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청탁 금지법 시행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스승의 날. 등굣길, 양손 가득 선생님에게 줄 선물과 꽃을 들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이들의 발걸음 또한 예전보다 아주 가벼워 보였다.
기존 학교 차원에서 실시된 스승의 날 행사가 학급별로 조촐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실장의 선창으로 스승의 날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다. 특히 행사 뒤, 관행이 되어온 학생들의 단축 수업도 올 스승의 날에는 없었다.
지난 금요일(12일), 다가오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청탁금지법과 관련하여 학교 차원에서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학부모님께! |
그래서일까? 올 스승의 날에는 학부모가 보낸 꽃과 선물은 거의 없었다. 문자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한 일부 학부모가 학생 편으로 선물을 보내 담임선생님이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았다는 사실을 안 담임이 다시 돈을 나눠준 해프닝도 있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교무실은 마치 꽃집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선생님의 책상 위는 꽃들이 만발했는데 올해는 이런 진풍경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청탁금지법에 따라 학생 개개인이 선생님에게 꽃주는 것 자체가 금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아이들은 선생님에 대해 고마움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스승을 존경하는 아이들의 마음만은 한결같았다.
학생 대표는 선생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주었으며 일부 아이는 손으로 쓴 편지를 선생님께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감사의 뜻을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영상으로 표현하는 아이들도 의외로 많았다.
오후에는 졸업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졸업생들은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는 꽃과 선물로 스승의 날을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올해 졸업한 일부 졸업생들은 대학에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케이크와 카네이션을 선생님께 드리며 고마움을 전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스승의 날에 대해 교원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아예 공휴일로 지정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부담 없는 날이 되기를 바라는 선생님도 있었고, 일부 선생님은 스승의 날 자체를 없애자고 주장해 공감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스승의 날을 방학인 2월과 8월로 옮기기를 바라는 선생님도 더러 있었다.
일부 선생님은 스승의 날과 관련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나친 제재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선생님은 청탁금지법을 환영하는 눈치였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공통 바람은 땅에 떨어진 교권이 회복되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받는 스승상을 정립하는 것이었다.
청탁 금지법 때문일까? 여느 해보다 올 스승의 날은 차분하게 지나간 것 같다. 매년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받는 선물이 부담되었는데 올해는 그런 부담이 없어 마음이 홀가분하다며 청탁 금지법이 이른 시일에 정착되기를 모든 선생님은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