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Trekking)이란 무엇일까? 둘레길 여행이라 해도 좋고 산길 도보여행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트레킹은 등산과 하이킹의 중간단계다. 등산은 정상 정복을 목적으로 하지만 트레킹은 산기슭을 걸으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서 산기슭은 지형에 따라 해안가로 대체할 수도 있다.
얼마 전, ‘세류 트레킹 클럽 길’(약칭 ‘길’) 운영진과의 만남이 있었다. 재작년 10월 클럽을 결성했는데 올해 1월 26차 트레킹을 다녀왔다. 매월 넷째 주 일요일 정기 트레킹이 회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차수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산악회가 전성기를 이뤘지만 지금은 그에 못지않게 트레킹 클럽 인구가 점차로 늘어나고 있다. 트레킹 인구의 저변확대는 인생 100세 시대의 필연적 결과일 것이다.
‘길’을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 송효석(67). 그는 창립 동기를 이렇게 밝힌다. “2013년 여름, 산악회 등반에서 능선을 따라 정상 정복을 한 회원은 15명이고 30명의 대다수 회원들이 계곡에 발 담그고 온 적이 있었어요. 그 때 깨달았어요. 이대로 등산모임을 추진해서는 안 되겠고 대체 모임을 만들어야겠구나 하고요.”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회원이 여성이고 40대에서 60대 회원들에게는 한 여름 등산이 체력적으로 무리여서 강행했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등산보다 자연을 즐기며 친목과 화합을 도모하는 모임이 필요했다. 또 트레킹을 하면서 그 고장의 먹거리 문화를 즐기는 여유 있는 여행 문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트레킹 클럽 ‘길’은 세류초등학교 총동문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세류초교를 졸업한 동문이나 동문 가족이면 누구나 환영한다. 대신 신청자를 대상으로 45명 사전 예약 접수를 받는다. 인원수가 예상보다 초과하면 대기자를 받거나 차량을 증차한다. 공지하기 전에 운영진들의 코스 사전 답사는 필수다. 참가자들의 안전 트레킹을 위해서다.
탁상달력에 나타난 올해 트레킹 연간 일정을 살펴본다. 지난 1월에는 강릉 정동진 심곡바다 부채길을 다녀왔고 이번 달엔 전남 진도 트레킹이다. 연간 계획에 나와 있는 매달 두 곳의 트래킹 코스 중 한 곳을 선택한다. 트레킹 코스 선정 기준은 여름철엔 계곡, 겨울철엔 눈·얼음 있는 곳, 봄과 가을엔 유명 트레킹 코스를 대상으로 선정한다. 탁상달력에는 그 동안 다녀왔던 곳의 사진이 추억처럼 남아 있다.
그 동안 26차 트레킹 중 임원진들은 ‘베스트 3’를 꼽는다. 경북 상주 백화산 호국의 길은 봄 아지랑이가 인상적이고 강원 양구의 두타연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 속에서 호젓함을 즐기기에 최고라는 것. 그리고 강원 태백 백두대간 줄기인 대덕산 금대봉은 야생화의 천국이라고 알려준다. 이들이 택한 대부분의 트레킹코스는 5km에서 10km 정도인데 소요시간은 90분에서 180분 정도 걸린다.
차수를 거듭할수록 운영진들의 노하우도 탄생한다. 바로 지역여건에 맞게 체험활동을 전개하는 것. 그 동안 조정경기, 양궁체험, 클레이 사격 등을 익혔다.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보물찾기도 한다. 귀가길 버스 안에서는 레크리에이션으로 빙고게임, 장학퀴즈, 속담게임 등으로 지력도 키운다. 회원들의 계속적인 동참을 위해 트레킹 마일리지도 부여한다.
트레킹 클럽 ‘길’의 특징 몇 가지. 운영진에서는 주류를 제공하지 않는다. 귀가 전 2차 뒤풀이가 없다. 참가자 중 부부팀, 자매팀, 부자팀, 모녀팀이 눈에 띈다. 가족단위 참가팀을 말하는 것이다. 이 트레킹 클럽이 얼마나 건전한 모임인지 그리고 교육적인 모임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트레킹 문화를 선도하는 세류 트레킹 클럽 ‘길’이다.
트레킹 에피소드도 있다. 작년 2월, 강원 오대산 소금강 계곡 트레킹 후의 일이다. 오후 4시 30분부터 귀가를 서둘렀는데 폭설로 인해 무려 10시간이 걸려 새벽 두 시에 수원에 도착했다. 강원 평창 백룡동굴(천연기념물 제260호) 탐사에서는 참가자 모두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동굴에 들어갔는데 안내자의 지시대로 랜턴 불을 끄니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을 체험했던 것.
‘길’에는 회장, 부회장, 대장, 총무 등이 열정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어디에서 보람을 느낄까? 참가자들이 코스를 답사하면서 절경이 아름다워 환호성을 지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또 차수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이 늘어나 동문들 간의 친목과 유대가 강화될 때이다. 트레킹 ‘길’의 목표가 동문들의 심신 단련이 목표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하여 동문 모임을 활성화하고 동문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