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되고 자유학기제를 위한 수업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1학년 교과 담당 교사들은 모두 당황했다. 자유학기제는 실시되지만 구체적인 수업방법 및 평가 계획 등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기 위해서는 학생활동 중심 수업이 필수적인데, 지필평가를 치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차시를 학생 활동 중심 수업으로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모둠활동을 많이 해 보지 않은 교사라면 부담감은 더욱 커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름방학 동안 교과 협의회를 통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 모형을 적용한 교수-학습지도안을 작성하였다. 과목별 특성을 고려하여 과정중심의 평가 계획도 세우고 다양한 수업 교구들도 준비하였다.
1학년 전과목 교사들은 학생들을 4인 1조 또는 6인 1조의 모둠으로 나누고 토의·토론학습, 역할학습, 협동학습, 실험·실습, 시뮬레이션 수업, 융합수업 등 다양한 모형을 적용하여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실시하였다. 교사와 학생들은 새로운 수업 방식에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고민했던 것과는 달리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이면 학생들이 모두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교사도 이러한 교수법이 익숙하지 않듯 학생들도 이러한 학습방법이 익숙하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수동적 학습태도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학생활동 중심 교수법은 또 하나의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모둠활동의 고질적 문제인 무임 승차자와 봉효과가 발생했다. 학생활동이 많아지니 수업 진도도 잘 나가지 않았다. 교과서를 재구성했지만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일어나면 안되기 때문에 항상 부담감을 안고 수업진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유학기제로 인한 업무가 하나 더 생기면서 수업과 함께 업무 부담으로 교사들은 조금씩 지쳐갔다. 방향의 전환이 필요했다. 학습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생각을 바꿔야 했다. 무엇보다 소통이 필요했다.
먼저, 교과협의회를 통해 지난 수업들에 대한 반성과 문제점을 얘기하고 서로의 노하우를 전달했다. 수업방법과 평가방법도 서로 공유했다. 학습효과가 좋았던 수업 방법들을 공유하고, 학습 부담이 높을 수 있는 방법들은 교과별로 학습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했다. 특히, 융합수업을 계획하고 실행을 할 때 교과 간에 서로 협조를 할 수 있도록 소통의 시간을 자주 가졌다. 동학년 뿐 아니라 타학년 교사도 참여하여 수업 개선의 분위기를 확산시키기도 했다. 수업태도가 좋지 않은 학생들은 교과담당 교사와 담임교사가 협조하여 생활지도를 했다. 담임교사는 학부모와 상담을 통하여 가정과도 연계하여 생활지도를 강화하였다. 학생들과도 상담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둠활동의 문제점도 개선했다.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학생들의 마음을 얻고 나면 학생들은 폭발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학습을 하게 된다. 담임교사와의 협조를 통해 수업하는 반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얻어 공감대 형성을 통한 소통을 시작했다. 자신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교사를 향한 학생들의 신뢰도는 높다. 효과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그리고 모둠내 학생들끼리 멘토-멘티 관계를 만들거나 모둠원 모두에게 역할을 부여하여 협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처음에는 서로 도와주는 것이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성숙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적절한 보상을 중간 중간에 하면 모둠 활동 참여율이 더 높아지기도 한다. 학습에 대한 교사와 학생들의 생각도 변화시켰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발견하여 꿈을 찾는 시기이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진정한 학습이 무엇인지 계속 설명했다. 그리고 수업 중 태도나 생각의 변화가 보이는 학생들을 칭찬했다. 이때, 칭찬은 교사가 해줄 때도 있지만 주로 친구들이 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더 효과적이다. 친구가 칭찬 받는 모습에 자극을 받아 다른 학생들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칭찬을 받은 학생들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다음 학습과제를 할 때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칭찬’의 방법을 제대로 활용하면 수업이 활기차고 즐거워진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에게만 꿈의 시간이 아니라 교사인 나에게도 꿈을 갖게 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