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안전성 논란으로 본격 시작 하루 전날인 7일 저녁 전격 연기됐다. 불안감을 안고 백신 접종에 나섰던 교원들은 우선 안도 했지만, 수업 결손 및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학사 일정을 바꿔 백신 접종 일정을 잡았던 학교들은 다시 재조정 하느라 혼란스러웠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단장 정은경, 이하 추진단)은 7일 “유럽의약품청(EMA) 총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혈전 발생 간 연관성 검토를 진행 중임에 따라 그 결과를 확인하고 추진하기 위해 8일부터 시행될 특수·보건교사 및 어린이집 간호인력 등에 대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시기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연기된 교육 분야 백신 접종 대상은 총 6만4000명으로 전국 특수·보건특수학교 종사자와 보건교사 등 4만9000명, 어린이집 간호인력 등 1만5000명이다.
126명의 특수학교 교직원이 8일 접종 예정이었던 전남 순천선혜학교는 7일 저녁 속보로 백신 접종 연기 소식을 접했다. 회의 끝에 조정했던 학사일정은 되돌리기로 결정했다. 8일 아침에는 더욱 분주했다. 학사 일정이 재조정되는 만큼 학부모 안내장을 새로 만들고, 문자로 통보했으며, 담임교사가 별도로 전화 안내하기도 했다.
당초 이 학교는 백신 접종이 화, 목요일만 가능하다는 보건소에 답변에 따라 수업일과 재량휴업일을 조정했다. 오후 3시50분에 종료되는 목요일과 1시30분에 끝나는 수요일 수업을 바꿔 수업 결손 없이 일괄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한 것. 또 4월 30일로 예정돼 있던 재량휴업일을 9일 금요일로 조정해 혹시 모를 백신 이상 반응에도 수업결손 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했다. 그렇지만 언론 속보로 전해진 ‘연기’라는 두 단어로 모든 것이 재조정돼야 했다.
옥윤옥 순천선혜학교 교장은 “학교는 학사일정을 조정해야 때문에 접종 연기 등 변동사항이 생기면 어려움 크다”면서 “특히 특수학교 학생들은 담임교사와 관계 형성이 중요해 교사가 바뀌면 생활지도가 어렵고 돌발 상황이 생기기 쉬워 126명 전체 일괄 접종을 추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다음 주 접종이 시작된다면 다시 학사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잠정 연기됐지만, 학교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준비했던 만큼 보완해야 할 문제들도 드러났다. 특히 학교 특성은 고려되지 않은 채 보건소 일정에 맞춰야 하는 접종 방식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특수학교 교장은 “금요일에 일괄 백신 접종을 하고 주말에 이상 반응을 체크해 수업결손 없이 진행하려고 보건소와 협의해봤지만 불가능했다”면서 “수업을 하지 않을 수도, 업무를 비우기도 어려운 학교의 특성을 방역당국이 고려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학교 업무 공백 부담을 덜어주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현주 서울인창중 보건교사는 “초·중·고가 함께 있는 학교 특성을 살려 백신 접종일과 이상 반응에 따른 병가까지 포함해 초·중·고 보건교사가 서로 일정을 달리 잡고, 중학교 보건교사 접종 시 고교 보건교사가 중학교까지 챙기는 식으로 업무 공백 없이 접종을 하기로 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하지만 대체로 보건교사가 1명뿐인 학교에서는 대체자를 지정하더라도 이상 반응 시 병가를 내고 자리 비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재개 대해 질병관리청은 8일 입장을 내고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일부 특이 혈전 발생의 인과성에 대한 검토결과를 발표, 백신 접종 이익이 위험을 상회하므로 접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이 국내외 동향 및 이상반응 발생 현황 등을 면밀히 검토해 주말 중 일부 보류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의 재개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의 판단에 따라 백신 접종이 순연된 것”이라며 “시행 시기나 구체적 일정은 방역당국이 결정하겠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재개를 결정하면 다음 중으로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9일 접종 예정이었던 서울의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는 “아스트라제네카(AZ) 부작용이 많이 걱정됐지만 아픈 아이들을 담당하는 보건교사로서의 책임감으로 접종을 받기로 결정했던 것”이라며 “문제가 불거진 만큼 안전성이 확인된 후 접종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도 “접종 연기는 국가가 백신 신뢰나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백신을 맞으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안전성 검증 등을 통해 교원들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