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그레이트빅토리아 사막, 그레이트샌디 사막, 그레이트디바이딩 산맥,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지도를 펴서 호주(Australia)를 찾으면, ‘그레이트’라는 글자가 계속 들어온다. 그만큼 커다란 나라다. 호주는 남한의 약 77배 크기인 나라다.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국명처럼 호주는 남쪽에 있다(라틴어로 ‘australis’는 남쪽을 뜻한다). 남반구에서 가장 크고, 그레이트한 호주 동쪽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호주의 수도가 켄버라인 이유는?
호주는 수도가 가장 헷갈리는 나라다. 일반적으로 수도는 그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즉,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그런데 호주에서 인구 1위 도시는 시드니다. 인구 2위 도시는 멜버른이다. 그러면 호주의 수도는 제 1도시, 제 2도시도 아니다. 과연 어디일까? 현재 호주의 수도는 인구 40만 명의 소도시 캔버라다. 왜 수도가 제 1도시, 제 2도시가 아니고, 인구 규모도 작은 소도시일까? 우리나라처럼 제 1도시인 서울이 수도인 나라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1901년 호주가 연방제가 되었을 때 시드니와 멜버른은 서로 수도가 되겠다고 격렬한 수도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싸움이 계속되고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자, 결국 타협안으로 시드니와 멜버른 사이에 신도시를 만들어 수도로 삼는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 계획도시를 만든다. 그 도시가 캔버라다. 캔버라 지명의 뜻은 ‘만남의 장소’다. 도시 이름에 도시를 만든 의도가 잘 녹아 있다. 멜버른에서 호주의 국회의사당 역할을 했던 건물은 캔버라의 국회의사당으로 기능을 넘겨줬다. 지금은 멜버른이 속해 있는 빅토리아주 의사당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페라 하우스와 블루마운틴의 도시, 시드니 여행
흔히 랜드마크(landmark)는 도시의 상징물을 뜻한다. 파리는 에펠탑,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처럼. 시드니의 랜드마크를 물으면 사람들은 바로 답한다. 오페라 하우스. 그만큼 오페라 하우스는 호주 전체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오페라 하우스 옆으로는 하버브리지(Harbour Bridge)도 보인다. 하버브리지를 오르는 관광 상품도 있다. 날씨가 좋으면 올라가길 바란다. 오페라 하우스를 뒤로하고 블루마운틴으로 향한다.
블루마운틴은 시드시 시내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다.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날따라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와서 블루마운틴에서 가장 유명한 세자매봉(the Three sisters)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블루마운틴을 올라가는 길옆으로는 유칼립투스(Eucalyptus) 나무가 많이 있다. 유칼립투스 나무는 호주가 원산지이다. 블루마운틴이라는 이름도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비롯되었다.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분비되는 수액이 내리쬐는 강한 햇볕에 산 전체가 푸른색으로 반사되어 보인다고 해서 지어졌다. 유칼립투스 나뭇잎은 코알라의 주식으로도 유명하다. 코알라는 하루에 20시간 정도를 잔다. 그 이유를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찾을 수 있다. 유칼립투스 나뭇잎에는 마취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한 향이 나는 유칼립투스 나무를 벌레들이 싫어해서, 천연 벌레퇴치제의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나는 유칼립투스 나무 향이 좋았다.
드디어 에코 포인트(Echo Point)에 다다른다. 여전히 안개가 끼어있어서 세자매봉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도 구름이 산봉우리에 자주 걸려 있어, 세자매봉 전경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바람이 불자 바람이 안개를 걷히게 만들고, 기적적으로 세자매봉이 눈에 들어온다. 어디든 이런 모습을 보면 전설이 있고, 세자매봉도 마법사 아버지와 세 자매를 둘러싼 이야기가 있다. 볼거리인 세자매봉 외에도 블루마운틴에는 탈거리가 있다. 과거 탄광에서 사용했던 트롤리(Torlly)를 개조해 만든 궤도 열차다. 이 열차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52도 각도로 유명하다. 그래서 기네스북에도 기록되어 있다. 250m 정도를 오르내리는데, 막상 타보면 무섭다가 금방 끝나버린다. 짧아서 매우 아쉽다.
