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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눈으로 보면 아이가 예뻐져요”

새로운 교육을 열어가는 서울질적교육연구회, ‘아이눈’





교육이 아름다운 것은 가르치고 배우는 즐거움 때문일 것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즐거운 교육, 행복한 교육은 오랫동안 우리가 추구했던 가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교육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우리가 먼저 변해서 교육의 미래를 바꿔보자”며 소매를 걷어붙인 교사들이 있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얼마나 많이 가르쳤느냐보다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 주목하는 교사들이 있다. 양적으로 획일화된 우리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아동 중심으로 교육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질적 교육을 추구하는 교사들이다. 교사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아이의 눈과 행동을 통해 교사 스스로를 성찰해 보는 수업, 문제행동을 하고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서 교수부진(敎授不振)은 없었는지 고민하는 이들, 불편한 교육현실에 맞서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나선 ‘서울질적교육연구회 아이눈’(회장 손명선. 서울하늘초) 회원들이다.


‘아이눈’으로 보는 수업, 교실에 긍정의 에너지가 넘쳤다
지난 7월 1일 오후 3시 30분 서울동부교육지원청 강당, 30여 명의 교사가 모여 수업 대화 연수를 받고 있다. 살며시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수업 중인 어느 교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시청한 후, ‘교사들의 수업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진다. “수업 중에 나타난 학생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왜 그런 반응이 나왔는지를 아이들의 눈으로 이해하고, 추론해보는 과정입니다. 그 아이의 주목할 만한 행동이 무엇 때문인지 의미를 해석한 다음 그걸 가지고 수업을 성찰하는 것이죠.”

이번 연수를 진행한 이진희 교사(서울면동초)는 “예컨대 아이가 수업 중에 코를 비볐다면 왜 그랬는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원인을 분석하고 그 아이에게 알맞은 수업은 어떤 것인지를 찾아내 교사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연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찰대상이 되는 학생을 ‘벼리’라고 불렀다. 고기 잡는 그물을 잡아당길 수 있게 한 동아줄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이 같은 기법은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학생의 일상적인 모습을 ‘학생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교사는 교실에서 자신이 관심을 가져야 할 학생 한 명을 선정하고, 그 학생의 다양한 일상의 모습을 관찰하여 기록한 다음, 이를 분석하고 일상적인 행위의 의미를 해석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교사는 자신의 관점이 아니라 학생의 관점에서 학생의 행위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교사가 가진 편견으로 학생을 성급하게 판단하거나, 교사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도록 한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한국 교육 패러다임 바꾸려는 교사들의 몸부림이죠”
연수가 끝난 뒤 교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참석한 윤 모 교사는 “음악시간에 리코더를 불기를 했는데, 반 아이의 80%가 제대로 불지 못 했다. 인성지도를 위해 리코더를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불행한 음악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박 모 교사는 연수받는 동안 “내 수업에 철학이 있는가? 나는 왜 가르치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이 자꾸만 떠올라 괴로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서울동부교육지원청 김정원 장학사는 “외국에서 들어온 수많은 교육이론이 있지만 우리 교육현실에 맞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교육은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교사들에게 꼭 필요한 의미 있는 연수를 갖게 돼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질적연구회는 지난 2013년 서울 시내 6명의 수석교사가 아이 수업으로 대화하기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수업을 보기 위한 모임을 만들면서 태동했다. 이후 2014년 같은 고민을 하는 교사들이 합류하면서 정식 교과연구회로 출범했고 현재 80여 명의 교사가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손명선 교사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아이의 눈을 통한 교사의 성찰과 반성, 그리고 교육의 질적인 변화다, 예전엔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있으면 남 탓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어느 단계에서 잘못 가르쳤을까 반추하게 되고 학습부진이 아니라 나의 교수부진은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변하니 아이들도 믿고 따르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학부모들로부터 고맙다는 문자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아이눈’ 수업은 교사·학생·학부모가 소통하는 징검다리
‘아이눈’ 수업 대화는 궁극적으로 ‘교사의 변화’가 핵심이다. 때문에 참여한 교사들이 겪는 변화의 진폭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교직경력 28년의 박선주 교사(서울염리초)는 “예전 같으면 진도 맞추기에 급급했는데 지금은 아이 하나하나의 눈을 보고 아이가 정말로 이해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묻고 찾게 된다”며 “문제행동을 혼내기보다는 내가 이해 못하는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생각해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업 대화 연수를 하다보면 눈물을 흘리는 교사들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확신하고 추종했던 교육방법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그것을 비워내야 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인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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