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에서는 오전은 기본교과, 오후는 진로 자율과정으로 편성하여 ‘진로 및 동아리 중점모형’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했다. 오전 기본교과수업은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이었고, 오후는 진로수업, 음악 체육 중점 동아리, 예체능 집중 선택활동, 소질 및 흥미 계발 동아리 운영이었다. 이중 진로 체험에 있어 학생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참여형 진로 프로그램의 운영을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였다. 게다가 기존에 문제화 되었던 도농간의 교육 환경 격차가 체험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화로 말미암아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지방 소도시 폐광지에 위치한 우리 학교의 진로 체험 과정은 이와 같은 걱정으로 시작되었다.
자유학기제 진로 체험을 계획하며 지역의 색깔을 찾고 지역에서 가능한 체험을 준비하자니, 아이들의 직업에 대한 관심사가 너무 다양해서 이 부분을 어떻게 다 채워줄 수 있을지 선생님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선 지역 내 직업 체험이 가능한 기관을 조사하고, 기관에 일일이 연락을 취해 우리 아이들에게 사업장을 공개해 줄 수 있는지 또 체험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무엇보다도 우선 지역 내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나 지역 내에서 선뜻 사업장을 공개하고 학생들의 체험을 지원해주는 기업이나 기관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직 자유학기제 시행 초반이어서 그런지 지역과 함께하는 학생 진로 교육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도 미미했을 뿐 아니라 지방 소도시에서 직업 체험을 위한 센터나 박람회를 찾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방향을 전환하여 지역 내 전일제 직업체험 외에, 자율과정 월, 화에 배치된 4시간의 「진로」 수업시간을 적극 활용하기로 하였다.
직업 세계의 다양함과 역동적인 변화의 모습을 이해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직업 세계를 탐색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활동 중심 진로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하였다. 기본교과에서 시수가 감축된 교사가 한 학급씩 전담으로 수업을 맡아 진로 탐색 프로젝트, 직업 흥미 검사, 커리어넷 검사 및 나의 직업찾기, 직업인 메이킹 북, 게임으로 만나는 경제 활동 등 다양한 참여형 진로 수업을 운영하였다.
이는 자유학기제 초반의 지역사회 협업 등의 인프라가 제대로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미봉책 성격이 짙었는데, 의외로 전일제 체험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인프라 부족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체험을 지역 내에서만 국한하기보다 거리상, 심리상 너무 멀지 않은 도내 인근 지역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이렇게 발로 뛰어 마련한 진로 체험 프로그램은 삼척, 원주, 춘천, 강릉 등 강원도내 인근 지역으로 넓게 확장되었다. 대표적으로 삼척의 어촌마을 체험, 원주의 직업 박람회, 강릉의 바리스타와 제과제빵사 체험, 춘천의 강원대병원 의료 체험과 강원도 교육청 일일 공무원 체험, 태백의 재난안전센터 체험과 소방학교 체험 등을 활용 할 수 있었다.
본교의 교육 여건이 비록 지역적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환경이었지만 최대한 인근 도시를 활용하고, 직접 체험뿐 아니라 진로 프로젝트 등의 간접 체험과 탐구 시간을 활용한 것이 인프라 부족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극복 할 수 있었던 핵심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한다. 자유학기제가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운영 과정상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여전히 남겨져 있다. 우선 가장 급선무의 과제로 진로 탐색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체험 기관 및 사업장의 확충과 지역 사회의 진로 교육에 대한 인식 개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교육부나 지역교육청 일선에서도 협업 기관과의 MOU체결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협업 기관의 입지 집중화로 그다지 많이 활용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또한 진로 및 체험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교사의 역량 강화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각 학교에서 자유학기제 진로 프로그램은 진로 상담교사가 주로 맡고 있지만 본교처럼 자율과정에 진로활동이 집중 배치된 모형에서는 진로 교사 한명이 모든 진로 수업을 담당하기가 어렵다. 단위 학교에서 진로 자율과정을 담당하는 교사를 선정할 때 무조건 시수가 감축된 교사를 우선적으로 배치하기 보다는 ‘행복교육’실현을 향한 하나의 목표를 바탕으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교사가 자발적으로 진로수업이나 자유학기제 자율과정을 맡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교육과정 재편성으로 인한 교사 수업 배치 및 업무분장의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