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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사립 유치원 회계, 운영 관리감독 강화해야

일부 사립 유치원들의 회계 비리ㆍ부정이 큰 문제로 드러났다. 유치원은 취학 전 교육을 담당하는 중요한 학교다. 사립 유치원 역시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분명히 명시된 기초 기본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다. 학교는 학생(원아) 교육이라는 지고지순한 가치를 실현하는 전당이다. 특히 만 3-5세가 재원(在園)하는 유치원, 어린이집 누리 과정의 중요성은 ‘처음학교’ 입장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일부 사립 유치원의 자화상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유치원을 육영, 교육의 관점이 아니라 열리, 축재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유치원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국감에서 밝혀진 일부 사립 유치원의 부정과 비리는 안타까운 그 자체다. 유치원을 원장 개인의 사업체 또는 영리 수단을 방불케 하는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는 교육자의 양심과 학교 경영자의 윤리를 망각한 모리잡배의 처사로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ㆍ도 교육청의 유치원 1898개 원에서 5951건, 269억원이 적발됐는데 대부분 사립유치원이다. 유치원 교비를 갖고 원장의 차량 구입과 유지비, 아파트 관리비, 경조사비 등 개인 용도로 유용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아울러, 종교시설 헌금과 개인 모임 및 유치원연합회에 회비로 지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원장의 사유재산이 절대 아니다. 오랫동안 사립 유치원이 불투명한 회계가 제멋대로 허용되어온 것이다. 일부 유치원들은 교직원 복지 적립금 명목으로 개인 계좌에 돈을 부당하게 적립하거나 교육업체와 손잡고 공급가보다 높은 대금을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교비를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국감 결과 일부 사립 유치원의 예이지만, 닭 3마리로 200명분 원아 닭곰탕을 끓여 먹이는 등 원아들의 급ㆍ간식 질은 형편 없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원아들과 교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 유치원 환경 개선에 투입돼야 할 비용이 원장 등 사립 유치원 경영자의 개인 비용으로 지출된 점에 학부모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말로 다할 수 없다.

 

현재 사립 유치원의 관리는 사각지대다. 공립 유치원은 초중고교에 준하여 예산 지원, 장학, 감사 등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지만, 사립 유치원 어린이집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비리와 부정이 발생할 제도적 허점이 농후한 것이다.

 

현행 법령상 유치원은 교육부(교육청),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지자체) 관할이다. 같은 연령의 누리과정 교육을 하는 교육 기관임도 이원화돼 관리ㆍ감독이 어려운 구조다. 자체에 교보(유치원 교육, 어린이집 보육) 통합이 절실한 이유다.

 

사실 사립 유치원의 운영 허점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요구된 것은 오래 전부터의 현안이었다. 사립 유치원 운영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을 외면하고 방치한 정부 탓도 크다. 정부는 그동안 사립유치원들이 행정처분을 받아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학부모와 아이들의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행정처분을 받는 어린이집의 경우 실명은 물론 원장 이름까지 공개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명단 공개로 자율적 정화 장치를 가종케 하고 책임경영제를 권장해야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가중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유치원·어린이집의 비리·부정을 적발하며 개선을 공약했던 유아교육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사립 유치원들의 회계시스템 구축사업이 진정되지 못한 것도 행정편의주의인 것이다. 정부와 교육청이 오히려 사립 유치원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고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국감 자료 사태 발생 후, 교육부는 국고 지원을 받는 사립유치원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성을 더 잘 이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되 회계·인사 관련 내용을 이달 안에 발표하겠다고 공표했다. 또 최근 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에 조직적으로 불참을 유도하거나 다른 유치원의 참여를 방해하는 단체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전형적인 사후약방문격이다.

 

물론 그 동안 건전한 사립 유치원들이 우리나라 기초 기본 교육에 공헌한 점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립 유치원들을 함께 매도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매년 2조원의 누리과정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의 예산 투명성, 건전 운영성 확보와 정보 공개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국공립 유치원을 비롯해 사립 초·중·고교까지 모두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을 쓰는데, 사립유치원만 예외여서는 안 된다. 각종 징수금을 현금으로 징수했다는 학부모들의 호소와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해마다 누리과정 예산은 증액되는데 원비 부담으로 학부모들의 부담 가중을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국고, 지자체 예산, 경비가 지원되면 관리ㆍ감독과 감사를 필수적이다.

 

정부는 공약대로 2022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을 40%대로 높이는 계획을 중단 없이 추진함과 동시에, 당장 사립유치원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부 교육 정책을 준수하여야 한다. 걸핏하면 시위 등 집단행동으로 맞서는 사립 유치원 측의 대응도 볼썽사납다.

 

차제에 사립 유치원들이 자율적 자정 활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시켜서 마지못해 개선하려는 타율적 적응이 아니라, 건전한 교육자, 육영자로서의 책무성을 갖고 백년지대계를 책임지고 담당한다는 자율성 자부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적발된 비리ㆍ부정 유치원 명단 등재 여부를 떠나서 유치원은 학교이고, 경영자는 육영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립 유치원과 원장 등 경영자들이 나아갈 방향은 자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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