그레이트! 그레이트 오션로드(Great Ocean Road)
이번 여행에서 멜버른에 들른 이유는 순전히 포트캠벨 국립공원의 12사도 바위(Twelve Apostles) 때문이다. 지리교과서 속 단골 지형인 12사도 바위는 시스택(sea stack)이라는 해안 지형이다. 지금도 계속해서 깎이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전부 없어질지도 모른다. 지금도 8사도 밖에 남지 않았다. 포트캠벨 국립공원은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일부다. 멜버른에서 그레이트 오션로드로 가면서 왜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라고 하는지 알만했다. 포트캠벨 국립공원을 즐기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이곳도 여느 관광지처럼 헬기 투어가 있다. 헬기 투어를 탈 때는 앞자리에 태워달라고 계속 말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두 번째 자리에 앉았다. 앞에 앉은 덩치가 큰 아저씨 때문에 헬기 앞 창문으로는 그레이트 오션로드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헬기가 방향을 틀자 장관이 눈에 들어왔다. 영상을 팔기도 하는데, 굳이 구입할 필요는 없고,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촬영하면 비슷할 것 같다. 헬기 투어는 꼭 추천한다. 땅에서 봤을 때와 다르게 하늘에서 본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정말 신이 빚은 선물 같다.
둘째, 걸어서 돌아다니는 방법이다. 헬기에서 내려 12사도 바위를 실제로 마주했다. TV와 교과서 속에서만 봤던 지형을 보게 되어 큰 감동이 있었다. 12사도 바위는 강한 부분만 남아있고, 약한 부분은 모조리 깎여 만들어진 지형이다. 12사도 바위 외에도 드라마 촬영 장소 같은 곳이 있다. 바로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이다. 마치 태양의 후예에 나온 자킨토스 섬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곳의 별명은 난파선 계곡이다. 영국에서 멜버른으로 돌아오던 로크 아드라는 배가 침몰하여 54명이 죽고, 단 2명 만이 살아난 비극적인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야라강이 흐르는 멜버른 시내 투어와 캥거루 스테이크
멜버른은 트램의 도시다. 트램을 타면 도시 대부분을 갈 수 있다. 구간에 따라 무료(멜버른 시티 서클 트램, City Circle Tram)도 있다. 그리고 멜버른에는 야라강((Yarra River)이 지난다. 야라강엔 유람선이 지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소지섭과 임수정이 주연으로 나왔던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나와 인기 관광지가 된 호시어 레인(Hosier Lane)도 멜버른에 있다. 호시어 레인은 플린더스 스트리트역에서 가까운 편이다. 그래피티로 가득 찬 골목으로 언제나 관광객이 많다.
피츠로이 가든(Fitzroy Gardens)은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공원이다. 특히 이 공원에 오는 가장 큰 이유는 캡틴 쿡의 오두막((Captin Cook’s Cottage))이 있기 때문이다. 캡틴 쿡의 오두막은 1934년에 지어졌다. 호주 대륙을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Captain James Cook, 1728~1779)이 어렸을 때 살았던 집(영국 요크셔 지방)의 벽돌을 옮겨와 이곳에 새로 지었다. 쿡 선장 동상과 함께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길을 묻고 물어 캥거루 스테이크를 파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현지 사람들만 가는 곳인지 관광객은 나밖에 없었다. 스테이크 가격도 상당히 비쌌다. 며칠 전 봤던 캥거루를 스테이크로 먹는다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문화체험의 기회라고 생각해서 주문했다. 그리고 먹었다. 캥거루 스테이크는 소고기와 비슷한 맛이지만, 소고기보다 질겼다. 호주에 왔다면 문화체험의 기회로 한번은 먹어볼 만하다.
호주에서 펭귄을 만나다, 필립 아일랜드(Phillip-Island)
필립 아일랜드는 멜버른 시내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는 빅토리아섬에 있다. 필립 아일랜드는 가장 작은 펭귄인 페어리펭귄(Fairy Penguin, 쇠푸른펭귄)이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키가 30~40㎝ 정도로 작은 이 펭귄은 매일 저녁이 되면 해변으로 돌아온다. 뒤뚱뒤뚱 해변을 열심히 걸어 올라가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기다린다. 저녁 시간이면 추울 수 있으니 조금 두꺼운 옷이나 담요 등을 준비해가면 좋다. 판자 산책로가 있어서 펭귄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데, 가끔 펭귄이 그 산책로로 올라오는 때도 있다.
단 주의 사항이 있다. 펭귄이 귀엽다고 사진을 찍을 때 플래시를 터뜨리면 안 된다. 플래시 불빛이 펭귄의 눈을 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요 관찰 장소에도 이러한 주의 사항을 한국어 포함해 여러 나라 언어로 표지판을 설치했다. 방송을 계속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플래시를 터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에필로그> 호주를 다 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호주 한복판에 있는 세계의 배꼽이라 불리는 울루루. 북동쪽에 골드코스트와 대보초 해안(Great Barrier Reef), 서쪽에는 예전 <꽃보다 청춘>에서 갔었던 퍼스도 있다. 일주일의 여행으로는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호주는 남반구에 있다. 그래서 우리와 너무 다르다. 우리는 남향집을 선호하지만, 호주에서는 북향집을 선호한다. 이유는 같다. 같지만 그렇게 다르다. 여행하는 이유도 그 다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위함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