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매원초등학교(교장 최두섭). 6학년 매화반 교실에서 한 군인이 수업을 듣고 있다는 소식이 퍼졌다.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학생들이 교실로 몰려들었다. 평소 계단 오르기를 힘겨워하던 1·2학년생들도 단숨에 한 층을 뛰어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그 곳에는 군복 차림의 학생뿐 아니라 수술 가운을 입은 학생,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이 나타난 듯한 코스튬을 한 학생들이 가득했다.
서울 매원초 6학년 학생 72명은 이날 특별한 졸업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진로와 장래희망, 관심사를 반영해 저마다 특징을 살린 모습으로 변신했다. 수줍은 듯 했지만, 이내 자신감 넘치는 포즈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세상에 하나뿐인 졸업 앨범을 기획한 건 교원들의 아이디어였다. 개성 강한 요즘 아이들의 특징을 살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코스튬을 떠올렸다. 진로와 적성을 고민할 시기인 점을 고려해 주제는 장래희망으로 잡았다. 유흥열 교사는 “올해 초 회의를 열어 졸업 앨범에 전통적으로 들어가던 가족사진 대신 직업 코스튬 사진을 넣어보자고 제안했다”면서 “학생들이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고 소소한 추억을 남겨주고픈 마음이었다”고 귀띔했다.
“가족사진을 찍는 건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부담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가정마다 사정이 다를 테니까요. 매달, 매주, 매일 장래희망이 바뀌는 시기인 것을 감안해 결정하지 못한 학생은 할로윈 코스튬을 준비하게 했지요.”
학생들은 예상치 못한 미션에 걱정했지만, 이내 어떤 차림으로 사진을 찍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시험을 마친 후 2주 동안 사진 촬영에 필요한 소품을 준비했다.
의사를 꿈꾸는 조해인 양은 초록색 수술용 가운을 입었다. 여기에 할로윈 분위기를 더해 붉은 물감으로 피를 표현했다. 조 양은 “졸업 후에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분장했어요. 미리 진로 체험도 하고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죠. 수술복을 직접 입어 보니 수술실 들어가기 전 의사들이 느낄 법한 긴장감과 부담감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민구 군은 군복을 선택했다. 평소 총을 들고 근무하는 군인이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이 군은 “장래희망은 의사지만, 이번 기회에 군인처럼 꾸미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 찍는 사진이라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위장크림은 선생님이 직접 발라주셨고요. 동생들이 교실까지 찾아와 구경하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서울 매원초는 올해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진로 졸업 사진을 앨범에 담을 계획이다. 유 교사는 “전날 교복을 입고 촬영할 때보다 복장에서부터 표정, 행동까지 개성 가득한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특별한 졸업 사진을 촬영했던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