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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법제화 10년, 아직 갈 길 먼 수석교사제

지난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교원정책과 관련해서는 수석교사제 개선 및 임용 확대가 84번 국정과제로 포함되었다. 2011년 법제화가 이루어졌지만, 교육현장에 온전하게 안착하지 못한 수석교사제가 이번 국정과제로 인해 성공적으로 기반구축을 하고 학교현장에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수석교사제도의 전반적인 내용과 법제화 이후에도 교육현장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를 살펴보자. 1981년 한국교육개발원이 개최한 ‘교원인사행정제도의 개선방향 탐색’ 세미나에서 수석교사제는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동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후 약 30년 동안 수석교사제 도입을 위한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수석교사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많은 의견 수렴과정이 필요했다. 특히 수석교사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 2008년에 이르러서야 수석교사제 시범운영이 시작되었다. 그 후 「초·중등교육법」,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1년에 마침내 수석교사제가 법제화되었다.

 

수석교사제는 ‘수업 잘하는 교사’가 우대받는 풍토조성 및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일반교사의 진로를 교장·교감이라는 관리직과 수석교사라는 교수직으로 이원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즉 행정관리로 일원화된 교원의 자격체제가 수석교사제 시행으로 인해 분화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교사로서의 전문성에 초점을 둔 새로운 직무 창출이 가능해졌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수석교사 임기는 4년이며, 임기를 마치면 재심사 후 재임용이 가능하다. 수석교사가 되기 위한 지원자격은 15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가진 교사이며, 여기에는 사립학교 교사도 포함된다. 단위학교 수석교사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면 선발절차는 2단계를 거친다. 1단계는 서류심사 및 동료교원 면담(현장실사 포함)이고, 2단계는 역량평가로 진행된다. 역량평가에는 후보자의 수업역량, 동료교사 지원역량, 학생지도역량 등이 포함된다. 이렇게 선발된 수석교사는 자격연수를 거쳐 초등학교급에서는 단위학교 균형 배치가 이루어지고, 중등학교에서는 지역교육지원청별 교과 수요 등을 고려한 단위학교 배치가 이루어진다. 수석교사가 되면 수업시수의 50%가 경감되고, 소정의 연구활동비가 지원된다. 수석교사 업적평가는 매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실시되며, 교장이 평가자이고 시·도교육감이 업적평가를 확인한다. 평가에서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재임용이 제한된다.

 

수석교사의 필수 직무는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제3항에 나와 있듯이, ‘교사의 교수·연구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한다’이다. 학생교육은 교사로서의 본질이므로, 동료교사의 교수·연구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수석교사의 필수 직무인 것이다. 한국중등수석교사회에서 밝혔듯이 교사 지원활동에는 수업 및 생활지도 컨설팅, 공개수업, 신임교사 및 교육실습생 지도, 교내·외 연수, 교과연구회 활동 주도, 교원능력개발평가 참여, 자료개발과 보급 및 연구활동 등이 포함된다.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꼭 필요한 중요 업무를 수행하는 수석교사이지만,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수석교사 수는 2016년 1,642명에서 2022년 3월 1일 기준 1,079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러한 현상을 보아도 수석교사제가 교육현장에 온전하게 안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기인 2012년에 수석교사 1,122명을 선발하고 매년 추가 선발할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오히려 점차 감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법제화 이후 1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선발 감소현상은 물론 일반교사들이 수석교사에 지원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도 현장에서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안되었지만,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적하고 싶다.

 

 

첫째, 수석교사의 직무지침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역할은 ‘교사의 교수·연구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한다’이다. 이러한 직무지침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수석교사의 역할을 수업컨설팅(Consulting)으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장학(Supervision) 차원으로 보아야 하는지 모호하다. 학습자의 학습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는 수업컨설팅은 수업장학과 구분되지만, 이 같은 불분명한 직무지침 때문에 장학사의 역할과 충돌한다. 장학활동은 교사의 수업행위를 전문적으로 조력하는 활동이다. 즉 ‘교사의 수업개선을 돕는 일’이라는 의미이다.

