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정당인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를 허용하는 조례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 학교와 교총, 서일노 등 교육계는 “교육의 정치 중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윤기 의원 등 서울시의회 소속 더민주당 의원 24명은 7일 ‘학교운영위 구성․운영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조례안은 학운위원의 자격을 ‘정당의 당원이 아닌 자’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을 발의한 서 의원은 “해당 조항이 개인의 정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 유독 서울만 배제하고 있다”며 개정취지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상수 대변인은 “의원, 당직자, 정치인이면 모를까 정당인 자체를 배제하는 건 고치는 게 맞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으로부터 10일 의견조회 공문을 받은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 한 고교 교장은 “학교가 정치대결의 장이 되고 교육의 정치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교장은 “지금도 의원들이 학부모 간담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한데 학운위에 참여하면 대놓고 선거에 활용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조는 11일 낸 성명서에서 “학운위에 정당인이 들어오면 정당 이념이나 이익에 따라 학교운영이 좌우되고 정당의 영향력이 학교운영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교총과 서울교총도 12일 입장을 통해 “학운위는 학칙 제개정, 교과용 도서 선정, 학교교육과정 결정 등 주요사항을 심의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대립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며 “실제로 정치인 제한이 없는 타 시도의 경우 학운위에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이 지역대표로 참여하면서 정치선전장이 되거나 부당한 압력으로 교장공모제에 영향을 미쳐 갈등을 빚는 등 악용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야가 공히 학운위에 정치인 참여를 배제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학교를 정치장화 하는 조례안을 철회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정치인 배제를 담아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