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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과정 새롭게 디자인하기

교육과정 재구성 어떻게 할까?

 

 

2월이면 학교마다 신학기 준비에 바쁘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2월 중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교수학습 및 평가의 차원에서 적절히 조정하는 것으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교과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교육내용을 시기, 지역, 학교, 학습자 수준 등의 교육여건을 고려해 재조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육과정 재구성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과서 활용 성취기준 중심 단원 재구성 방법, 주제 중심 교과 통합 재구성 방법, 이해 중심 단원 설계 재구성 방법을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교육과정 재구성은 쉽지 않은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우선 교사가 교육과정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기초로 하는 것이어서 선결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교육내용을 재조직하고 교과 간 협력과 융합을 이루면서 성취수준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은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학생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학생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고, 장단점은 무엇이며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의 역량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시행을 앞두고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이번 호는 교실 수업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교육과정 재구성을 다뤄 본다. 초·중·고 학교급별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재구성 모형을 살펴보고 어떤 재구성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지 모색해 본다.

 

초등학교는 코로나 3년 차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블렌디드 수업에 필요한 교육과정 재구성과 현장 적용 방안을 탐색했다. 중학교는 주제 중심 교육과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교육과정 재구성 현장 사례를 살펴본다.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비,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평가와 연계한 실질적인 피드백을 통해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과정을 다룬다.

다양한 교육과정 재구성 방안을 통해 보다 나은 교실 수업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넘어 교육과정 개발로!

지난 2021년 11월 24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방향이 발표되었다. 그중 하나가 ‘현장의 자율적인 혁신을 지원‧촉진하는 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강화’이다. 즉, 현행 교육과정보다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학교 자율시간 도입, 시도별 지역 교육과정 근거 마련 등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미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자율과정, 충북교육청의 자율탐구과정, 전북교육청의 학교 교과목 개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2021년 1월 초·중·고 교육과정을 개정 고시하면서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되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초·중·고 교육과정에 학교자율과정을 편성·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지성·감성·시민성을 조화롭게 갖추어 삶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교과(군)별 기준 수업 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감축한 시수를 활용하여 창의적으로 학생 주도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고등학교는 단위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과 재량권을 확대하기 위해 교과목 1단위 수업량 17회 중 1회를 단위학교에서 학생의 진로‧적성, 학습 수준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의 학교자율과정과 충북교육청의 자율탐구과정이 교육과정 재구성에 초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면 전북교육청의 학교 교과목 개발은 교육과정 재구성을 넘어 학교장이 선택과목을 개설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서울 창덕여중에선 ‘짝토론’ 과목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고, 충북 청원고에서도 <체인지 메이커> 교과서를 개발하여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교육과정 재구성이란 기존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습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교육내용을 시기·지역·학교·학습자 수준 등의 교육여건을 고려하여 재조직하는 것을 말한다.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교수·학습 및 평가에서 적절히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가 교육과정을 교사가 학교와 교실에서 수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의 배움의 눈높이에 맞추어 재구성해 구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다.

 

교육과정 개발(curriculum development)이란 교육목적과 교육내용의 체계,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교육방법, 교육평가, 교육운영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담긴 문서를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김대현, 김석우, 1996). 일반적으로 교육과정의 계획과 설계, 그리고 그러한 계획과 설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말한다(소경희, 2000). 교육과정 개발은 특정한 교육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교육과정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중앙집권형 교육 제도와 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우리나라에서 교육과정 개발은 주로 국가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자치 정책이 추진되면서 지역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성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지역 교육과정 개발, 학교 교육과정 개발, 교사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과정 디자인이란 교육과정 재구성과 교육과정 개발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원래 디자인(design)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지시하다’, ‘표현하다’, ‘성취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이다. 디자인은 우리말로 계획·구상·설계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교육과정 디자인이란 교육과정 재구성을 넘어서 교육과정 개발을 포함한 포괄적 개념이다. 교육과정 디자인은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하고 창조하는 것이다. 즉, 국가 교육과정을 교사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하는 수준을 넘어 학교나 교사가 직접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그림 1>과 같다(김현섭 외, 2019).

