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후 첫 스승의 날, 학교 풍경은 예년과 달랐다. 제자의 꽃 한 송이 떳떳이 받지 못한 무거운 마음은 고사리 손이 내미는 감사편지, 등굣길 ‘사랑해요’ 말 한마디에 이내 녹아내렸다. 아이들의 ‘마음’에 감동 받은 교단의 표정을 본지 이리포터들이 전해왔다.
◯ 학생회 주최 체육대회
전남 강진 바닷가에 위치한 3학급, 전교생 40명이 안 되는 작은학교 도암중(교장 이영송). 각 학급에서 담임선생님께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게 못내 죄송스러웠던 학생회는 전교생과 전 교직원이 참여하는 스승의 날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다.
2교시 후, 강당에서 열린 행사에서 교장, 교사는 물론 교무행정사, 조리원 등 모든 교직원은 종이카네이션으로 장식된 4절 크기의 ‘초대형’ 감사카드를 받았다. ‘사랑해요’, ‘웃는 얼굴로 맞아주셔서 감사해요’ 등 아이들은 예쁜 손 글씨로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했다.
엄숙함보다는 재밌는 스승의 날을 선물하기 위해 학생회는 선생님과 학생이 짝을 이룬 탁구경기, 사제 간 팔씨름, 사제동행 퀴즈대회도 진행했다. 학생회장 오유진(3학년) 양은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께 즐겁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선생님 모두에게 상장을 줬었는데 올해는 평생 기억할 추억을 가슴에 달아 준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 고사리 손 편지, 사랑해요 학생들의 등교맞이
경기 수원 곡정초(교장 김석진) 학생들은 스승의 날 일주일 전부터 학교사회복지실에서 스승의 날 선생님께 드릴 사랑의 편지를 썼다. 선생님을 웃게 해드리고픈 아이들과 김태미 사회복지사가 머리를 맞댄 것.
학급게시판마다 사랑의 편지쓰기 홍보물이 붙었고 편지지 등은 복지실에서 마련했다. 그렇게 매일 고사리 손들의 편지쓰기가 이어졌고 250여명의 학생은 스승의 날, 고이 접은 마음을 선생님께 드렸다.
이날 아침 등굣길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맞았다. ‘선/생/님/ 사/랑/해/요’ 팻말을 든 아이들을 꼭 안아준 교사들은 “선생님도 사랑해”하며 활짝 웃었다. 아이들에게 뜻밖의 감사편지를 받았다는 김태미 사회복지사는 “‘슬플 때, 고민할 때 들어주고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썼는데 뭉클했다”고 말했다.
장옥순 전남 담양 금성초 교사는 1학년 꼬마 아가씨의 편지를 한껏 자랑하며 보내왔다. 장 교사는 “9개나 그려진 사랑의 하트에 감전됐다”며 “부끄럽지 않은 교사이기를 돌아보는 날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 옛 제자들의 방문, 편지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 교원들은 스승의 날 전후 자신을 기억해 준 제자들의 모습에 감동했다. 김환희 강릉문성고 교사는 “스승의 날 오후 졸업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며 “올해 대학에 진학한 몇 녀석은 직접 만든 케이크와 카네이션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장세진 前 전북 한별고 교사는 스승의 날 이틀 전, 옛 제자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전주공고 학생기자 출신으로 2008년 졸업 후에도 매년 서 너명이 먼 길 마다않고 찾아온다. 그는 “세월이 제법 흘렀는데도 기억된다는 것, 바쁜 일상을 제쳐두고 만나러 온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라고 뿌듯해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시던 모습이 인생의 순간순간 살아있는 가르침이 됐습니다. 중년의 제자들에게 계속 인생의 푯대가 되는 멋진 선생님을 기대합니다. 건강하세요.’
김광섭 前 순천 동산여중 교장은 스승의 날, 35년 전 장흥중에서 인연을 맺은 제자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 서산시 교원 1000여명 ‘땀 흘리는’ 스승의 날
충남 서산에서는 관내 유·초·중·고 교원, 교육청 직원 등 10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땀 흘리는’ 스승의 날을 보냈다.
서산시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구자엽)가 이날 하루 서산중(교장 전영택)에서 주최한 ‘2017 스승의 날 교육자대회 및 교육장기 배구대회’는 서산교육지원청과 전교조서산지회가 후원해 의미를 더했다.
1부 기념식에서는 구자엽 회장의 대회사, 황연종 교육장과 이완섭 시장 등의 축사, 유공교원 표창 등이 이어졌다. 본 행사격인 배구대회는 남자, 여자부로 나뉘어 개별․연합팀(49팀)을 꾸린 교원들이 동료, 선후배의 응원 속에 열띤 경기를 펼쳤다.
김동수(충남 서령고 교사) 리포터는 “키가 작아 팀에 끼지는 못했지만 모처럼 푸른 하늘 아래서 웃고 소리치며 무거운 마음을 털어내고 인근 학교 선생님들도 뵐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