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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거리에 가장 흔한 꽃 5가지

팬지·페튜니아·메리골드·베고니아·제라늄

도시 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무엇일까. ‘길거리꽃’을 논할 때 팬지·페튜니아·메리골드·베고니아·제라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꽃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사진을 보면 “아, 이게 그 꽃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길거리에 흔한 꽃들이다. 이들 꽃의 공통점은 개화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00일 이상 핀다. 팬지는 3월부터 두세 달, 베고니아는 4월 말 심으면 늦여름까지 피어 있다. 페튜니아·메리골드·제라늄도 개화기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꽃들이다. 길거리꽃답게 매연과 건조한 조건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꽃값도 싼 편이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이 꽃들을 볼 수 있다.

 

 

팬지가 쏘아올린 도심 속 봄

이중 가장 먼저 도심 화단에 등장하는 꽃은 팬지(pansy)다. 초봄이면 광화문광장에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도 가장 많은 꽃이 팬지다. 도시 화단에 팬지가 등장해야 ‘봄이 왔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팬지는 유럽 원산의 제비꽃을 여러 개 섞어 만든 원예종이다. 여러 가지 색깔로 개량했지만, 흰색·노란색·자주색 등 3색이 기본색이다. 꽃잎이 다섯 개인데 잎 모양이 각각 다른 특징이 있다.

 

팬지는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에서 난장이의 딸 영희를 상징하는 꽃이다. 소설에서 영희는 팬지꽃 앞에서 ‘줄 끊어진 기타’를 치는 열일곱 살 아가씨다. 난장이 가족이 아파트 입주권을 팔 때도 ‘영희는 팬지꽃 두 송이를 따 하나는 기타에 꽂고 하나는 머리에 꽂았다.’ 영희가 입주권을 되찾기 위해 집을 나갔을 때, 오빠 영호는 ‘영희가 팬지꽃 두 송이를 공장 폐수 속에 던져 넣는’ 꿈을 꾼다. 영희를 상징하는 팬지꽃이 폐수 속에 던져지는 것은 영희의 순수성이 훼손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꽃줄기, 페튜니아

페튜니아(petunia)도 도심 화단에 흔하다. 나팔처럼 생긴 꽃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핀다. 줄기를 길게 늘어뜨리는 식물이어서 자랄수록 꽃줄기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장관을 이룬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심고 있는 화단용 꽃으로, 화단나팔꽃이라고도 부른다. 남미가 고향인 이 꽃은 원주민이 담배꽃과 닮았다고 ‘페튠(담배라는 뜻)’이라고 부른 데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줄기와 잎에 난 털에서 냄새가 좋지 않은 끈끈한 진이 나오는 것이 흠이다. 꽃 색깔은 품종에 따라 다른데, 우리나라에서는 분홍색·흰색·보라색 품종을 많이 심는다. 도심에서 걸이용 화분에 약간 꽃이 작은, 화사한 진홍색 페튜니아가 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꽃을 따로 사피니아(육종명)라고 부르기도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황금색 잔물결을 일으키는 메리골드

메리골드(marigold)는 노란색 또는 황금색 잔물결 무늬 꽃잎이 겹겹이 펼쳐진 모양이다. 메리골드는 ‘처녀 마리아의 금색 꽃’이란 뜻으로, 서양에서 여자이름으로도 많이 쓰인다. <메리골드>라는 영화도 있고, 메리골드라는 이름을 가진 호텔도 세계 곳곳에 많다.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고 독특한 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역시 다양한 색과 품종의 꽃이 있다. 꽃이 활짝 피면 반구(半球) 형태인 프렌치메리골드는 만수국, 꽃잎의 끝이 심하게 꼬불꼬불한 아프리칸메리골드는 천수국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발리에 가보니 메리골드를 밭에서 대량 재배해서 신에게 바치는 제물, ‘차낭 사리’에 넣고 있었다.

 

일 년 내내 꽃이 피는 베고니아

조용필 노래 ‘서울서울서울’에는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 계단~’이라는 가사가 있다. 베고니아(begonia)도 거의 일 년 내내 꽃이 피는 원예종이다. 특히 한여름에 물기가 바짝 마른 화단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베고니아를 볼 수 있다. 역시 다양한 종이 있는데, 모두 잎의 좌우가 같지 않아 비대칭인 점이 특징이다. 베고니아는 그 발음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갖는 꽃이다. 베고니아라고 이름을 알려주었더니 발음을 잘못 알아듣고 여러 번 “이거 진짜 백 원이에요?”라고 묻는 아이가 있었다.

 

우주로 떠나는 ET에게 선물했던 꽃, 제라늄

제라늄(Geranium) 역시 꽃이 화려한데다 개화기간도 길어 화단이나 건물 베란다를 장식하는 꽃이다. 원래 남아프리카에 자생했는데, 물만 주면 잘 자라고 병충해에도 강한 장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퍼졌다. 지름 3cm 정도의 작은 꽃이 모여 있는 형태로 꽃이 핀다. 유럽에 가면 집집마다 창문 앞에 제라늄 화분을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창가에 제라늄을 놓아두는 이유는 화사한 꽃을 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꽃을 이용해 방충효과까지 얻기 위한 것이다. 제라늄은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를 쫓는 식물이라고 ‘구문초(驅蚊草)’라고도 부른다. 모기는 제라늄 향기를 싫어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베란다에 심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길거리 작은 화단에서 더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강렬한 붉은색이 많기 때문에 다른 꽃들이 많은 화단에 포인트를 줄 때 많이 심는다. 제라늄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 ‘게라노스(geranos)’에서 유래한 것으로 ‘학’을 뜻한다. 제라늄의 열매가 학의 긴 부리를 닮아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제라늄은 서양문화에 많이 등장한다.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에도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앉아 있는 예쁜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어요’ 하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신 ‘10만 프랑 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그들은 ‘야, 정말 멋진 집을 보았구나’ 하며 감탄했다”라는 대목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이 우주로 떠나는 ET에게 선물하는 작은 화분에 심어져 있던 꽃도 제라늄이다.

 

이들 5대 길거리꽃들을 심으면, 도시가 금방 화사해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는 약간 거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필요할 때는 다른 꽃들을 심는 경우가 많다. 꽃에 대해서 알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근교 산이라도 가서 봄 야생화를 만나면 좋겠지만 우선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부터 눈여겨보는 것은 어떨까. ‘5대 길거리꽃’만 잘 기억해도 도심에서 느낌이 많이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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