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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2]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미룰 일 아니다

초등 돌봄교실은 2004년 시범사업으로 추진되어 현재 전국 초등학교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학교 밖에서는 학교 고유의 업무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초등 돌봄교실은 학교 본연의 업무인 ‘교육사업’이 아니라 ‘돌봄사업’이다. 보급의 용이성을 따져 학교에 떠맡겨진 사업이다.

 

정부는 돌봄 수용 인원을 오는 2022년까지 현재 33만 명에서 53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현재 초등 돌봄교실은 거의 모든 초등학교에 설치되어 있고, 대상 학년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정착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주도로 학교를 중심으로 도입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학교 입장에서는 정규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 행정업무 처리에도 바쁜데 돌봄교실(학교 운영예산 10% 내외) 업무까지 떠안게 된 셈이다. 게다가 돌봄을 원하는 가정의 요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어, 이를 수용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학교는 본연의 업무인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는 교육과 돌봄 모두 질적 향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교는 교육기관? 돌봄기관?

지난 5월, 교육부는 초등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학교에서 운영할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초·중등교육법 개정 입법예고안을 내놓았다. 이번 입법예고안 추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학교는 ‘법적 근거도 없는’,‘학교 고유 업무도 아닌’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해 온 것이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가 집중적으로 항의하였고, 교육부는 관련 입법예고안 추진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일단락된 줄 알았던 논란은 일부 학부모 단체의 이의제기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교사와 학부모는 교육 동반자인데, ‘불합리한 법 적용’으로 양자의 갈등을 촉발한 정부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논란은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학교를 '교육기관'으로 보느냐 '돌봄기관'으로 보느냐의 차이이다. 우리나라 법제도상 학교는 교육부 소관으로 '교육기관'이다. 이에 따라 학교는 교육과 이와 관련한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반면, 돌봄교실이나 방과후학교는 법적으로 보면 지방자치법, 정부조직법, 아동복지법, 청소년기본법, 아이돌봄지원법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의 담당 업무로 되어 있다. 현행 법상으로 보아도 초등 돌봄교실은 교육기관인 학교 소관 업무가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학교는 담당 업무가 아닌 돌봄교실을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교육에는 교육기관으로서 학교를 무시하고 시행된 사업들이 많다. 그렇다고 교원단체들이 초등 돌봄교실이 학교사업이 아니니, 무작정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법 취지에 맞게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학교와 협력하여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하자는 말이다. 그래야만 학교가 본연의 업무인 교육활동(교육과정, 수업, 평가, 생활지도, 상담)에 전념하게 되고, 더불어 초등 돌봄교실도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갈등과 오해를 해소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방안은 없을까? 그 해법을 서울시 중구에서 운영하는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현행 법체제에 부합하고, 학교와 지자체가 상호 협력을 통해 교육과 돌봄이 양립할 수 있는 모범사례이기 때문이다.

 

학교-자자체-교육청 협력 모델 필요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2019년 서울시교육청(조희연 교육감)과 서울시 중구청(서양호 구청장)의 협약으로 중구 관내 2개 공립 초등학교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중구 관내 9개 공립 초등학교 중 5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까지 나머지 초등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학교는 공간을 제공하고, 지자체는 돌봄교실 운영과 환경 개선에 관한 모든 사항을 책임지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육청-중구청-학교’가 상호 운영업무 협약(MOU)을 맺고, 이를 근간으로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과 기존 ‘학교 초등 돌봄교실’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기존 학교 초등 돌봄교실과 비교해 교실당 2명의 돌봄전담사 배치, 무료 급식과 간식, 별도 보안관, 입출입 안내 시스템 운영, 돌봄프로그램 다양화, 쾌적한 교실환경 구축 등에 있어 우수하다. 이에 학교는 돌봄교실 공간 제공, 학생 모집, 학교 시설 사용 등에 협력하고 있다.

 

특히, ‘1교실 2교사제’ 운영으로 질 높고 안전한 돌봄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여기에 돌봄교실 입급 학생들이 창의성과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문예체 및 과학 프로그램’(칼림바, 오카리나 연주, 그림 명상, 과학 놀이, 음악줄넘기, 야외 신체활동 등)을 수준별로 운영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교육청, 학교, 지자체의 협력 모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행 법체제 내에서도 질 높은 돌봄교실 운영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학부모 만족도가 99%에 이르고 있고, 대통령상, 교육부총리상 수상과 정부혁신 100대 과제에 선정되는 등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지자체로 초등 돌봄교실 이관을 시사하기도 하였다.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려면 학교에만 돌봄교실을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처럼 지자체, 마을, 학교가 함께 힘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을 시작으로, 지자체의 공공성과 학교의 공동체성을 확장하여 ‘지자체-학교-마을이 상생’하는 ‘교육-돌봄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초등 돌봄교실 내실 기하려면

지자체와 학교의 상생 모델로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다음과 같은 강점이 있다. 우선, 학교의 돌봄교실 관련 업무를 덜어 줌으로써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둘째, 지자체는 지역 주민들의 자녀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함으로써, 주민 만족도를 높이고 인구 유입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셋째, 맞벌이 가정에 오후 늦게까지 돌봄 제공하여 생업에 충실히 종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넷째, 학교 공간 내에 쾌적한 돌봄교실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다섯째,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과 급식(간식)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가계 부담도 줄이고, 자녀의 재능도 키울 수 있다.

 

앞으로 학교와 지자체가 상호 협력하는 서울시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지원책이 이어졌으면 한다. 또한, 이미 법적으로 소관 업무가 정해진 초등 돌봄교실에 대한 불필요한 입법 추진으로, 관계자 간 분란을 일으키는 일은 더는 없었으면 한다. 바라건대, 정부당국은 돌봄 관련 현행법 체제를 원칙대로 적용하여 초등 돌봄교실을 내실이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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