 

한편 수업컨설팅은 수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 관점에서 접근하며, 수업전문가와 컨설팅이 필요한 교사 간의 협력적 문제해결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보다 전문적인 수업지원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수업컨설팅이 수석교사의 주요 직무라면, 수석교사는 수업전문가로서 학생이 아닌 동료교사의 수업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장학이 수석교사의 주요 직무라면, 교육청의 장학사 업무와 수석교사의 직무를 구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직무지침에 대한 합의가 교육부와 교육청, 단위학교와 수석교사 내부에서도 분명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수석교사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재량껏 정하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해당 교육청 및 단위학교의 학교장 의지에 따라 역할의 변화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수석교사의 역할 및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수석교사의 법제화로 수석교사 역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공유되었지만, 정작 수석교사의 고유 업무에 대한 혼란은 수석교사제 정착에 가장 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둘째, 수석교사 선발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수석교사 선발과정에서 ‘수석교사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인 동료교사의 수업지원 활동과 전문적 성장을 도와주는 학습촉진자(facilitator)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제가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비판으로부터 현행 수석교사 선발제도는 자유롭지 못하다. 수석교사의 주요 직무인 수업컨설팅 혹은 코칭의 대상은 학생이 아닌 동료교사이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거나 각 교과의 전문가라고 해도, 동료교사의 수업문제를 상담해주는 능력은 또 다른 능력이다. 이 역량은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은 물론 교사연수에서도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수석교사 자격연수나 수석교사 역량강화를 위한 직무연수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할 내용이다. 그러나 수석교사가 된 이후의 연수를 논하기 전에, 수석교사를 선발할 때 이 역량을 집중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물론 수석교사 선발 2단계의 역량평가 중에서 30점을 차지하는 ‘동료교사 지원역량’ 평가는 면담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수업컨설팅계획서 작성’, ‘관리자와 동료교원과의 갈등 해결방안’, ‘동료교사의 수업지원 요청에 대한 해결방안’ 등이 평가항목에 제시되어 있으나 수석교사가 되기 전에 동료교사의 수업지원 활동과 전문적 성장을 도와주는 학습촉진자로서의 자질을 확인할 기회를 가지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는 일반교사들이 수석교사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 조성에도 일부 원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일반교사들도 서로 수업컨설팅과 수업코칭의 기회를 통해 협력할 수 있는 학교환경을 만들어주고, 이러한 과정에서 수석교사로서의 자질과 전문성을 성장시킨 후에 수석교사를 선발한다면 더욱 많은 예비수석교사들이 수석교사로서의 꿈을 기르고 성장할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본다. 현재 점차 줄어드는 수석교사 수의 원인 중 하나인 지원자 부족 문제는 이러한 원인으로부터 찾아야 하며, 선발 인력풀이 충분해야 보다 역량 있는 수석교사가 배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두 번째 문제는 충분히 담론화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제안한 직무지침과 선발제도의 문제는 수석교사제의 다른 문제들에 비해 사소한 것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중요하게 거론되어 온 수석교사의 학교급별 정원 외 별도 인원 확보라든지, 교육청의 수석교사연수나 역량강화방안의 문제와도 결부하여 앞으로 충분히 논의해 나아가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교육부에서는 ‘수석교사 역할 강화를 통한 수업·교육전념 여건 조성’ 연구사업을 발주하였다. 한국교원대학교 융합교육연구소에서 현재 이 사업을 수탁해 추진하고 있다. 6월부터 시작하여 5회 동안 진행될 포럼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장학사, 교장·교감 등 관리직, 수석교사, 고경력 교사, 저경력 교사 등 다양한 분야의 자문단이 함께 기획한다. 전국 규모로 이루어질 포럼에는 수석교사 직무·선발기준·역량강화방안·발전방안 등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개선방안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하고, 앞으로 교육현장에 수석교사제가 뿌리를 내리고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동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수석교사 역할강화방안을 찾으려고 한다.

 

수석교사제가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그 혜택은 동료교사들의 성장을 이끎으로써 고스란히 미래의 학생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교육개혁을 통해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시대를 이끌 새로운 인재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현장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로서 수석교사제도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새 정부의 110대 과제 중 84번째 과제로 선정된 수석교사제 개선 및 임용 확대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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