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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성장하고 있는 학생은 습관이 바뀌고 있었다

선생님, 저 한양대에 갑니다

빌려주신 책, 정말 도움이 되었어요


광양여중 재직시 지도한 한 학생이 12월 18일 저녁, "저 한양대에 갑니다"라고 카톡을 보내왔다. 만남이란 참 기묘하다. 이 학생은 중 1학년 때 만났다. 처음 지도를 받게 된 사연은 실내화를 신고 교실 밖으로 나갔고, 그 상태로 집에 가려고 한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실내화, 실외화 개념이 없이 신고 다닌 것이다. 이런 사건을 학생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이 학생이 지각을 하여 지도를 하게 된 사연이다. 그런데 이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기록을 남겨 놓았다. 자신이 작성한 반성문에는 교장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토할만도 하지만 깊이 반성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각한 나 스스로가 한심하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경험이 평소 부지런하지 못한 나에게 특훈이었으며, 지각한 학생을 잡으려고 추운 아침 바람을 맞으며 서 계시던 교장선생님께도 죄송스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철이 들어서인지 스승의 날에는 손편지를 써서 나에게 가져왔다. 보통 학생들은 교장실에 가는 것을 무서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잘 지도해 주심에 감사한다면서 과거 1학년 때 자신이 잘못한 것을 지도받은 사항을 세심하게 기억해 기록하고 있었다. 또 학습에 참고가 될 책을 읽도록 빌려주었는데 잘 읽었는지, "항상 저에게 관심을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번에 선생님께서 빌려주신 책,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제가 뭐가 부족한 지도 알았고, 더 나아갈 방향을 알았어요. 선생님께서 한국교육신물에 올리시는 글을 보았는데 정말 좋았어요!...... 선생님의 글을 읽고 깨닫는 점도 많고 저 자신도 반성하게 돼요."


이후 2학년 때는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여서는 꿈이 바뀌었다. 중2학년 때도 학습습관이 많이 바뀐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적혀진 항목의 절반 정도만 수행할 정도였다. 하지만 3학년이 되어 학습습관이 매우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의 행동선언에도 "수업시간 5분 전에 예습, 복습을 하며, 수업 끝나고 복습을 한 번 더 한다"로 기록하여 마지막까지 자신의 습관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학기 수업이 끝나고 7월 14일부터 16일까지 보성에 있는 용정중학교에 체험학습을 의뢰했다. 친구인 민서와 함께 참가하는 기회를 가졌다. 기록문을 보니 "애들도 모두 공부하고 있어 그 분위기에 휩쓸려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으며, 궁금한 점들도 스스럼 없이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공학이 전공인 김인권 박사가 수학공부에 관한 특강을 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이곳에서 "가장 많이  배우고 간 것은 '독서'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나와 광양여중에서 마지막 송별을 하기 전인 8월 27일 엽서에 손편지를 써 가져왔다. 편지에는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들(공부방법, 인성, 스피킹 등등)을 뼈에 새겨 잘 기억하여 앞으로 살아갈게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는 9월 1일자로 광양을 떠나 순천동산여중으로 임지가 바뀌었다. 3학년 1학기가 되어 다시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 때는 '서울대학교에 진학하겠다'는 의사를 나에게 보였다. 1학기 학교 성적에서도 이과에서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사연인지 잘 모르겠지만  한양대학교 산업 정보시스템 공학과를 선택해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여 왔다.


어찌보면 머리도 좋았지만 다소 흐트러진 모습을 가진 1학년 때 방향을 잘 잡지 못하면 딴 길로 갈 가능성도 있지만 이 학생은 결코 지도하는 나의 관심에 반항하지 않고 순종하면서 따라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이 학생의 미래를 지켜보면서 그의 장래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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