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마지막 문턱에서 국경을 초월한 인간애가 펼쳐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청소년연맹(총재 이철옥) 총무국에 근무하는 이상호씨(30). 이씨는 10일 강남성모병원에서 골수적출수술을 받았으며 이 골수는 중국 베이징 의대로 공수돼 한 중국 청년에게 이식됐다. 골수를 기증 받은 하우 펑 페이씨(美IBM근무·29)는 지난해 11월 급성 임파성 백혈병으로 시한부 삶 판정을 받았다. 가족 모두에게는 골수이식 부적합 판정이 내려졌다. 중국의 13억 인구 중에서도 수소문했지만 골수은행이 없어 제공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대만, 홍콩, 일본 등지에도 제공자를 구할 수 없었다. 다행히 베이징에서 한중클리닉을 운영하는 한국출신 화교의사 근만홍(勤萬紅)원장의 주선으로 한국 카톨릭의료원 조혈모세포 이식센터 정보은행의 2만여명을 대상으로 적합 여부를 타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들중 조직 적합성 항원(HLA) 검사에 합격한 사람은 이상호씨뿐. 이씨는 이미 4년전 카톨릭의료원 골수은행에 등록을 해놓은 상태였다. 이씨를 비롯해 연맹의 대다수 직원이 골수은행에 등록해 놓고 있다. 성덕 바우만군의 사정이 화제가 됐을 당시 김집총재를 비롯한 100명의 직원이 모두 검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단원들도 150여명이 참여했다. "등록은 해놓았었지만 막상 연락을 받고 고민이 됐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들도 들렸으니까요" 부모님의 반대도 많았다. 망설였던 그가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역시 골수은행 등록돼 있던 신부님과의 전화 통화. 2번이나 골수를 기증했던 그가 "전혀 힘들지 않다"고 격려해 준 것. 이씨는 내가 아니면 그 청년이 죽는다는 생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오전 6시부터 시작된 골수적출수술에서도 편안할 수 있었다. 수술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다는 이씨는 "다시 기증할 기회가 와도 기꺼이 응할 것"이라며 "이런 운동이 교육계와 일반사회에도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형준 limhj@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