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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글을 잘 쓰는 비법은 뭘까

가끔 글쓰기 비법을 묻는 경우가 있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아예 글쓰기 팁 10가지, 혹은 20개 정도 정리해서 설명해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관련 책에도 이런 형식의 안내가 많다. 유튜브에서 유명 인사들이 하는 강의 영상도 ‘글쓰기를 잘하는 3가지 비법’, ‘글쓰기 초보가 봐야 할 9가지 비법’ 등의 제목으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런 부탁을 받을 때마다 참 난감하다. 우선 비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비법이 있다고 해도 이것이 바로 글쓰기를 잘할 수 있는 지식이나 기능이 아니다. 글을 쓰는 도중에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는 전략이다. 이것을 외우고 학습한다고 글쓰기 기능이 신장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전략을 글쓰기 상황에서 맥락에 맞게 적절하게 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간에서 말하는 글쓰기 비법이란 좋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유연하게 연결될 때 의미가 있다.

 

글쓰기를 비법으로 익히려는 것은 얼음판에도 안 가본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에게 스케이트 잘 타는 방법을 묻는 거와 같다. 빙판에서 미끄러지듯 스케이팅을 하고, 점프하고 공중에서 서너 바퀴 돌고 나서 착지를 하는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것이다. 이렇게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면 오랜 시간 훈련이 필요하다. 얼음판에 오르기 전에 체력을 키우고, 스케이트장에서도 수백 번 넘어지고, 무릎이 깨지고 아물기를 수도 없이 해야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비법을 몸으로 실천해야 나비처럼 탈 수 있다. 이 과정이 없이 기술을 고립적으로 배워봐야 쓸모가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비법을 활용해 글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면 된다.

 

글쓰기 비법은 따로 없다. 글을 직접 쓰면서 끊임없이 다듬는 것이 답이다. 그래야만 효율적인 성장을 경험한다. 실제로 글쓰기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을 특별히 언급할 줄 모르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글쓰기 기능으로 하루아침에 금자탑을 쌓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연습과 노력으로 글을 썼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몇 가지 비법으로 글을 썼다면 그 명성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무슨 교육이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야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글쓰기도 방법이나 절차에 대한 안내 없이 무조건 쓰라고 하는 것도 한계에 놓일 수 있다. 특히 이제 막 글을 쓰는 학생들에게는 더 그렇다. 교실에서 글쓰기를 할 때는 기능적 차원보다 글 쓰는 과정과 방향을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은 작문 이론을 끌어오는 방법이 있다. 그중에 계획하기와 내용 생성 및 조직하기를 제시해 볼 만하다.

 

계획하기는 말 그대로 글을 쓰기 위한 계획 단계다. 이 단계는 직접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동기 역할을 한다. 동기가 뚜렷하면 글을 쓰는 재미와 힘을 얻는다. 글을 쓰는 목적이 뭘까. 왜 쓰는가. 누구에게 쓰는가. 어떻게 쓸까. 이러한 의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답을 찾아야 글의 방향과 성격 등이 결정된다.

 

내용 생성 및 조직하기 단계에서는 글에 담는 내용을 고민한다. 내용은 글에서 가장 핵심이 된다. 내용을 생성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교과 학습 과정에서 얻을 수 있고, 책, 신문, 미디어 등에서 습득할 수도 있다. 이 중에서 책을 통해 얻는 것이 가장 능동적인 방법이다. 독서를 해야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이 많아지면 지혜로움이 싹튼다. 그러면 쓸거리가 생각나고, 쓸 내용이 만들어진다. 송나라 문장가 구양수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으로 첫 번째 다독이라고 했다. 추사 김정희도 만 권의 책을 읽어야 그것이 넘쳐서 글과 그림이 된다고 했다. 책을 읽어서 정신을 살찌우고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면 글 쓰는 준비가 된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어휘력이 풍부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어휘력도 결국은 독서의 힘에서 나온다. 생각이 아무리 좋아도 적절한 어휘로 표현을 해야만 글이 된다. 그리고 문장으로 표현하고 단락을 완성하는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책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키워지는 것이다.

 

이 방법이 비법은 아니지만, 바른길임은 분명하다. 바른길을 알았으니, 초고 쓰기부터는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충분히 생각하고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게 지도한다. 이때 문장 구성과 관련된 문법 지식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이 문제는 고쳐쓰기 등을 통해 다듬다 보면 해결할 수 있다. 글을 쓸 때 이런 것에 얽매이다 보면 오히려 자신의 생각이 가로 막힐 우려가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내가 들려주고 싶은 것이 곧 글이 된다. 그렇다면 글쓰기의 비법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평소에 깊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문제를 발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남다른 생각을 다듬는다. 남다른 생각이 글을 멋지게 한다. 글은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글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명상과 독서를 통해서 내면을 성장시키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늘 내면을 성찰하면 영혼이 맑아진다. 맑은 영혼을 지니는 것도 글쓰기의 비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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