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은 현장 교육 연구 주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올해 전국현장교육연구발표대회의 키워드는 ‘정서 격차 해소’, ‘세계시민 역량’, ‘기후 변화 대응’ 등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 기후 변화 등 전 세계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 현장 연구에 녹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 블루 등 학생들이 경험하는 정서적인 어려움에 주목하고 사회정서학습,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다수 출품됐다. 또 우리나라에 한정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이슈와 문제를 교육과정에 접목,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정서적 어려움 주목한 연구 다수
박혜정 전주 서곡초 교사는 무기력에 빠진 학생들의 모습에 주목했다. 부모와의 소통과 지지가 부족해 자존감이 낮고, 내적동기, 의지도 부족했다. 박 교사는 “처음에는 ‘망쳤어’ ‘싫어요’라는 말을 자주하고 삐딱하게 굴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순수한 아이들이었다”면서 “교사가 세심하게 관찰하고 애정을 줬더니 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그는 ‘모두가 행복한 HERO 프로젝트를 통한 인성교육’을 5학년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스스로 과소평가하고 자신의 강점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내면의 힘을 기르는 데 중점을 뒀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등 사소하지만 간단한 질문을 스스로 해볼 수 있게 지도했고 점점 심화한 질문으로 나아갔다. 박 교사는 “아이들이 자신의 강점을 표현, 공유, 공감하고 나중에는 진로와 목표로까지 연결할 수 있게 활동했다”면서 “스스로 마음의 힘을 쌓으면서 친구 관계도 돌아볼 수 있게 도왔다”고 설명했다.
최경미 정선정보공업고 교사는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이 겪는 심리적인 어려움에서 힌트를 얻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우울감과 무력감, 불안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가 분노의 감정으로 옮아가고(코로나 레드), 나중에는 모든 일에 암담함을 느끼는(코로나 블랙) 상황으로 번지는 것에 주목했다. 통합사회 교과 역사 전공인 최 교사는 교과를 통해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우울감에서 벗어나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사회·정서학습 기반 소통 팩트(FACT) 프로젝트로 인성백신 맞히기’를 구성했다.
최 교사는 “사회정서능력은 자기 인식과 자기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기술, 사회적 의사결정을 말한다”며 “나를 알아보고 우리를 발견하는 데서 나아가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원용아 서울응봉초 교사의 ‘마음 더하기+ 백신으로 울려퍼지는 우리반 심포니’, 이대성 서울장월초 교사의 ‘치유와 성장의 LIFE-S‧K‧I‧LL 프로그램으로 인성 스타되기’, 하현주 외포초 교사의 ‘사회성-감성 학습 기반 L.E.G.O 프로그램으로 오색 인성 역량 쌓아 올리기’ 등 마음챙김과 치유, 정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출품됐다.
▨수업에 국제사회 이슈 접목
‘지구를 살리는 탄소 지우개(E,R+A,Zer) 교육과정 개발 및 적용을 통한 환경 역량’을 연구한 유상미 전북 공음초 교사는 ‘탄소중립’을 주제로 삼았다. 온실가스 농도 증가 등으로 인한 기후 변화가 국제사회의 화두로 떠올랐고, 탄소중립 소양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유 교사는 그림책을 활용한 활동으로 학생들이 탄소중립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이끌었다. 그는 “당장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양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성호연 경남 고전초 교사와 노혜진 궁항초 교사는 ‘기후위기대응교육! 기후변화 change 메이커가 되자! SAVE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구를 구하는 생태시민 역량 기르기’를 주제로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2020년에 있었던 섬진강 물난리를 통해 기후 변화 현상이 더는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환경 문제,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실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최은정 서울숭미초 교사의 ‘슬기로운 에코 의사생활⁺ 환자소생을 통한 지구지킴이 역량 키우기’도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인 생태 백신을 실천할 수 있는 ‘생태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구지킴이 역량’이라는 용어도 도입했다. 지구지킴이 영역은 지구를 위해서 스스로 작은 행동을 실천하고 확산하는 역량을 가리킨다.
최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느꼈을 때 해결 방법을 토론하고 고민할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이원 서울난곡초 교사는 ‘세바시ON 프로그램으로 Global-3C 역량 기르기’를 통해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학생의 흥미와 재능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 진로교육과 차별화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