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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생들이여, 정말 미안하다

요즈음 학교에서 학생들을 볼 때마다 감정이입을 해 보고자 노력한다. 물론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에 피상적일 수밖에 없지만 각종 고민과 불안, 두려움에 살아가는 학생들이 측은하고 미안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늘 가슴속에 부채를 안고 사는 기분이다. 과거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거친 언어에 지도교사의 입장만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배움이 약한 그들을 탓하며 이맛살을 찌뿌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상황에 따른 새로워진 인식 때문이다. “그래, 얼마나 힘들면 욕이라도 하면서 커야 할까. 다 못난 어른들이 너희를 힘들게 하니 입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풀어야겠지. 이해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내면의 소리는 이렇게 바뀌어 간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신중해진다. 삶의 태도가 바뀌어 가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자기중심적인 굴레를 벗고 주변의 약자들에 관심과 이해가 깊어진다. 그 바탕에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교현장에서 현 직책의 버거움이 가져다주는 사고의 확장 때문이기도 하다. 학교 업무에서 교감이 관여하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 모든 것이 교감의 중재가 필요하고 관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머릿속 모든 영역이 서로 촘촘히 연계되어 간다. 학교 안의 구성원들-학생, 교사, 학부모 그리고 일반직 종사자- 모두가 주목의 대상이다. 교사의 힘겨운 일상과 학부모의 걱정스러운 표정, 일반직 직원의 행정업무에 지친 모습, 이 모든 것이 눈에 다가온다. 그렇지만 학생들의 지치고 힘겨운 모습, 그들의 심리적 불안과 고민에 견줄 수 있을까. 필자에게는 이제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학생 A군, 늘 식당 옆 빈터에 앉아 고민에 찬 모습이었다. 어느 날,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요즘 학교생활이 어때? 많이 힘들지?” 그 말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도는지 눈시울이 붉어진다. “예, 통학 시간이 너무 길어서 고민이에요. 아침에 1시간 넘는 긴 시간이거든요.” “그렇구나. 아침에 잠이 많이 부족하겠구나. 학교에서는 잘 지내?” “예, 학교가 생각보다 좋아요. 친구들도 착하고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저희를 존중해주니 좋아요.” “그래? 힘들어도 참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올 거야.” “예, 그래서 전학을 포기하고 여기서 좋은 대학에 가려고요. (…) 오늘 여러 가지 말씀 감사해요. 열심히 해서 이 학교를 빛내는 학생이 될게요.” “그래. 고맙다. 너는 꼭 성공할 것 같구나. 마음이 든든하다. 힘들 땐 교감샘을 찾아 오거라.” “예,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그는 20지망으로 공동학군인 본교에 배정받은 신입생이었다.

 

또 다른 학생 B군. 개인적 안면이 있어선지 어느 날 고민을 실토했다. “교감 선생님, 저는 수시로 대학에 가려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교과를 선택해 공부할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이 몰려서 고민예요. 내신이 좋아야 서울권 전문대학도 갈 수가 있거든요. 저는 전문대학을 가서 빨리 취직해 부모님을 돕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지요?” 고교학점제 운영에 따라 학생에게 교과 선택권을 주는 것에도 이렇게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선택자가 많으면 많아서 또 적으면 적어서 모두가 고민이다. 즐겁게 공부하고 배우도록 그들에게 쉽게 길을 내주지 못한다. 모두가 성적 때문이다. 이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 다소 버거운 아이, 모두가 공통된 현상이다. 그러니 학생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하라고 지도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게 대학진학에 매달려 고민하며 살아가는 요즈음의 아이들이다.

 

최근에 정부는 정시 확대를 골격으로 또 다시 변경된 대입 전형을 발표했다. 실험실의 대상인 양 늘 어른들의 변심 속에 장단을 맞추며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횡포를 부려도 되는지 그저 미안하고 답답할 뿐이다. 십대의 삶이 불안정하여 고민이 많은 그들에게 어른으로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만 안겨주는 것에 속죄하고 싶은 것은 어제 오늘의 시간만은 아니다. 학생들이여, 정말 미안하다. 할 말이 이것뿐이라 더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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