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고등학교에서는 교내 흡연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생활지도부 업무가 폭증했다. 어떻게든 교내 흡연을 예방하려고 온갖 방법을 다 궁리해 봤지만 막을 도리가 없어 생활지도부장으로서 완전 녹초가 되어버렸다. 그동안 시도해 본 노력을 공유함으로써 청소년들의 교내 흡연을 방지할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흡연 폐해 보며 느끼고 생각하기 학생들의 교내 흡연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해 먼저 흡연 폐해를 알리기로 했다. 그 첫 단계가 금연포스터 그리기다. 흡연 때문에 생활지도부에 오는 모든 학생들에게 금연포스터를 제작하도록 했다. 그중 잘된 작품은 코팅해서 화장실에 붙였다. 흡연이 줄어들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이 작품을 만든 아이들이 자존감 때문이라도 흡연 욕구를 참을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금연포스터 덕에 학생들의 흡연이 줄어들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청소아주머니께 감사편지를 쓰도록 했다. 별생각 없이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고 그 이후 일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던 학생들에게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청소아주머니 입장이 돼 생각해 보자는 취지였다. 영상교육도 실시했다. 흡연과 관련한 영상물을 보고 소감문을 써보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엔 ‘Thank you for Smoking Movie’를 활용했다. 이 역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나름의 효과를 기대했다. 다음은 3학년 학생이 청소아주머니께 감사편지 쓰기 시간에 쓴 편지다.
얼마 전에 복도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 앞에서 몇몇 학생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아주머니는 청소도구가 가득 담긴 통을 힘겹게 옮겨 방금 청소한 곳으로 돌아와 쓰레기를 주웠지만 복도 창가에 또 누군가가 함부로 버린 음료수 병이 있었다. 아주머니 혼자서 감당하기에 너무나 버거워 보였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50대 아주머니 한 분만이 교내를 청소하신다. 남자고등학교에서는 아주머니의 손길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쉬는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매점으로 달려가 빵과 음료를 사 먹고 남은 껍데기를 함부로 버려서 복도에 쓰레기 없는 날이 거의 없다. 더욱 난감한 곳은 화장실이다. 10분간의 쉬는 시간 이후 화장실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휴지와 여기저기 튄 물기로 가득하다. 심지어 볼일을 보고도 물조차 내리지 않는 학생도 있다. 교내의 이 모든 뒤처리를 청소아주머니 한 분이 하시는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면 아주머니께서는 쉬지 않고 복도를 쓸고 대걸레로 닦으시지만 쉬는 시간이 되면 복도는 곧바로 청소 이전의 상태가 된다. 모든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까지 하루 종일 쓸고 닦기를 반복해도 쓰레기가 끝없이 생겨서 점심도 30~40분 만에 해결하고 청소도구를 챙겨 나서야 한단다. 우리들이 많은 시간 공부하며 지내는 학교가 항상 쾌적한 것은 이분들의 눈에 띄지 않는 노고 덕분임을 깨달아야겠다. 청소아주머니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쓰레기더미에 앉아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교단 밖의 선생님이자 학교의 어버이나 다름없는 이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자!
금연침, 금연학교 이용 홍보 흡연에 대해 생각해보고 흡연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주변인을 생각해 보는 등 흡연 폐해를 알려주는 교육과 함께 금연교육도 병행했다. 먼저 금연침, 금연학교를 제안했다. 면목고가 속한 중랑구에서는 간접흡연 폐해를 막기 위한 조례에 따라 학교주변에서 흡연 시 과태료 10만 원을 내야한다. 이를 학생들에게 알리고 금연을 결심할 것과 거의 모든 중랑구 한의원에서 금연침을 무료로 시술해 준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다음은 2학년 학생의 금연침 성공 수기다.
나는 흡연 2차에 걸려 금연침을 맞았다. 흡연 1차 때에는 친구와 같이 교내봉사를 해서 흡연의 심각성을 크게 뉘우치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하고 금연침을 맞으러 갈 때는 생각이 달라졌다. 금연침은 한의원과 큰 병원들에서 무료로 해준다. 나는 한 달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을 다니며 금연침을 맞았다. 그곳에서 한의사 선생님으로부터 흡연의 심각성을 많이 들었다. 담배 끊는 사람은 독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금연은 어렵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끊기 어렵다면 금연침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금연침을 맞는 데에는 3분도 걸리지 않고 3일간 그대로 두어야 한다. 금연침은 귀에 붙이는 침으로 크게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생활에는 문제가 없다. 한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금연침은 흡연 욕구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첫날은 자기 의지로 참아야 한다. 하루만 참으면 입맛도 좋아지고 습관 같던 흡연 횟수도 줄어들게 된다. 물론 금연침만으로 담배를 끊는 것은 조금 어렵다. 내 권유로 주변 친구들도 같이 금연침을 맞았지만 한 번 맞고 다시 흡연을 했다. 금연침을 맞는 방법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끊겠다는 자신의 의지인 것 같다. 먼저 금연의지를 다짐하고 금연침을 맞는다면 금연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