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현재 법외노조인 전교조의 합법화를 두고 청와대는 법률 개정, 전교조는 직권철회로 대립하고 있다. 전교조는 청와대가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세 번째 회피했다고 볼멘소리다. 어떤 방법이든 미구에 전교조가 법외노조의 굴레를 벗고 합법화될 조짐이다.
청와대는 2019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전까지 전교조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법률 개정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ILO 총회 전까지 전교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 현재 법외노조로 있는 전교조 문제 해결 시한을 설정한 것이다.
청와대는 현재로선 위법(違法)인 노조 해고자와 실직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교원노조법을 개정하려는 의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철회를 공약한 바 있다. 아무리 공약이지만, 법령 준수의 가장 수범적 위치인 대통령이 앞장서 무리하게 법을 개정하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법은 일반성이 특성인데, 이번 법 개정 의도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처럼 특정 노조 합법화를 염두에 둔 것이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처분을 받았다. 실정법상 노조원 신분이 박탈된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에서다. 그 후 전교조는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고용노동부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결과다. 헌법재판소도 2015년 5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단한 교원노조법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현재 2016년 2월 전교조가 상고한 이후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3년 이상의 지루한 소송이 진행 중인 것이다.
이 즈음에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이번에 전교조를 합법화하려는 청와대의 의도가 대법원의 판결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는 것’처럼 의심을 사는 것이다. 전교조 합법화가 몰고 올 후유증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회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전임 정부에서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는 합법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위인설관의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교원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갈등과 충돌이 우려된다.
지난 6·13 지방선거의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인사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육행정이 특정 이념에 치우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당선자 17명 중 14명이 진보적 성향이다. 이 중 10명은 아예 전교조 위원장이나 지부장을 지낸 전교조 출신이다. 비전교조 교육감은 3명에 불과하다.
최근 전국 교육감들의 모임에서 교육감들은 교육감들도 시ㆍ도 시장ㆍ지사들처럼 대통령과 협의를 하는 ‘교육국무회의’를 건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친전교조 교육감들이 대놓고 교육부 ‘패싱’을 의도하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전교조가 합법화한다면 교단의 이념 편향성, 정치 지향성 교육이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교육의 정치 중립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특정 노조를 위해 실정법을 개정했다는 선례의 멍에도 짊어지고 가야 한다.청와대가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철회하고 합법화를 위해 관련 법률 개정을 의도하는 것은 소위 촛불 정권의 부담 때문이다. 정권 탄생에 일조한 대가를 갚으라는 측과 갚으려는 측의 거래라는 입장에 씁쓰레하다. 만약 해고자·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을 개정하면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이다.
노조는 교직단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노조에 이 개정된 법이 적용돼 노조 운영과 관리에 상당한 진통이 우려되는 것이다. 국회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현재 법외노조 상태인 전교조는 합법화된다. 2013년 정부는 해직자가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정권은 특정 노조의 요구에 법을 개정했다는 짐을 평생 지고 가야하는 부담도 있다.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냉철한 이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대선 공약이라도 지키지 못할 것은 진솔하게 해명하고 무리함을 회피해야 한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로서 노조가 아닌 ‘한국교총’도 퇴직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합법화를 추진함에 있어서 졸속 법 개정보다는 국민적 공론화로 장기적 접근을 해야 한다. 교원노조법 개정은 특정 노조 하나만 보고 해서는 안 되고 모든 교직단체, 나아가 기업 등 전 노조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촛불 정권 지원을 논공행상으로 특정 법을 개정한다면, 이는 역설적으로 촛불 정권의 한계를 스스로 자인(自認)하는 결과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