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생활을 시작한 지 3년. 이 시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교육환경 측면에서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였다. 기존에는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보편적 흐름이었다면 이후에는 토론수업·협동학습·탐구수업 등 학생들의 활동과 참여를 활성화한 수업이 등장하여 소개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더니 원격수업이 등장했고, 공교육은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막기 위해 모니터 건너편에 있는 학생들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했다. 급변하는 시점에 신규 역사교사로 발령을 받아 중학교 3학년 역사와 1학년 사회를 가르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초반에는 ‘어떤 수업을 할까’라는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든 수업을 하자’라는 걱정이 앞섰다. 학생들과 원격으로 만나는 기간이 대부분이었고, 전염병이 급속도로 확산되던 때에는 갑자기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곤 했다. 원격이 주를 이루던 시기의 역사수업은 강의식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수업 자체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판서 수업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유튜브에 업로드 했다. 인터넷 강의식 수업은 수업내용을 전달하기에 효율적이었고, 교사가 영상 속에 직접 등장하여 수업내용을 전달하면서 학생들은 마치 교실에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 시기를 지나 어느덧 공교육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특수한 것으로만 여기지 않고 미래교육으로 전진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원격수업을 찾아 나섰고, 각종 연수를 통해 그와 관련된 역량을 늘렸다. 또한 교육청에서는 수업도구에 쓰이는 예산을 늘려 교사들의 원활한 수업을 지원하였으며,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전면적으로 보급하는 등의 파격적인 정책을 펴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2021년부터는 긴 호흡으로 원격수업의 질적 향상과 학생들의 수업 흥미 제고라는 측면에서 교수·학습방식에 변화를 추구했다.
사회·역사 교과통합 수업
그 고민의 결과는 교과융합 수업 내지는 교과통합 수업이었다. 교과 간 특정 주제에 대한 공통된 학습내용이 있거나 수준별 학습이 가능한 내용이 있다면 서로 연계하여 수업을 구성하고자 했다. 우선 역사교과와 공통된 학습내용이 많은 사회교과와의 통합수업을 준비했다(<표 1> 참조).
역사와 사회교과가 각각 한 차시의 수업을 준비하고 블록타임으로 실시하여 수업효과를 높이고자 했다. 1차시 사회교과에서는 독도의 지리적 특징과 경제·생태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독도의 가치를 중심으로 학습이 이루어졌다. 1차시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한 지식과 정보전달 위주의 수업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수업 마무리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습내용을 토대로 다음 차시와의 연계를 위한 핵심질문을 공유한다.
- 독도의 지리적 특징과 경제적 가치로 인해 발생하는 역사적 사건은 무엇인가? |
2차시 역사교과에서는 1차시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반도와 일본 간의 독도문제, 그리고 현재 일본정부의 입장을 분석하여 자신의 주장을 확립한다. 특히 주어진 자료를 활용하여 ‘일본은 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가?’, ‘독도는 왜 한국의 영토인가?’ 등과 같이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시간을 갖게 된다.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논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게 되고, 우리 사회 쟁점으로 언급되는 역사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게 된다.
※ 극동 국제 군사재판에 대한 설명을 바탕으로 물음에 답해보자. |
두 차시의 사회와 역사교과의 통합수업은 학생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각 교과에서 독도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각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듯하지만, 타 교과에서 배운 내용이 본 교과의 학습내용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가능케 했다. 예를 들어 아주 단순한 질문일 수 있는 ‘일본은 왜 저 작은 섬 하나를 두고 이렇게 분쟁을 원하나’라는 질문을 사회교과의 학습내용을 토대로 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역사수업을 통해 사회교과에서 다루는 세계 여러 지역의 영토분쟁에 대해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적 연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통상적인 수업방식에서 벗어난 통합수업 자체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제고했다는 점도 큰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창의적체험활동 연계 국어·수학·역사 통합수업
사회교과와의 통합수업을 진행한 후, 연계수업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그 무렵 창의적체험활동 자율활동 프로그램의 연간 학사일정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율활동은 생명존중교육·인권존중교육·다문화교육·장애이해교육·민주시민교육 등 다양한 주제가 포함되어 있었고, 특정 교과의 학습내용과 중복되는 내용도 많았다. 실제로 교육청에서도 2021학년도 범교과 학습주제 간에는 통합운영을 하거나 교과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운영토록 권고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학 및 국어교과와의 통합수업을 통해 ‘기본-심화-활동’의 단계로 학습주제를 재구성하여 운영하고자 했다. 세 교과에서는 각 교과의 특성을 고려하여 학습주제로 다문화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선정했다. 특히 역사교과에서는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지급한 디벗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탐구과정을 경험하게 하고 문제해결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 다문화교육 수업활동 개요 _ 재중동포의 기원과 역사
학생들은 수학교과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의 다문화 인구에 대한 증감 추이를 파악하여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을 예측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어떠한 문화권으로부터 유입이 많고 적은지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역사교과에서는 그중에서 재중동포를 선택하여 재중동포의 기원과 역사를 학습하고, 잘못된 표현과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학생들은 디벗으로 다양한 키워드와 사이트를 통해 자료를 탐색하고, 정확성을 검토하여, 자료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정리한 내용을 다른 친구들과 공유함으로써 탐구과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어떠한 키워드가 풍부한 자료를 노출하는지, 비교적 정확한 자료를 가져다주는지 직접 학습할 수 있었다. 또한 자료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탐구주제와 관련된 핵심자료 이외에도 생각지 못한 부가적인 자료를 발견하여 자신의 주장을 보완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었다.
● 민주시민교육 수업활동 개요 _ 민주주의 역사와 작동 원리
두 번째로 다루었던 주제는 민주시민교육이었다. 민주시민교육은 역사교과가 문을 열기로 했다. 세계사적인 범위에서 민주주의 역사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설명을 마지막으로 교사의 내용전달은 마무리되었다. 그 이후에는 교사의 핵심질문으로 학생들 간의 자유토론이 진행된다.
- 민주주의의 원리인 다수결은 과연 합리적인가? |
교사의 핵심질문은 사실상 너무나 당연하게 합리적이라고 여기고 있는 다수결에 대해 학생들 나름의 비판적인 잣대를 세우고, 그럴듯한 대안을 제시해보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제시되었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토론방식에서 자신의 입장을 바꿔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고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추가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견해와는 다른 입장에 위치해보면서 자신의 견해를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주장이 가지는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탐색하게 된다.
창의적체험활동의 자율활동 주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교과가 자신의 교과특성을 반영하여 수업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교사 본인에게 자신의 수업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수업연구에 대한 동기부여를 심어주었다. 또한 운영부터 생활기록부 기재까지 형식적이고 일률적으로 이루어지던 창의적체험활동 프로그램이 다채로운 형태로 운영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제고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발견할 수 있었다.