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하루 앞두고 초등학교 2학년인 조카가 찾아 왔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에게 개학 선물로 갖고 싶은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조카는 갖고 싶은 것보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조카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다름 아닌 인형뽑기방이었다.
그곳에는 예전에 길거리에서만 가끔 볼 수 있었던 인형뽑기 기계 여러 대가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20대 연인들을 비롯해 10대 청소년들이 인형을 뽑기 위해 열심히 기계를 조작하고 있었다. 심지어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온 부모들도 눈에 띠었다.
인형뽑기는 500원 동전 하나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다 보니, 인형을 뽑는 사람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양손에 인형 2개를 들고 있는 한 학생에게 이 인형을 뽑기 위해 투자한 돈이 얼마인지를 물었다. 작은 인형 2개를 뽑는데 무려 만 원 이상의 돈을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조카에게 5000원짜리 지폐 1장을 주었다. 그리고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돈을 받자마자, 조카는 원하는 인형이 들어 있는 기계로 달려가 인형 뽑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조카가 5000원을 인형 뽑기로 소비하는 데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순간, 인형 뽑기 기계가 마치 돈 먹는 기계로 비쳐졌다. 한편, 인형 뽑기 자체가 본전 생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중독성이 있어 보였다.
순식간에 돈을 다 써버린 조카를 지켜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뽑기를 마치고 온 조카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 조카의 얼굴에 역력히 나타났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조카를 데리고 인형뽑기방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나에 의해 마지못해 인형뽑기방을 빠져나오는 조카의 시선은 계속 뽑기방 쪽으로 향했다.
최근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생겨나고 있는 인형뽑기방이 아무런 제재 조치 없이 성행함에 따라 아이들이 사행심에 물들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러웠다. 그리고 영업시간 또한 적혀 있지 않아 청소년에게 24시간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인형뽑기방 대부분이 유흥업소 주변에 위치하고 있고 주인 없는 무인 뽑기방으로 운영되고 있어 심야시간 자칫 잘못하면 청소년의 범죄 온상지가 될 소지가 있다는 생각에 정부 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