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3년 차인 경기 청림중. 이 학교에는 특별한 ‘사제동행’ 문화가 있다. 교사들과 학생들이 함께 한라산을 오르고 배낭여행도 떠난다. 자전거를 타고 역사 탐방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8일에는 ‘내 고장 자전거 라이딩’을 진행했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매향리 평화역사관과 화성 방조제, 궁평항, 마도산업단지, 남양 성모성지 등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야외활동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자전거를 달리지 않을 때는 마스크 착용을 원칙으로 했다. 교사들이 직접 수육을 삶고 라면을 끓여 학생들의 점심을 차려냈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학생들은 자전거를 타면서 답답함을 날렸다.
사제동행 문화를 만들어간 주인공은 교원 동호회 ‘헬스라이프’. 교총 회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헬스라이프는 배드민턴, 자전거 등 취미활동을 동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꾸려졌다. 올해 교총이 지원하는 교원 동호회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들은 단순히 취미활동 즐기기에 그치지 않고 학생 대상 체험 프로그램으로 연계해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주도 탐방을 시작으로 백제 역사 탐방, 금강 자전거길 자전거 라이딩, 태국 배낭여행 등을 기획했다. 김수창 교사가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22일 전화로 만난 김 교사는 2학기에 계획하고 있는 낙동강 자전거길 라이딩을 위해 사전 답사 중이었다. 그는 “오는 10월 학생들과 낙동강 자전거길에 도전해보려고 한다”면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꽤 많아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살피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지난해 청림중으로 왔다. 이곳은 2018년 개교 이후 매년 학급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새로 전입한 교원도 기존 교원보다 많았다. 동료끼리 단합할 ‘소통의 장’이 필요했다.
“이곳으로 옮기기 전에도 마음 맞는 선생님들과 동호회 활동을 했어요. 2016년에 시작했죠. 교총 동호회 지원사업에 신청해 선정되기도 했고요. 지원금 규모를 떠나서 교총의 지원을 받으면서 운영된다는 것만으로도 모임을 지속할 원동력이 됐어요. 덕분에 지금도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가 교총 회원이 된 건 2014년 무렵.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뉴스로 교권침해 사건을 접하고 ‘내가 저런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다. 그렇게 교총과 인연을 맺었다. 교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교권침해를 막으려는 교총의 행보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는 “보험 드는 마음으로 가입했다”고 했다.
“후배 선생님에게 교원단체에 관해 물었더니, 존재는 알고 있지만,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다고 했어요. 교원단체가 우리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려면 교원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회원 가입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이죠.”
김 교사의 생각에 공감한 동료 교사들은 망설임 없이 교총 회원이 됐다. 지난해부터 이달 22일까지 14명이 회원가입서를 제출했다. 그는 올해 학교 분회장도 맡았다. 김 교사는 “교원단체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분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규 교사 연수 때를 떠올렸습니다. 교원단체를 설명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고, 금방 흘러 가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 그리고 분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취미활동을 즐기면서 서로 가까워지고, 교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한곳에 모아보자고 홍보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