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학기에도 현장체험학습을 포기하는 유치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영유아가 차량에 탑승할 경우 유아보호용장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지만, 전세버스에 장착할 수 있는 2점식 18㎏ 초과 유아용 보호장구 개발은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관련 법령이 상충하는 문제도 여전했다.
지난달 한국교총은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경찰청에 ‘유아보호용장구 설치 의무화 관련 의견서’를 전달하고 교육 현장의 혼란을 해소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견서에는 ▲유치원에 자가 통학버스 지원 강화 ▲2점식 좌석 안전띠 사용 전세버스에 장착 가능한 18㎏ 초과 유아용 보호장구 개발 및 보급 시기 안내 ▲보급 전까지 관련 기관 협의를 통해 일관된 법 적용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의견서를 받은 중앙부처에서 내놓은 입장은 원론적인 내용뿐이었다. 교육부는 “2점식 좌석 안전띠용 18㎏ 초과 유아용 보호장구가 개발되도록 산업통상자원부로 공문을 발송했다”며 “경찰청, 국토교통부 등과도 협력해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토교통부의 답변도 다르지 않았다. “유아보호용장구 장착이 불가한 차량에 대해 유아보호용 장구 장착에 관한 적용 유예고시를 제정하고 2021년 4월 24일까지 3년간 적용을 유예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해당 유예고시는 운송사업자의 의무를 유예한 것으로 안전벨트 미착용에 대한 책임 등은 도로교통법을 관장하는 경찰청에 문의해달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 이상 유아를 위한 2점식 보호용장구의 기술 개발 지원을 위해 올해 6월부터 기술 수준 및 업계 현황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공모, 평가를 통해 기술 개발 지원업체를 선정할 계획임을 덧붙였다.
당초 단속유예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경찰청은 “유아보호용장구 착용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근거하며 이는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고 답변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유아보호용장구 설치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자체 예산으로 유아보호용장구(3점식) 구입비를 지원하거나 유아보호용장구가 장착된 차량을 마련,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 교육청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신현욱 교총 정책교섭국장은 “유아의 안전을 위해 행정당국이 범부처 차원에서 협력해야 함에도 손발이 맞지 않아 애꿎은 유아, 학부모, 교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하루빨리 유아보호용장구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용장구의 탈부착 문제가 거론되는 만큼 궁극적으로 교육당국이 유아용 전용 버스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학부모들도 차량 내 유아보호용장구 설치 의무화 정책의 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나섰다. 청원인은 “유아교육 기관의 유아 전용 차량 보유 현황과 유아보호용장구 개발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했다”며 혼란에 빠진 현장의 상황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