칼로는 유달리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여느 화가들처럼 온화한 미소를 짓는 얼굴이 아니라 척추에 지지대를 감고 피흘리는 자신의 모습을…. 결코 아름답지 못했던 세상살이를 '아름다운 소풍'이라 노래한 시인처럼 프리다 역시 어둡게만 보이는 자신의 삶을 가장 화려한 색채로 그려낸다.

살다보면 내가 가진 것을 재고 따지고 저울질하며 가슴보다 머리를 앞세우기가 십상이다. 거칠 것 없이 세상과 싸워나가는 프리다의 용기가 두고두고 부러워지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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