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서 전북유니텍고 교사에게 2018년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학생을 지도하면서 생긴 일로 교권 사건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사건이 마무리되기까지 겪은 마음고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한 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기도 했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서야 ‘내가 교총 회원이었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2010년, 마흔에 느지막이 임용시험을 치러 교단에 섰다. 중학교 때부터 역도 선수로 활약하다가 은퇴 후 어릴 적 또 다른 꿈이었던 ‘교사’를 떠올렸다.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시험을 준비한 지 6개월 만에 합격 소식을 접했다. 박 교사는 “우리 학교 학생들만큼 착하고 모든 활동에 적극적인 아이들은 없을 것”이라며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임용시험에 합격하자마자 교총에 가입했어요. 교사들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한다고 알고 있었죠. 막연하게 좋은 일을 하는 곳이구나, 생각했어요. 가입 후에 잊고 있다가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총이 생각났습니다.”
박 교사는 전북교총으로 찾아가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전북교총은 박 교사가 처한 어려움에 공감해 도울 방법을 고민했고, 변호사 선임 비용 지원을 결정했다. 그는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나를 지지해주고 지켜주는 단체가 있다는 생각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너무 컸어요. 억울함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어느 교사의 마음이 이해되더군요. 교총에서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든든한 백이 생긴 느낌이었어요.”
사건이 해결되고 박 교사는 동료 교사들에게 교원단체 가입을 권하기 시작했다. 하지 않은 일도 한 것처럼 매도되는 걸 경험한 후 동료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교사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7명, 올해는 9명이 가입했다. 함께 근무하는 교원 19명 중 15명이 교총 회원이다.
박 교사는 “시골의 작은 학교인 덕분에 교원들끼리 결속력이 좋다”면서 “종종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가입을 추천해요. 그러다 보면 종종 굉장히 냉소적이고 차갑게 대하는 분들도 있어요. 속으로 ‘선생님을 위해서 그러는 건데…’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죠. 교원단체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요. 교사, 학생, 학교, 나아가 교육을 위해서 목소리를 냅니다. 더 힘이 실려야 해요.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들이 뜻을 함께했을 때 그 힘은 상상 이상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 교사는 오한섭 전북교총 사무총장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건이 마무리된 후에도 가끔 전화해 안부를 물어온다고 했다. 그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힘이 된다면서. 박 교사는 “감사한 마음에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교총의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