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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가을과 바슐라르

고요하고 침착한 침묵이 대지를 감싸고 있습니다. 11월 중반, 참 좋은 시절입니다. 감나무 붉은 잎새 옆으로 잘 익은 홍시가 저절로 떨어져 달콤한 속살을 드러냅니다. 요즘, 남쪽 도시 정원의 주인은 은행나무입니다. 노란 나뭇잎이 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우수수 황금비가 되어 내립니다. 저절로 시인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좋은 날, 고요한 대학 건물의 로비에 앉아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책 『공간의 시학』을 읽었습니다.

 

현대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그의 학자적 삶은 참으로 전설적입니다. 시골 우체국 직원에서 출발하여 독학으로 소르본 대학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의 삶을 대할 때면 직업과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어 쩔쩔매는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저자는 집, 집과 세계, 서랍과 상자와 장롱, 새집, 조개껍질, 구석, 세미화(細微畵), 내밀(內密)의 무한, 안과 밖의 변증법, 원의 현상학 등의 소제목을 통해 이미지의 현상학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먼저 인간의 집과 사물들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서랍, 상자, 장롱 등을 통해서 숨겨진 것의 미학을 이야기하였고, '세미(細微)'와 '무한'을 주제로 하여 큼과 작음의 변증법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상상력의 궁극성은 ‘요나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그것은 어머니 태반 속에 있을 때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형성된 이미지로서, 사람이 어떤 공간에 감싸듯이 들어있을 때 안온함과 평화로움을 느끼는 것은 요나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상상력의 독자성에 대한 논증으로 이 책에 제시된 것이 시적 교감 현상입니다. 외계 대상의 이미지를 받아들여 그것을 스스로 이상적인 것으로 삼고 변화시켜 가는 상상력의 작용은 시인과 독자 양쪽이 같기 때문에 시적 교감이 가능합니다. 상상력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궁극성을 표현하는 것이 이미지입니다. 상상한 가운데 가장 이상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창조한 시적 이미지를 나 아닌 시인, 즉 타자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것임에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바슐라르의 문학 사상은 테마 비평의 이론적 근거 되었습니다. 저 역시 그의 이론으로 근거를 마련하고 논문 작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상상력의 철학자, 몽상의 철학자로 불리는 바슐라르의 멋진 책을 읽으며 제 가을은 저절로 깊어집니다. 곧 가을과 작별해야 할 것입니다. 우수수 날리는 낙엽과 향기로운 은목서 꽃향기에 젖은 11월 오후, 이 이미지로 행복한 가을을 기억할 것입니다. 저처럼 아름다운 가을 한 시간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

 

『공간의 시학』,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곽광수 옮김, 동문선,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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