 

 

이번 글에서는 교육과정 재구성과 개발을 포함한 교육과정 디자인을 통해 학교 교육과정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

 

학교 교육과정 디자인의 단계

먼저 학교 교육과정 디자인 과정의 단계를 숙의적 교육과정 개발 모델에 근거해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박승열 외, 2018; 김현섭 외, 2019).

 

 

질문 기반 교육과정 디자인의 단계

교과 내 재구성이나 범교과적 재구성(융합 수업 등) 시 핵심 질문 기반 디자인의 단계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김현섭 외, 2019).

 

 

※교육과정 개발의 경우 ‘기존 교육과정 분석’과 ‘교육과정 재구성 유형 결정’ 대신 ‘주제 및 교육목표 선정’으로 진행하면 된다. 이는 ‘주제(과목명)를 정하고, 교육 목표를 집단 지성을 기반으로 선정하기’를 말한다.

 

질문 기반 교육과정 디자인 사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교육과정 디자인 시 유의사항

첫째, 교육과정 디자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교사들이 교육과정 재구성 자체로만 스스로 만족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실제 어떤 학교에서 생태 프로젝트 수업을 2년 연속 진행했는데, 2년 동안 생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왜냐하면 수업 내용상 작년 수업과 큰 차이가 없었고, 교과 수업마다 수준이 제각각이어서 학생들이 생태 수업에 잘 집중하기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디자인의 목적은 학생의 배움을 증진하고 교육 주체의 교육 만족으로 나타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교사의 교육과정 디자인 역량은 실천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해 나간다. 대개 교육과정 디자인 단계는 교과 내 교육과정 재구성 ⇒ 범교과적인 재구성(융합수업) ⇒ 교육과정 개발 순서로 진행된다. 첫 시도에서는 거칠고 짜깁기 수준에서 진행되겠지만 실천과 반성, 피드백 과정을 통해 교육과정 디자인 역량이 증진될 수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 시 자신이 없을 때는 외부 교육과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셋째,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개발의 주제를 선정할 때 학교 철학, 학교 특성, 교육 삼주체의 요구와 필요 등을 고려해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학교에서 학교 철학과 교육과정이 잘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관통하고 연결하는 것이 바로 학교 철학이다. 어떤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수요를 조사했는데, 교사는 마을, 학부모는 공부(학습코칭), 학생은 진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학교 차원에서 실천한 교육과정 재구성 주제는 생태였고, 모든 학년이 발달 단계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주제로 생태를 다루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졌다.

 

넷째, 범교과적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융합 수업 시 중심 교과를 선정하여 진행하면 좋다. 예컨대, 뮤지컬 프로젝트 수업이라면 음악과가 중점 과목이 될 수 있고, 코로나 수업이라면 보건과나 과학과에서 중점 과목을 담당하면 좋다. 해당 주제에 따라 중점 교과를 정하여 운영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다섯째, 교육과정 디자인이 잘 이루어지려면 전문적학습공동체가 뒷받침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 개발의 경우 특정 교과나 특정 교사가 개인 지성에 기반하여 진행하면 교사의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정기적인 인사 등으로 인해 담당 교사가 바뀌면 수업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동학년 차원에서 뜻있는 교사들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거나 개발하고 공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창덕여중의 경우 동학년 차원에서 관심 있는 교사 4명이 한 팀을 이루어 ‘짝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섯째, 교육과정 디자인을 할 때 관련 성취기준들을 잘 도출해 이를 재구조화하여 서술하고, 그에 맞는 평가가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 수업과 평가가 분리되면 온전한 학습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성장(과정) 중심 평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고, 교육과정 특성과 수업 전략에 맞는 평가 유형과 방법이 결정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행평가 채점기준표(루브릭)를 잘 작성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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