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원 부류 중에서 안타까운 직급 중 하나인 대학의 시간 강사의 처우와 복지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는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임용기간도 1년 이상 보장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공개했다.
협의회는 지난 6개월 간 강사 대표, 대학 대표, 전문가 등 12명으로 조직돼 심층 연구와 개선 방안을 모색해 왔다.이 개선안에 따르면 교원의 한 직급 종류로 ‘강사’가 신설되고 임용 기간 중 안정적으로 복무할 수 있게 된다. 이 개선안이 입법 과정을 통해 현실화 될 경우 열악한 시간강사들에 대한 처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학 강사에 대해 방학기간 중 임금을 지급하고 임금수준 등 구체적 사항은 임용계약으로 정한다. 강의시간과 관계없이 퇴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법 개정과 대학(사용자), 정부, 강사가 출연하는 기금을 마련해 강사에 대한 퇴직공제제도를 운영하는 법·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강사는 전임 교원과 동일하게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임무를 부여한다. 필요한 경우 학칙 또는 정관에 따라 교육·지도, 학문연구 또는 산학연협력만을 전담할 수 있도록 했다. 강사의 복무 규정이 대학 전임 교원과 같은 수준으로 상향된 것이 돋보인다.그동안 대학 시간강사는 고학력 엘리트임에도 극심한 고용 불안을 안고 근무하는 직업군 부류였다. 일명 ‘보따리 장수’라고 불리듯이 이대학저대학을 돌면서 수시간씩 강의 시간을 배정받아 생계를 해결하는 안타까운 직업군이었다.
특히 그동안 시간강사는 고용이 불안전해, 대학의 형편으로 시간 배정이 안 되면 강의 배정을 받지 못하지만, 전혀 호소할 안전 장치가 전무한 형편이다. 임용도 한 학기 위주이고 학과 통폐합, 전임 교수 수업 배정, 교과목 폐지 등으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마는 자리가 대학의 시간강사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시간 강사의 처우와 복지를 호소하며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곤 하였다. 우리 사회에 시간강사의 처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은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서모 박사가 시간강사의 열악한 사정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숨진 뒤부터다. 그로부터 1년 뒤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임용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해 주는 이른바 '시간강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법안이 발의된 후 7년 동안 네 차례나 시행이 연기됐다. 당사자인 강사들이 법 취지와 달리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이 미흡하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 법률이 오히려 시간강사들의 실직을 부추기는 악법으로 전도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시간강사 10명 중 8명 이상의 주당 강의시간이 6시간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강사에게 강의를 몰아주게 되면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학들도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했다.
실제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한 대학의 강의 시수가 대부분 6시간 이하(82.5%)이다. 시간강사가 주당 7시간 강의를 배정받을 경우 1년 급여는 국공립 대학이 1497만 3000원(시간당 시급 71,300원), 사립 대학은 1102만 5,000원(5만 2,500원) 정도다. 한 학교 출강으로는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과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번에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에서 마련한 강사 처우 및 복지 개선안에 따르면임용계약 위반·형의 선고 등을 제외하고 임용기간 중 의사에 반하는 면직·권고사직 제한(형 선고나 임용계약 위반은 제외)과 현행범이 아닌 경우 학교장 동의 없이 대학 안에서 체포를 금지하는 불체포 특권 등이 보장된다. 징계처분과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재임용 거부처분 포함)에 대해 교원지위특별법상 소청심사 청구권 역시 보장된다. 전임 교원에 버금가는 대우와 신분 보장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강사의 임용계약에 포함되는 임용기간, 급여, 보수, 복무 등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법령에 명시한다. 강사는 대학 교원 자격기준을 갖추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공개 임용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규정했다. 시간강사의 임용 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 이상으로 규정했다.
다만 임용기간에 관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예외 사유를 법률에 명시해 허용토록 했다. 예외 사유는 학기 중 발생하고 객관적으로 증빙된 교원의 6개월 미만 병가, 출산휴가, 휴직, 파견, 징계, 연구년(6개월 이하) 및 교원의 퇴직, 사망, 직위해제에 따른 학기의 잔여 기간에 대한 긴급 대체 강사의 경우다.
단, 겸임·초빙교원 등은 이 같은 사유에 교외에서 발주하는 1년 미만의 연구와 산학협력이 추가된다. 대학 강사의 임용 기간 3년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한 것이다. 또 강사의 신규 임용, 재임용 절차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학칙 또는 정관으로 규정한다. 강사와 겸임·초빙교원 등(가칭 '비전임교원' 전체)은 매주 6시간 이하를 원칙으로 한다. 학교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매주 9시간까지 학칙으로 규정할 수 있다.
대학 강사의 경우 전임교원 확보율과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른 교원확보율 산정에 포함하지 않는다. 겸임·초빙교원 등은 고등교육법상 교원에 포함하지 않고 임용기간, 신분보장 등을 준용한다.이번 협의회의 대학 강사 처우 및 복지 개선안은 만시지탄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현안이다.
이와 같은 시간강사의 어두운 그늘을 방치하고 교육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는 없다. 대학 강사가 고학력 엘리트 직업군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근무하도록 사기를 북돋워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협의회는 강사제도 개선에 따른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와 강사의 처우·복무 여건 개선을 위해 관련 강사제도 개선안 및 법령 개정안 등을 국회와 교육부 등 정부 부처에 건의하고 법령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도 요청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강사제도 개선안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될 예정이고 절차에 따라 처리되면 내년 초 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협의회의 개선이 그대로 입법화되면 우리나라 대학 시간강사의 오랜 숙원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