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월) 아침. 아이들 몇 명이 교무실 복도에서 출근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마치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교무실로 들어가는 나를 따라오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선생님, O일 학교에 못 나올 것 같아요."
"저는 OO일 결석 해야겠습니다."
"선생님, 저는 O 일과 OO일 면접이 잡혀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번 주에 예정된 대학별 고사(면접, 실기 고사 등) 때문에 부득이 학교에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를 담임인 내게 사전에 알려 주기를 원했다. 특히 한 아이는 이번 주에 무려 대학별 고사가 두 번(화, 금)이나 잡혀 있어 그 고충이 이루 말할 수가 없는 듯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문득 아이들의 수업결손이 염려되었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지원한 대학이 근교가 아닌 수도권 소재 대학일 경우, 최소 하루 전에 출발해야 하는 부감까지 떠안아야 하며 수업결손 또한 이만저만 아니다.
요즘 학생과 학부모의 편의를 위해 대학별 고사 일정을 주말(토)과 휴일(일)로 잡는 대학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일부 대학은 아직 대학별 고사 일정을 일선 고교의 수업결손을 아랑곳하지 않고 평일(월~금)을 고집하고 있다.
한번은 대학별 고사 일정이 평일인 한 대학 관계자와 통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대학별 고사를 수업결손이 없는 주말과 휴일(공휴일)로 해줄 수 없는지에 대한 내 요구에 대학 관계자는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았을 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매년 줄어드는 학생 수에 대학 또한 학생 유치에 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나아가 교사를 배려하지 않는 대학이 과연 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대학별 고사 일정 문제로 한 대학과 심한 언쟁을 한 동료 교사가 그 이후 그 대학에 학생을 추천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 입장과 사정이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일선 고교의 실정을 한 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학생의 관점에서 말이다. 현 고3 수험생은 얼마 남지 않은 수능을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 학업에 전념하고 있다.
그뿐 이겠는가? 2학기 학교 내신부터 대학별 고사(면접, 실기 고사, 적성검사, 논술 등)까지 수험생은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이것 또한 대학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