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벚꽃엔딩’처럼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퍼지는 거리를 연인과 함께 걸어본 추억이 있을 것이다. 김연수 단편 <벚꽃 새해>는 딱 그런 시기가 배경이다. 다만 지금 사귀는 것이 아니라 4년 전 헤어진 연인들이 주인공이다.
사진작가인 성진은 4년 전 헤어진 ‘구여친’ 정연한테서 시계를 돌려달라는 문자를 받는다. 그녀가 예전에 선물한 명품시계인 태그호이어를 돌려받고 싶다는 것. 그러나 그 시계는 고장 나 며칠 전에 시계수리점에 팔아버린 뒤였다. 성진이 시계를 되찾으러 갔을 때 주인은 이미 다른 곳에 팔았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얽긴 두 사람은 시계방 주인이 일러준 서울 황학동 가게로 태그호이어를 찾으러 가기로 했다. 서울에 막 벚꽃이 필 때였다.
성진은 하늘을 올려봤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벚나무 가지가 뻗어 있고, 그 가지마다 하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 서 있는데 외롭지가 않다니 신기하다고 성진은 생각했다. 뷰파인더로 아름다운 풍경을 볼 때마다 외로움을 느꼈는데 말이다. 벚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말하자면 오늘은 벚꽃 새해.
벚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벚꽃 새해라는 논리는 신선하다. 4년 전에 호기롭게 헤어졌지만 둘 다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니 막 피어난 벚꽃에 더욱 마음이 싱숭생숭했을 것이다. 두 연인이 찾아간 황학동 가게 노주인은 그런 시계는 없다고 했고, 대신 노인의 아내에 대한 사연을 듣는다. 노인은 진시황 병마용 모형 때문에 무식하다는 모욕을 당한 다음, 매일 낮 가게에서 진시황 책, 사마천의 <사기> 등을 읽는다. 그리고 밤에 불을 끄고 누워서 낮에 읽은 내용 중 흥미로운 대목을 고단한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노부부는 중국 시안과 그 너머 사막을 같이 여행하기로 약속했지만, 아내는 병으로 죽었다.
이 두 사람은 재결합할까. 구여친이 재결합을 바라는 듯한 말과 태도가 곳곳에 나오고, 주인공도 외로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호기심이 생겼다. 후반부에 ‘둘이서 같이 걸어온 길이라면 헛된 시간일 수 없는 것’이라는 문장이 나와 결말을 더욱 궁금하게 했다.
이런 잔잔한 스토리인데도 이 소설이 잘 읽히는 이유는 액자처럼 담긴 황학동 노인 사연, 아유타야의 불상 머리 이야기 등과 함께 김연수 특유의 재치 있는 농담이 곳곳에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시계를 팔아버렸다고 고백했을 때 정연이 대꾸가 없자 ‘뭐지, 이 폭풍전야의 고요는? 성진은 궁금했다’와 같이 불안해하는 대목이 그렇다. 이 같은 농담 혹은 재치, 너스레 속에 진지한 문제의식과 생각해볼 거리가 담겨 있는 것이 김연수 소설의 특징인 것 같다.
찬란하게 피었다 지는, 너를 닮은 ‘벚꽃’
벚나무는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심어놓은 가로수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가 벚꽃축제를 하기 위해 앞다투어 벚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시내 가로수의 10.7%(2018년 현재)로 은행나무·플라타너스·느티나무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가로수다.
벚나무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고 꽃이 무더기로 피는 것이 특징이다. 도시에 흔히 많이 심는 화려한 벚나무는 대부분 왕벚나무다. 여의도 벚꽃들도 대부분 왕벚나무다. 왕벚나무는 다른 벚나무에 비해 꽃이 크고 꽃자루와 씨방, 암술대에 털이 있는 것이 식별 포인트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거기서 거기여서 일반인이 굳이 벚나무, 왕벚나무를 구분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왕벚나무 원산지를 놓고 한·일간에 100년 이상 논쟁이 있었다. 일본은 왕벚나무의 원조는 당연히 일본이라고 생각했으나 에밀 타케 신부(프랑스 출신으로 구한말 우리나라에서 활동한 선교사이자 식물학자)가 1908년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서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발견했다. 그 후 한국학자들은 왕벚나무가 제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주장했고, 일본 학자들은 수백 년 전부터 일본에서 자생하고 있었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런데 근래에 국립수목원 주도로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제주도와 일본의 왕벚나무는 다른 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도 왕벚나무는 올벚나무를 모계(母系)로 하고 벚나무 또는 산벚나무가 부계(父系)인 자연교잡종인 반면, 일본 왕벚나무는 모계는 올벚나무로 같지만, 부계가 오오시마벚나무로 달랐다는 것이다. 한·일간 100년 왕벚나무 원조 논쟁이 싱겁게 끝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주도 왕벚나무는 한라산 해발 450~900m 지대에서 드물게 자생하고 있다. 서귀포시 신례리, 제주시 봉개동에 각각 천연기념물 156호, 159호인 왕벚나무가 있다. 왕벚나무는 제주시 가로수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제주시 가로수 30종, 4만 347그루 중에서 왕벚나무가 30% 가까운 1만 1638그루(2019년 현재)를 차지하고 있다.
적어도 왕벚나무 자생지인 제주도는 가로수로 자생 왕벚나무를 심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제주시가 시내 일부 왕벚나무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결과, 모두 제주 자생 왕벚나무와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산과 우리 벚나무를 접목하거나, 일본 교포가 보내준 왕벚나무 묘목을 심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제주 자생 왕벚나무를 증식해 묘목을 만들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해 11월 삼도1동 전농로와 병문천 도시숲에 자생 왕벚나무 52그루를 가로수로 심었다. 제주시는 점진적으로 기존 왕벚나무를 자생 왕벚나무로 교체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기존 왕벚나무가 워낙 많아서 자생 왕벚나무 가로수길을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매화와 벚꽃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
매화와 벚꽃은 비슷한 시기에 피어 두 꽃을 구분하는데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매화가 지기 시작하면서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 매화는 아직 춥다 싶은 2~3월에, 벚꽃은 봄기운이 완연한 3~4월에 피는 것이다.
매화와 벚꽃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꽃이 가지에 달린 모습을 보는 것이다. 매화는 꽃이 가지에 달라붙어 있지만, 벚꽃은 가지에서 비교적 긴 꽃자루가 나와 꽃이 핀다. 나중에 열매가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매실나무는 줄기에 바로 붙어 매실이 열리고, 벚나무는 긴 꼭지 끝에 버찌가 달리기 때문이다. 꽃잎 모양도 매화는 둥글둥글하지만, 벚꽃은 꽃잎 중간이 살짝 들어가 있다. 매화는 향기가 진한데 벚꽃은 향이 약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