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 일본에 맞서 독도를 지켜낸 조선 백성 안용복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역사소설 ‘강치’가 출간됐다. 강치는 독도 가제바위에 수만 마리가 살았으나 일본인들에 의해 무참히 포획된 끝에, 끝내 멸종돼버린 바다사자이기도 하다.
오늘날 독도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안용복은 숙종 때인 1693년과 1696년 두 차례 일본으로 건너가 에도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임을 확인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일본과 담판을 짓고 돌아와 국법을 어긴 죄로 귀양을 간 후 그가 어떻게 살았고 또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는 관료도 장수도 아닌 천민이었다. 하지만 그가 일본에 소송을 걸겠다고 항변했던 그 흔적 때문에 독도는 현재까지 우리의 영토로 남아 있다. 파도를 넘어 일본과 싸우며 울릉도와 독도를 지켜냈던 조선 백성 안용복의 고난과 사투, 모험에 관한 생생한 기록을 밀도 있게 담아낸 이 감동 스토리는 영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답게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과 영화 같은 역동적인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작가가 되살려낸 인물들은 역사적 사실이라는 뼈대 위에 소설적 상상력으로 살점이 붙어 생생한 얼굴로 되살아난다.
작가는 지금까지 독도를 지켜온 것은 이 섬과 이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지 않으면 더 살아갈 방도가 없는 궁지에 몰린 백성들의 절망감과 절박함이었다고 말한다. 나라는 몇몇 권력자들이 아니라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이 지켜내는 것임을 새삼 일깨워 준다.
이 소설은 안용복의 삶을 널리 알리고 독도를 끝까지 수호해야 한다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이자 일본의 도발로 한일 경제전쟁이 시작된 시점에서 ‘과연 나라는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것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우리의 땅 독도를 끝까지 지키려 했던 안용복의 마음은 지금 우리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소설 ‘강치’는 독도가 우리 가슴 속에 자리 잡도록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전민식 지음/ 한국경제신문/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