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에 삶의 답은 없는걸/등급이 너를 말할 수 없듯이/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갈지/길을 찾는다면 그게 바로 합격이야/꽃이 필 땐 저마다의 때가 있듯이/겨울 지나면 눈부신 봄이 오듯이/떨지마 두려워마 우린 널 믿어.’
‘꽃-합격을 꿈꾸는 이들에게’가 6일 강원도교육청 유튜브 채널 학끼오 TV와 음원사이트 멜론에 공개됐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를 배경 삼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막연함이 주는 불안감에 떨고 있을 아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그동안 잘해왔다고, 수고했다고, 열아홉 인생에 실패는 없다고….
새 출발을 앞둔 고3 학생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이 노래는 강원 지역에서 근무하는 현직 교사들이 제자들을 위해 완성한 응원곡이다. 김병현·백서윤 교사(도교육청 파견)가 작사·작곡·노래를 맡았고 한재현(춘천고)·송민수(황지고)·심지연(세연중) 교사가 세션으로 참여했다.
올해 도교육청으로 파견된 김병현 교사는 지난해까지 고3 담임만 4년을 맡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아이들에게 숨을 틔워주고 싶어 매년 응원곡을 썼다. 기타 코드로 간단하게 만든 멜로디에 학생들과 상담하면서 나눈 이야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가사를 붙였다. 이번에 발표한 ‘꽃’은 2년 전 수능 모의고사 필적 확인란에 쓰였던 글귀를 모티브로 만든 노래다.
“시인 박치성의 시 ‘봄이에게’에서 발췌한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라는 구절이 쓰여 있었어요. 당시 그 문구가 아이들에게 울림을 줬어요. 소소하지만, 매년 학생들을 위한 노래를 만든 이유죠.”
제자들을 위해 마련했던 작은 이벤트가 음원 발표로까지 이어진 데는 교육청 홍보팀의 제안이 있었다. 그동안 만든 음악을 편곡하고 세션을 더해 제대로 녹음해보자는 것이었다. 도 내에서 음악을 전공한 교사들을 수소문했고, 이번 앨범 작업을 함께했다.
김 교사는 “20살이 되는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 속에 담았다”며 “모든 수험생을 위한 응원곡”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19살로 살아가기란 얼마나 힘들고 아픈지 알고 있습니다. 사실 수험생을 위로한다는 말 자체가 아이러니하지요. 슬프고 짠한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점도 안타까웠고요. ‘꽃’은 수능을 잘 보라는 노래가 아니에요. 불안감, 막연함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개인의 잘못이나 부족함 때문이 아니란 걸 말해주고 싶어요. 실패한 19살 인생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