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양치시설을 설치할 경우 학생 구강 질환이 감소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일선 학교 양치시설에 대한 체계적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은별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학교 양치시설 설치·운영 정책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에 양치시설을 설치할 경우 구강건강이 증진될 뿐 아니라 질환 감소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해 양치시설이 설치된 69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양치시설의 경제성 평가 모델을 개발·수행한 결과 재학생 5만 1350명이 각종 질환 감소를 통해 얻게 될 총편익이 149~1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이 학교들의 양치시설 설치·운영 총비용은 7억8500만원으로 비용 대비 편익이 19배 이상으로 추계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양치시설이 설치된 초등학교 학생의 점심식사 후 칫솔질 실천율(64.1%)이 미설치 학교(32.7%)보다 2배 가량 높고, 영구치 우식(충치)경험자율은 6.1% 낮아진다는 선행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양치시설에 대한 학교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양치시설을 설치한 서울삼일초 조덕현 교장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양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손씻기와 세안도 가능하기 때문에 여름철 식중독 예방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도엽 학생(6학년)은 "작년까지는 화장실에 세면대가 두 개 밖에 없어 서로 먼저 하려고 다투거나 못하고 그냥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며 "지금은 세면대도 충분하고 뜨거운 물도 잘나와 반 애들 거의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양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효과에도 학교 양치시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은 미미한 상태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69개의 학교 양치시설이 설치됐지만, 이마저도 2014년 중단됐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학교 시설사업을 보건복지부가 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게 기재부 입장이어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교육부는 양치시설은 보건 관련 사업이므로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전부터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주도하고 교육부는 보조하는 입장이었다”며 “설령 교육 관련 사업으로 보더라도 학교 시설은 교육청 영역이므로 교육부가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의 핑퐁 게임에 그동안 학교 양치시설 사업은 주로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서울의 경우 2016년~2018년 총 301개 학교에 양치시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2013년~2014년 2년간 관내 37개 초·중·고에, 부산 남부교육지원청은 지난해 부산진구보건소 지원으로 3개 초등학교에 양치교실을 설치했다.
이처럼 사업 주체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교육청 등 제각각인데다 중앙 정부의 관심도 부족해 체계적인 양치시설 관리는커녕 현황 파악도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493곳, 중학교 160곳, 고등학교 117곳에 양치시설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역별로 조사 주체와 기준이 제각각이라 신뢰하기 어렵다.
이렇다보니 보건복지부는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16년~2020년)을 수립하며 '실내수도꼭지 1개당 학생수 10명'을 '적정양치설비'로 정의하는 기계적 방법을 동원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초등학교의 적정양치설비 설치비율은 63.4%지만, 걸레 세척용 수도꼭지 등 양치에 부적합한 것까지 모두 합친 것이어서 사업 추진의 지표로 활용하기엔 부적합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조은별 연구위원은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를 닦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협소하고 깨끗하지 못한 시설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결한 느낌을 주는 화장실 이외의 공간에 온수가 공급되는 양치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국가 재정의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