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濟南市의 한 사립학교에 근무하던 30대 여교사가 사직한 일이 새삼 중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한 여교사의 사직사건이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바로 중국 학교에서의 교사의 권한과 학생 '체벌'의 당위성 문제 때문이다.
이 교사가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 본연의 임무 외에 '3가지 허락되지 않는 일'을 규정으로 정해 놓고 있었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첫째, 학생들에 대한 비판을 하지 말 것, 둘째, 낯빛을 바꾸어 학생들을 꾸중하지 말 것, 셋째, 학부모들에게 학생들의
단점을 이야기하지 말 것 등이다. 이러한 학교측의 요구에 대해 이 여교사는 "학교의 이러한 규정들은 겉으로는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학생들을 칭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폐해를 고치려다 오히려 그 폐해를 악화시키는 꼴이 된다."며 학생들이 잘못했을 때 매로 학생들의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은 교사의 당연한 권한이며,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자신은 교직을 포기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교육현장에서는 학교에서의 체벌의 당위성과 관련하여 찬반 의견이 팽팽히 대립되고 있다. 체벌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중국의 '교육법', '교사법', '미성년자보호법'과 '의무교육법' 등에 이와 관련한 내용들을 명시하고 있음을 근거로 내세우며 교사는 마땅히 학생들에 대한 징계권을 기지고 있으며, 이는 공인된 권리로 중국 사회가 학교라는 공공교육기관에 부여한 것이기 때문에 교사는 이러한 권리의 행사에 있어 합법성을 부여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체벌 찬성론자들은 '한 가정 한 자녀 갖기' 운동의 영향으로 가정이나 사회에서 이들 나홀로 학생들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학교 교육에서 조차 이런 아이들에 대한 적절한 통제의 권리를 가질 수 없다면 학교교육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거라면서 감정적이고 과도한 체벌은 자제해야하고 금지되어야 마땅하지만 학생들의 잘못을 일깨우기 위한 규범화된 틀 안에서의 체벌은 어느 정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체벌이 영국이나 싱가포르, 미국의 일부 주에서도 보편화된 교육방식의 일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회초리의 규격, 체벌 시행의 원인과 그 결과에 대한 기록, 체벌 가능 교사의 자격, 체벌을 할 수 없는 대상, 체벌의 장소 및 횟수, 체벌부위 등을 규범화 시켜 교사들이 이를
근거로 체벌을 시행하게 될 경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학교에서 절대로 체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경우 체벌은 이유를 막론하고 교육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교육의 목적을 학생들에 대한 감화로 정의하는 사람들의 경우 체벌을 통하기 보다는 학생들에게 감동을 줌으로써 잘못을 고쳐나가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다수의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교사의 체벌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은 교사들의 빈번한 체珦?학생들과 교사들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으며 교사들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구시대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체벌 반대론자들은 얼마 전 중국 청소년 센터에서 발표한 조사결과를 근거로 체벌의 부당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이 조사에 의하면 중국의 많은 아이들이 매를 맞거나 욕을 먹으면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3.6%의 아이들이 늘 가정에서 매를 맞고, 가끔씩 맞는 경우도 57.3%에 이르며 전혀 매를 맞지 않는 경우는 39.1%에 불과하였다. 또한 15%의 아이들이 집에서 늘 욕을 먹고 있으며, 가끔씩 욕을 먹는 경우는 69%이고 전혀 욕을 듣지 않는 경우는 불과 16%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에서 학교에서조차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아이들에게 매를 가한다는 것은 일종의 사회폭력이라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학교현장에서의 체벌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왔고, 중국인들의 생각 속에서도 학교에서의 체벌은 비문명적인 행태이고 절대 있어서도 안 되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체벌은 없을지라도 실제 중국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체벌을 대신한 비교육적인 교사들의 행위는 차라리 체벌을 통한 교화가 오히려 낫지 않은가하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실례로 교사들의 학생들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게 되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체벌을 안 하는 대신 욕이나 과도한 벌칙, 학생들에 대한 비인격적인 대우 등을 통해 오히려 학생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며 모욕적으로 느끼도록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교육에서 '교육'과 '체벌'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동양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는 교육을 위한 체벌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고, 때문에 교직을 얘기할 때도 '교편을 잡는다.'고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의 현실에서는 과거의 체벌과 같은 강압적인 수단으로 학생들을 교화시키는 것은 사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었고, 바람직하지도 못한 일이 되었다. 이러한 교육 현실을 감안할 때 매를 들지 않고도 학생들을 감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능력도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교사 능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