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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신기해요.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아요!”

 

일상의 작은 변화가 주는 효과는 어떤 것일까? 특히나 억압된 환경에서 한동안 평범한 자유와 평화를 빼앗긴 일상에서 말이다. 그것도 한창 성장하며 젊은 피가 들끓는 청춘의 시기라면 말이다. 그렇다. 다음 말에 복선을 깔지 않아도 금방 짐작이 갈 것이다. 코로나19로 장기간에 걸친 우리의 학교의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역동적인 10대 청소년 시절을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은 거의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로 오직 학교와 집, 학원을 오가며 제대로 된 교내외 체험학습조차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들에게 고정된 일상의 시간에서 파격적인 작은 일탈이 주어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인천시교육청은 몇 년 전부터 초·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학교로 찾아가는 등굣길 음악회 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인천학교예술교육 지원 계획의 일환이다. 금년도 역시 마찬가지다. 2월 초경에 각급 학교에 시행된 공문은 2022년 학교로 찾아가는 등굣길 음악회‘ 희망교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공문 실행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전자문서 제출이 아닌 자료집계 형식으로 희망 표시(O)하여 상신 완료 후 제출하는 것으로 접수를 시행하였다. 이 수요조사는 예산 수립을 위한 기초조사로 활용하고자 한 목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희망한 고등학교(특수학교 포함)만 공사립 총 70개 학교였다.

 

인천 세원고에서는 지난 22일, 봄꽃이 완연히 피어나고 주말을 앞둬 설래는 금요일 오후에 작은 음악회를 가졌다. 등굣길 음악회 공연단체 중 하나인 <오페라움>은 남성 오페라 가수 3명(테너 바리톤, 베이스바리톤)으로 구성된 앙상블이다. 이들은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에서 유학과 오페라 활동을 마치고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으로 왕성히 활동하는 프리미엄 오페라 앙상블이다. 그들은 단순 교과서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곡을 오페라 무대에서 들려주었던 경험담과 뮤지컬 넘버, OST, 가요까지 다양한 편곡 버전으로 들려주는 국내 유일 버전의 오페라 앙상블 콘서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날 본교에서는 점심시간인 12시부터 30분 동안의 공연이 있었다. 이탈리아 칸초네(가곡) ’O sole mio(오, 나의 태양)‘를 시작으로, 오페라 <리골레토>의 la donna mobie(여자의 마음) , 오페라 <카르멘>의 Chanson du Toreador(투우사의 노래) , 뮤지컬 <이순신>의 나를 태워라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 뮤지컬 <영웅>의 영웅 과 앵콜 곡으로 오페라 <투란도트>의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열창했다.

 

참석한 2, 3학년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임시로 마련된 현관의 작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로 매번 곡의 시작과 끝을 맞이하였다. A학생은 “참, 신기해요.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아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시하였으며 B학생은 “흥미진진해요. 정말 재미있어요!”라고 탄성을 질렀으며 C학생은 “너무 좋아요! 기뻐요”라고 연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 중에는 노래와 녹음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추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눈물을 흘리며 감상하는 학생도 있었다. 일부 교직원 중에는 노래를 직접 따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상하게 짧은 해설을 해주는 출연자의 친절에는 학생들이 적극적인 호응과 응대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지난 일상의 작은 일탈을 시도한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 작은 음악회는 우울한 정서를 극복하고 학교생활에서 순간의 모멘텀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준비하고 맞이한 행사였다. 학생들에게는 공부에만 매달려 스트레스를 받고 흥미를 잃어가는 학교생활에 청량제와 같은 이 작은 행사는 교육청의 도움으로 마련되었지만 학교 자체의 예산을 투입하여 비슷한 기회를 늘려나갈 충분한 가치와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행사는 “잘 노는 학생이 공부도 잘한다” “휴식은 창조의 원동력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등등의 말이 현실적으로 깊은 감응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매우 큰 교육활동임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코로나19와의 오랜 사투를 벌이며 살아온 요즘, 멀리 일상의 평화와 자유를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 속에서 오늘의 이 작은 음악회는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순간이나마 행복한 시간을 맞이한 생활의 작은 혁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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