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4시간 16분. 20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대법관이 모두 모인 전원 합의체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상고심 변론은 최장 시간 대법원 공개 변론 기록을 경신했다. 그만큼 민감하고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민감한 재판치곤 변론에 동원된 수사가 사실과는 너무 동떨어졌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원장이 맡은 원고 측 대리인의 변론은 진정성 있는 호소로 심금을 울렸지만, 내용을 조금만 되짚어보면 오히려 매우 진실하지 못했다.
대리인은 전교조를 법외노조 통보 당시 ‘유일한 교사노조’라고 했지만, 사실 당시 전교조 외에 한국교원노동조합, 자유교원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 등 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교사 노조가 3개나 더 존재했다.
9명을 지키기 위해 ‘34명이 해고당했다’고 했지만, 34명의 전임자는 노조를 유지하기 위해 해고당한 것이 아니라 전임자 근무에서 복귀하는 것을 스스로 거부했다.
‘1만 2788명의 선출직 대표자에 이들 해직자 중 한 사람만 포함된다’며 해직자 9명은 조합의 정체성을 흐트릴 정도로 영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들 9명은 위원장, 중앙 본부 내 편집실장, 정책실장, 사무처장, 정책연구국장, 법률지원실장 등 핵심 보직을 역임했었다. 또 주요 지부 지부장, 사립위원장, 수석부지부장, 조직국장, 선전국장 등도 역임했다. 단지 기준 시점에 현직이 한 명이었을 뿐이다.
또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조합비를 걷을 수 없게 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는 원천징수 동의서를 요구했을 뿐 원천징수를 거부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전교조 측에서 매년 반복되는 원천징수 동의서 과정의 조합원 이탈을 우려해 CMS로 조합비 수납 방식을 스스로 바꾼 것이었다. 원천징수 동의서 요구는 모든 공무원 단체, 심지어 사적인 동호회에까지 요구됐고, 대부분의 단체는 동의서를 받고 원천징수를 유지했다.
대리인은 ‘설립 당시 규약을 허위로 제출한 적이 없고 규약을 개정해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미 원심에서 당시 논란의 조항을 빼고 규약을 허위로 제출하기로 결의한 대의원회대회 회의록이 증거로 제출돼 사실이 확정된 내용이었다.
몰라서 혹은 재판부를 속이기 위해 사실관계를 틀리게 말한 것은 아니리라. 원고의 입장을 충실히 설득하기 위해서 다소간 과장도 하고, 사실과 다른 강변도 했다고 이해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도 법외노조 통보의 이유가 된 9명이 ‘노조 활동 하다 해직된 사람’이라는 주장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9명 중 6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주경복 후보의 선거 자금을 모으는 등 정치 활동을 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형사 범죄자들이다. 심지어 선거비용으로 쓴 자금에 대해 허위 회계 보고까지 했다. 이건 ‘정치 활동’이다. 이런 정치 활동이 노조 활동이라는 말은 그 노조가 ‘정치 노조’라고 스스로 주장하는 꼴이다.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교육이 비정치적이기를 기대하는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의 기대에서 벗어나는 데도 굳이 선거 운동을 노조 활동이라고 강변해야만 변론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이 9명의 해직 사유 자체는 이번 재판의 쟁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하필 그런 주장을 해야 했을까. 선거 운동을 노조 활동이라고 강변해도 위화감을 못 느낄 정도로 정치가 활동의 본질이 돼버린 걸까. 이후 조직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아무런 비판도 없었다. 원고 스스로 ‘정치 노조’임을 선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