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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디까지 내 삶을 규정할 수 있을까?

 

60세 이상 74세 미만의 백신 접종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200만 명이나 신청을 안 했습니다. 부작용이 걱정되나 봅니다. 여전히 코로나 사망자의 95.1%가 60세 이상에 몰려있습니다. 집단면역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백신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나뿐 아니라 주위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방법이 있습니다. 정부가 강제로 맞게 하면 어떨까요?


국가는 어디까지 ‘규제’할 수 있을까요? 그 기준은 어디일까요? 정부는 소득과 재산을 계산해 상위 20%는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20%라는 기준은 어디서 왔을까요?(이 질문에 대한 기획재정부장관의 답변은 “면밀히 분석해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어디까지 국민의 삶에 개입할 수 있을까요?

 

“지난 100년은 시장과 정부의 투쟁의 역사다”   
- 다니엘 예르긴, <시장 대 국가(The Commanding Heights)>에서

 

시장에는 정부가 만든 원칙이 넘쳐납니다. 바로 ‘규제(regulation)’입니다. 3세기 말 로마의 왕들은 하나같이 화폐를 남발했습니다. 당연히 그때마다 물가가 치솟았습니다. 디오클레시아누스는 1,387개 제품의 가격상한선을 발표했습니다. 그 이상 가격을 받는 상인은 엄벌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물론 실패했습니다. 가격상한이 발표된 제품의 생산이 줄었고, 암시장에선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그래도 국가가 규제하는 항목은 수천, 수만 가지가 넘습니다.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을 때는 보행자가 건너지 말 것’부터 ‘수도권에는 더 이상 굴뚝이 있는 공장을 짓지 말 것’까지 정부가 다 결정을 해줍니다. ‘12개월 일한 근로자에게 한 달 치의 퇴직금을 줄 것’ ‘동일한 일을 하는 파견직노동자는 정규직 직원과 동일 임금을 받도록 하는 것’도 모두 정부가 정한 원칙입니다. 


정부의 규제 중 가장 중요하고 무서운 게 있죠. 바로 세금을 매기는 것, ‘과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는 연소득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45%의 소득세를 물립니다(2020년 개정). 10억 이상 소득이 있는 국민은 억울할 법도 한데, 현실은 10억 이상 소득이 있는 사람의 소득증가세는 매우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규제 … 정부와 시장의 투쟁의 역사
내가 번 돈을 절반 가까이 가져가는 정부가 못할 게 뭐가 있을까요? 젊은이들이 워낙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의무화시키면 어떨까요? 결혼이나 출산을 안 하면 벌금을 매기거나, 과세를 하는 건 어떨까요?(실제 군인 한 명이 절실했던 로마는 독신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중국은 2명 이상 아이를 낳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려왔는데, 가족의 구성원 수까지 정부가 규제한 셈이다.) 


잘못하면 지나친 정부 만능주의로 이어집니다. 이러다가 ‘가족끼리는 하루 5번씩 웃으며 인사한다’는 규제까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장과 정부의 ‘투쟁의 역사’는 특히 1929년 미국이 대공황을 겪으며 본격화됐습니다. 


1929년 가을, 치솟던 증시가 폭락하고 자본시장이 붕괴되자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들여 ‘하지 않을 공사’까지 마구 벌였습니다. 파산위기의 개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해줬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뉴딜정책(New Deal)’은 마법처럼 국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경기가 살아났습니다.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비법이 통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그 유명한 “우리는 모두 케인지언이다”라는 말을 남긴 때도 이 무렵입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정부 기능이 너무 커집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은…
정부가 쥔 칼이 계속 커집니다. 마구잡이로 생겨난 여객노선으로 항공사들이 일시에 망하자, 미국 정부는 1930년대부터 항공사와 항공노선을 정부가 허가해 주기로 합니다. 그러다 항공권의 가격까지 정부가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경쟁도 할 수 없는 항공사들은, 결국 예쁜 승무원과 맛있는 기내식 경쟁으로 겨뤄야 했습니다(이렇게 큰 정부를 주장했던 케인즈가 태어난 해는 1883년이다. 공교롭게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하자고 주장했던 마르크스는 1883년에 죽었다.) 


커져만 가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건 것은 레이건과 대처정부였습니다. 1981년, 레이건대통령은 유세장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 있죠? 정부에서 나왔습니다. 당신을 도와주려고요!” 그는 다시 시장을 살리고 정부 권한을 줄이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시작입니다. 정부 기능을 축소하고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에 의해 완성됩니다. 


시카고학파(1970년대 이후 노벨경제학상은 대부분 시카고대학의 시장주의 교수들에게 돌아갔다)의 대부인 그는 케네디의 유명한 취임사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묻지 말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물으십시오”를 인용해,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요구하지 말라. 당신도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요구하지 말라”(그의 책 <자본주의와 자유> 중에서)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무렵 바다 건너 영국에서는 대처수상(Margaret Hilda Thatcher)이 총대를 메고 시장의 권한을 강화합니다. 1979년 노동당을 제치고 수상이 된 이 ‘철의 여인’은 지긋지긋한 공공부분의 파업이 싫었습니다. “나는 합의가 아닌 대결을 원한다”고 선언하고 상당수 공기업을 시장에 팔아버립니다. 정부보다 시장을 너무 믿었던 이 결정으로 영국은 이제 멀쩡한 제조업이 하나도 없는 나라가 됐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영국의 복지도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시장은 망가지기 쉽습니다.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 시장은 멈춰버립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러니 시장경제는 시장과 정부 역할의 가운데 지점을 찾는 과정입니다. 


오늘도 추경의 규모와 재난지원금의 분배를 놓고 갈등입니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을 때 기업 총수를 처벌하는 「중대재해법」도 논란입니다. 정부는 어디까지 나서야 할까요? 그 정답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 고민 자체가 시장이고 경제입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수만 년 동안 그나마 가장 나은 제도 ‘시장경제’를 발전시켜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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