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방영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아주 재밌는 장면이 나와서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주인공인 지휘자가 등장하고 공연장에 불이 꺼지자 객석이 조용해지면서 모두 “저 지휘자가 얼마나 멋진 음악을 들려줄까?” 하는 기대감으로 주인공을 바라봅니다. 주인공은 보면대에 시계를 올려두고 기대에 응하듯 지휘봉을 들어요. 그리고는 그 상태로 4분 33초 동안 가만히 있다가 단상에서 내려와 버리죠. 그런데 사실 주인공은 음악 공연을 했던 게 맞았습니다. 문제는 공연한 그 곡이 존 케이지의 <4분 33초>였던 것이었죠.
<4분 33초>는 총 3악장으로 이뤄진 곡(?)입니다. 1악장은 33초, 2악장은 2분 40초, 마지막 3악장은 1분 20초 동안 이어집니다. 악보에는 연주의 휴식을 의미하는 ‘TACET(타셋)’만 적혀 있을 뿐 어떤 음표도 표시되어있지 않습니다. 대신 1악장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사람들의 팸플릿 넘기는 소리가, 2악장에는 영문을 모르는 관객들의 웅성거림이 공연장을 채울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3악장에는 지루함에 지친 하품 소리, 혹은 누군가의 재채기가 고요함을 방해하다 곡이 끝나버리겠죠?
존 케이지가 <4분 33초>를 작곡한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4분 33초 동안 공연장에서 발생할 사소한 소음, 관객들의 웅성거림 등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여겼습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연주하지 않아도 자그마한 몸짓, 의도치 않은 소음, 하물며 시간이 흐르는 소리마저 음악이 되는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했습니다.
<4분 33초>를 작곡할 때 존 케이지는 하버드 대학교의 무향실을 방문한 것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무향실이란 주로 음악 연구에 쓰이는 특수한 방이에요. 이 방은 외부의 진동과 소음을 완전히 차단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방이기 때문에, 이 방에 들어서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요. 존 케이지 역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을 기대하고 그 방에 들어갔는데, 예상과 달리 아주 미세한 소리를 느꼈다고 해요. 존 케이지는 이때 완벽하게 조용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4분 33초>를 작곡했습니다.
<4분 33초>의 등장은 음악계에 엄청난 논란이 되었습니다. 당연하지요. 연주가 없는 연주라니! 처음에는 “이것도 음악이냐?”는 식의 조롱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점차 존 케이지의 시도가 음악에 의미있는 질문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물음표를 던질 때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많은 사람이 현대 음악사를 뒤흔든 대표적인 사건으로 <4분 33초>를 꼽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4분 33초>도 음악일까?” 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문제 1) <4분 33초>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고르세요.
① 4분 33초 동안 한 음만 연주하는 곡이다.
② <4분 33초>가 공연되는 순간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③ <4분 33초>를 공연할 때마다 관객들은 매번 다른 소리를 듣는다.
문제 2) 존 케이지가 <4분 33초>를 작곡하게 된 배경으로 적절한 것을 고르세요.
① 하버드 대학교 무향실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작곡하게 되었다.
② 존 케이지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악상을 표현하기 위해 작곡하게 되었다.
③ 존 케이지 음악을 향한 음악계의 강한 비판에 해명하기 위해 작곡하게 되었다.
문제 3) <4분 33초>에 대한 음악계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① <4분 33초>를 조롱하며 음악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② 음악의 의미에 질문을 던진 과감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③ 존 케이지의 시도가 창의적이지 않고 식상하다고 비난했다.
정답 : 1) ③ 2)① 3) 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